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 잘린 닭 - 동물의 뇌간과 머리 없는 닭 마이크 이야기]
사람들끼리 나누는 말 중에 "머리 잘린 닭이 돌아다녔다"는 말이 있습니다. 이건 정말 가능한 일일까요? 이런 일이 실제로 있었습니다. 머리 없는 닭이 무려 18개월이나 생존했던 기록이 있습니다. 얼마 전엔 태국에서도 비슷한 일이 생겼었습니다. 그러고 보면 닭이 머리 없이 산다는 게 전혀 불가능한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
머리 잘린 닭 마이크 이야기
미국 플로리다 주의 '프루이타' 시에는 "머리 없는 닭 마이크의 날"이라는 기념일이 존재합니다. 이것은 1945년 이 주에서 발생한 머리 잘린 닭 마이크 일화 때문입니다. 닭이 머리 없이 생존해 있다는 소문은 금세 돌았고 닭 주인은 공연을 열어서 돈까지 벌었습니다. 그런 얘기는 종종 있지만 실제로 보기는 어려운 일이니까 말입니다.
(사진: 미국 플로리다의 프루이타 시에서는 머리 없는 닭의 날이 있다. [머리 없는 닭 마이크, 뇌간 머리 잘린 닭 마이크] / ⓒ Fruita, monalisahighwayblues)
프루이타 시에서 양계장을 하던 올슨 가족은 어느 날 저녁 식사를 위해 닭을 잡기로 했다고 합니다. 친정어머니가 준비를 하는 동안 올슨과 부인은 닭의 머리를 자르기 위해 도끼를 들고 나섰습니다. 어떤 기록에서는 팔기 위해 도살했다고도 하지만, 아무튼 그날 저녁 식사의 대상이 된 것은 5개월 된 수탉으로, '와이언도트' 품종이었습니다.
(사진: 닭이 머리 없이 살았던 종류는 와이언도트 품종의 닭이다. [머리 잘린 닭 마이크, 뇌간 머리 없는 닭 마이크] / ⓒ purelypoultry.com)
그날따리 올슨은 보통 닭을 잡던 방법과 달리 목을 최대한 남기려고 했습니다. 장모가 닭의 목 부분을 좋아했기 때문입니다. 올슨은 머리 쪽 가까이 도끼를 쳤습니다. 그런데 놀라운 일이 벌어졌습니다. 머리 잘린 닭이 죽지 않고 다른 닭들과 함께 돌아다니는 것이었습니다. 올슨은 황당해 하며 다시 그 닭의 머리를 자르려고 하다가 미안한 마음에 그만 두었다고 합니다.
(사진: 닭 머리 없이 살고 있다는 소문이 나며 큰 수익까지 얻은 닭 주인. [머리 없는 닭 마이크, 뇌간 머리 잘린 닭 마이크] / ⓒ BBC.com)
올슨은 "좀 있으면 죽겠지"하고 있었지만 머리 잘린 닭은 계속 살아서 돌아다녔습니다. 더구나 아직 머리가 붙어 있는 것같이 행동하고 있었습니다. 난처한 경우가 되자 그는 머리 잘린 닭의 목구멍으로 직접 먹이를 주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며칠이 지나고 한 달이 넘어도 닭은 죽지 않고 살아있었습니다.
(사진: 직접 목구멍으로 먹이를 넣어 주며 18개월을 키웠다. [머리 잘린 닭 마이크, 뇌간 머리 없는 닭 마이크] / ⓒ all-that-is-interesting.com)
머리 잘린 닭 마이크는 목 위쪽에 아직도 '뇌간'이 잘리지 않고 달려 있었습니다. 장모를 위해 최대한 머리 위쪽으로 자르려고 하다 보니 뇌의 아래쪽이 목에서 잘리지 않고 신경과 연결된 상태로 그대로 달려 있었던 것입니다. 동네에는 머리 없는 닭이 살아 있다는 소문이 퍼졌고, 제법 유명해지자 공연 흥행사가 찾아오기도 했습니다.
동물의 뇌간과 머리 없는 닭
생물에서 뇌간은 '중뇌' 등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척추신경과 대뇌를 연결해 주는 곳입니다. 특히 양서류, 파충류, 조류의 뇌간은 신경감각을 통합하는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인간처럼 대뇌가 발달되지 못했으므로 생존을 위해 더 많은 영향력을 끼칩니다. 즉, 본능적으로 신경에 명령을 전달하고 몸을 움직일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사진: 인간을 예로 든 뇌간의 모습. 우측의 동그라미 부분을 확대한 이미지다. [머리 없는 닭 마이크, 뇌간 머리 잘린 닭 마이크] / ⓒ thoughtco.com)
공연 흥행사의 제의를 받고 올슨은 머리 잘린 닭의 순회전시를 하기로 했습니다. 구경을 온 사람들에게 25센트씩을 받았는데, 한 때는 미국인 평균소득의 네 배나 벌기도 했다고 합니다. 그는 "마이크"라는 이름까지 지어주고 보살폈습니다. 스포이트로 물과 곡식을 섞어 넣어 주고 점액 물질이 차오르면 주사기로 뽑아주기도 했습니다.
(사진: 마이크라는 닭은 머리 없이 다른 닭들과 어울렸다. [머리 잘린 닭 마이크, 뇌간 머리 없는 닭 마이크] / ⓒ charismaticplanet.com)
머리 없는 닭 마이크는 의외로 생명력이 강해서 그렇게 1년 6개월이나 더 살았습니다. 머리가 잘릴 때 1kg에 불과하던 마이크는 3.5kg 가까이 자랐습니다. 하지만 전시공연이 계속되던 중 주사기 관리를 잘 못해서 갑자기 죽게 되었습니다. 목구멍에 주사기를 꽂아 둔 채로 잠드는 바람에 사망하고 말았던 것입니다.
(사진: 플로리다 주 프루이타 시에서는 기념물까지 만들어서 홍보한다. [뇌간 머리 없는 닭 마이크, 머리 잘린 닭 마이크] / ⓒ Ed Chandler)
머리 잘린 닭 마이크 이야기는 한 동안 미국에서 유명해서 다른 양계업자들도 돈을 벌 목적으로 머리를 잘라보곤 했습니다. 그러나 11일 정도 살아남은 닭이 한 마리 있을 뿐 흔한 일은 아니었습니다. 이후에 2018년 태국에서도 머리 없는 닭이 일주일이나 살아서 화제가 된 적이 있긴 했지만 마이크만큼 오랜 산 닭은 없었다고 합니다.
(사진: 2003년 닭 머리 없이 찍힌 태국 동영상이 화제가 되었다. [머리 잘린 닭 마이크, 뇌간 머리 없는 닭 마이크] / ⓒ dailymail.co.uk)
보통 머리 나쁜 사람을 "닭대가리"라고 표현합니다. 머리 없는 닭 마이크가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도 어떻게 보면 인간처럼 대뇌 의존도가 높지 않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미국 프루이타 시에서는 아직도 그때의 기록을 전시하고 있고, 2003년에는 "머리 잘린 닭 마이크"라는 영화까지 나왔습니다. 불쌍하게 살았지만 너무도 희귀한 일이니 그런가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