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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용한 지식 칼럼/세계&이슈

뉴질랜드 스티븐스섬 굴뚝새를 멸종시킨 고양이 티블스

2018. 10. 20.

[뉴질랜드 스티븐스섬 굴뚝새를 멸종시킨 고양이 티블스] 

인간의 탄생은 지구의 입장에서 보면 재앙입니다. 인간은 자연계의 질서를 깼고 그로 인해 수많은 생물이 멸종하였습니다. 그중 한 예로, 뉴질랜드 스티븐스섬 굴뚝새의 멸종은 참으로 안타까운 예입니다. 여기서는 인간의 고양이 티블스가 한 종류 자체를 멸종시키는 황당한 일까지 겹쳤습니다. 






인간이 길렀던 재앙 


귀엽고 나약하기 그지없는 '스티븐스섬 굴뚝새'는 '뉴질랜드'에 살고 있었습니다. 영화 "반지의 제왕" 촬영 장소로 유명한 이 나라는 호주 옆에 있으며, 두 개의 큰 섬으로 이루어진 나라입니다. 남섬과 북섬이 있고 그 사이의 해협에는 작은 스티븐스섬이 있습니다. 여기가 바로 뉴질랜드 스티븐스섬 굴뚝새의 고향인 것입니다. 


사진: 뉴질랜드 남섬, 북섬의 사이에 있는 스테판섬의 모습(뉴질랜드 남섬, 북섬의 사이에 있는 스테판섬의 모습 [뉴질랜드 스티븐스섬굴뚝새 - 고양이 티블스] / ⓒ LawrieM)


뉴질랜드 스티븐스섬 굴뚝새는 참새목에 속하는 새입니다. 분류가 참새인 것을 보면 알겠지만 조그맣고 나약한 종류입니다. 그런데 이 새가 세계적으로 희귀한 이유는 참새 종류 중에서 보기 드물게 나는 능력을 잃어버린 새이기 때문입니다. 타조나 닭처럼 큰 조류가 아닌데도 말입니다. 


사진: 스테판섬은 스티븐스섬으로 알려졌다.(스테판섬은 스티븐스섬으로 알려졌다. [고양이 티블스 - 뉴질랜드 스티븐스섬굴뚝새] / ⓒ google maps / 편집 www.kiss7.kr)


뉴질랜드의 원주민은 '마오리족'입니다. 그러나 이들이 뉴질랜드에 들어온 것은 겨우 1000년 밖에 안 되고, 그 전에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마오리족이 섬에 이주했을 때도 뉴질랜드 스티븐스섬 굴뚝새에게는 좋지 않았으나, 1000년 후 백인이 들어가면서 더 큰 문제가 벌어졌습니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백인의 고양이 티블스 때문입니다만... 





뉴질랜드 스티븐스섬굴뚝새 


화석을 살펴보면, 뉴질랜드의 스티븐스섬 굴뚝새는 남섬과 북섬 곳곳에 살고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원래의 뉴질랜드에는 쥐가 없었기 때문에 스티븐스 굴뚝새들이 쥐를 대신하여 청소부 같은 역할을 했으며 곤충들을 잡아먹었다고 합니다. 이들은 두 발로 콩콩 뛰어다니며 땅 위의 것들을 주워 먹느라고 나는 능력이 퇴화되어버렸습니다. 


사진: 스테판섬굴뚝새는 참새복의 새이며 작은 종이다.(스테판섬굴뚝새는 참새복의 새이며 작은 종이다. [뉴질랜드 스티븐스섬굴뚝새 - 고양이 티블스] / ⓒ J. G. Keulemans)


그러나 인간을 따라 쥐가 들어오기 시작하면서 남섬과 북섬에서는 사라지고 스티븐스섬에서만 살아남았습니다. 그리고 본격적인 재앙은 1894년에 들이닥쳤습니다. 백인들은 전 세계를 항해하고 다니다가 이 섬을 발견하고는 항로 기준을 목적으로 등대를 세우고 '데이비드 라이얼'을 파견했습니다. 


사진: 스테판섬굴뚝새의 상상도. 살아있는 모습을 본 사람은 아무도 없다.(스테판섬굴뚝새의 상상도. 살아있는 모습을 본 사람은 아무도 없다. [고양이 티블스 - 뉴질랜드 스티븐스섬굴뚝새] / ⓒ Virginia Greene)


등대지기 데이비드 라이얼은 근무지의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서 고양이 한 마리를 키웠습니다. 외딴섬의 등대에서 데이비드 라이얼과 암고양이 '티블스'는 단 둘이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고양이 티블스가 조그만 새 한 마리를 물고 오는 것이었습니다. 라이얼은 쥐가 없으니까 심심한가 보다고 생각할 뿐이었습니다. 


사진: 쥐가 없는 섬에서 심심한 고양이 티블스는 새들을 멸종시켰다.(쥐가 없는 섬에서 심심한 고양이 티블스는 새들을 멸종시켰다. [뉴질랜드 스티븐스섬굴뚝새 - 고양이 티블스] / ⓒ vvvita, Shutterstock)


다음 날 고양이 티블스는 또 작은 새를 물고 왔습니다. 새에 대한 지식이 없던 데이비드 라이얼은 이 새가 스티븐스섬 굴뚝새라는 것을 모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티블스가 계속 새를 물고 왔습니다. 새를 잡아서 물고 왔지만 먹기 위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고양이 티블스는 그저 사냥 자체를 즐기는 것이었습니다. 





멸종시킨 고양이 티블스 


뉴질랜드 스티븐스섬 굴뚝새는 날지 못하기 때문에 고양이 티블스에게 좋은 사냥감이었습니다. 이들은 여태껏 이런 천적을 만나 본 적도 없었습니다. 고양이는 계속 이 새를 잡아왔고, 라이얼은 그것도 모른 체 신기하게도 날아다니는 새를 잡는 고양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사진: 인간의 재앙이 미친 것은 이 스테판섬 등대 때문이다.(인간의 재앙이 미친 것은 이 스테판섬 등대 때문이다. [고양이 티블스 - 뉴질랜드 스티븐스섬굴뚝새] / ⓒ maritimenz.govt.nz)


이렇게 계속 잡아온 굴뚝새는 무려 십 여 마리나 되었습니다. 그제야 데이비드 라이얼은 이 새가 처음 보는 새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는 영국의 조류학자에게 이것들을 보냈고, 영국 조류학계에서는 이 희귀 새에 대해 연구하기로 하였습니다. 그렇게 해서 이 새는 뉴질랜드 스티븐스섬 굴뚝새라는 학명이 붙었습니다. 


사진: 박재로 남은 스테판섬굴뚝새. 이제는 트래버시아 라이얼리로 학명이 바뀌었다.(박재로 남은 스테판섬굴뚝새. 이제는 트래버시아 라이얼리로 학명이 바뀌었다. [뉴질랜드 스티븐스섬굴뚝새 - 고양이 티블스] / ⓒ New Zealand Birds Online)


하지만 그게 끝이었습니다. 이후로는 스티븐스섬 굴뚝새를 볼 수가 없었습니다. 마지막 남아 있던 새들을 고양이 티블스 한 마리가 멸종시켰던 것입니다. 한 마리의 개체가 종의 분류를 끊어버리는 순간입니다. 그러나 그 잘못의 원인은 고양이가 아니라 아무렇게나 풀어놓은 인간이었습니다. 

[저작권법 표시] 이 글의 원본: 키스세븐(www.kiss7.kr)


사진: 1899년에 잡힌 박재. 조류학계에서 관심을 가졌으나 이미 멸종된 후였다.(1899년에 잡힌 박재. 조류학계에서 관심을 가졌으나 이미 멸종된 후였다. [고양이 티블스 - 뉴질랜드 스티븐스섬굴뚝새] / ⓒ nzbirdsonline.org.nz


당시 뉴질랜드의 스티븐스섬굴뚝새(또는 스테판뉴질랜드굴뚝새)라고 분류되었던 이 새의 학명은 '트래버시아 라이얼리'로 바뀌었고, 단 12점 만의 표본이 영국에 남아 있습니다. 같은 시대에 살았지만 살아있는 이 새를 본 인간은 한 명도 없습니다. 인간에게는 아무렇지 않은 흔한 침략이 어떤 종에게는 멸종을 가져오는 심각한 일임을 알게 해주는 표본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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