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대왕과 여론조사 - 17만명의 최초의 여론조사]
세종대왕은 칭찬과 비판을 동시에 생각한다고 해도 출중한 인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세금 문제를 해결하려던 중에 세종대왕은 최초의 여론조사를 실시했습니다.
무려 17만 명의 백성이 참여한 여론조사를 통해 세종은 비로소 법을 바꿀 수 있었습니다. 15세기에 백성이 합리적이라고 생각하는 방향으로 국가 시스템을 계획하였다니 놀라운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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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의 최초의 여론조사
동양이든 서양이든 군주가 백성의 생각을 묻는 경우는 역사에 기록되지 않았더라도 많이 있었을 것입니다. 기록상으로 현대의 직접적인 최초의 여론조사는 1824년 미국의 대통령 선거 여론조사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이미 15세기 조선시대에 여론조사라는 것을 했었습니다. 이때가 세종 12년, 1429년의 여론조사입니다.
(경복궁의 하늘 [세종대왕 여론조사 최초의 여론조사] / ⓒ Unknown)
건국 된 지 겨우 26년이 되는 해인 1418년에 세종대왕이 즉위하였습니다. 아직 역사가 짧아서 국가의 여러 제도를 정비해야 할 시기입니다.
고려 말 이후, 세금은 지방 관리가 토지와 풍작의 정도를 결정해서 매기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부자들은 세금을 조금 내기 위해서 지방 관리에게 뇌물을 주곤 했습니다. 반대로 힘없는 백성에게는 힘겨운 세금이 매겨지기도 했습니다.
세종대왕은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공론화를 거칩니다. 우선 1427년 과거시험에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는 것이 좋을지를 문제로 내고, 신하들의 의견도 들었습니다.
그러나 황희 정승 등이 3등급품제에서 바꾸는 것을 반대하니, 농사 상황에 따라 더 많은 등급으로 나누고 싶은 세종의 마음이 심란했습니다. 세종의 최초의 여론조사는 이런 과정에서 이루진 것입니다.
(세종대왕 능역 정화비 [세종대왕 여론조사 최초의 여론조사] / ⓒ Jocelyndurrey)
결국 세종대왕은 국민의 여론을 조사하겠다는 결심을 합니다. 1492년 호조에 명하여 전국적인 여론조사를 하라고 합니다. 무려 5개월에 걸친 이 여론조사를 위해 신분이 낮은 백성에게도 일일이 찾아가서 의견을 물었습니다.
세종의 최초의 여론조사는 17만 명이 넘는 백성을 대상으로 했습니다. 교통이 불편했던 조선시대 초기인 15세기에 이런 일을 했다는 것 자체가 놀라운 일입니다.
세종대왕의 여론조사 민주주의
17만 명을 대상으로 세금 공법을 바꿀 것인지에 대한 여론조사를 마친 후의 결과도 중요했습니다. 찬성이 약 9만여 명, 반대가 약 7만여 명이었는데, 세종은 그저 찬성이 더 많다는 것에 만족하지 않았습니다. 반대가 7만여 명이나 있다는 것을 더 눈여겨봤던 것입니다.
지금에 민주주의는 다수결이라고 하며 무조건 밀어붙이는 정치인들이 많은데, 세종에게서 깨달아야 할 일입니다.
(국세청 홍보 화면 중 [세종대왕 여론조사 최초의 여론조사] / ⓒ 국세청)
이에 세종대왕은 세금 공법의 개편을 미루고 조금 더 보완하기로 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또 6년의 연구가 필요했습니다.
신하들과 더욱 연구하여 토지의 등급을 6등급으로 나누고, 풍작과 흉작의 정도를 9등급으로 나누어서 모두 54가지의 세금 기준을 마련한 것입니다. 이렇게 '전분6등제'와 '연분9등제'를 마련한 뒤에도 다시 공론화를 하여 여론을 물었습니다.
세종은 최초의 여론조사를 한 후에도 백성이 피해를 입을까봐 걱정했습니다. 그중에서 공법 찬성 비율이 2/3가 넘는 경상도, 전라도를 먼저 시험지역으로 정해서 시행했습니다.
이렇게 해서 1429년에 공론화되고 준비를 시작한 공법이 최종적으로 확정된 것이 1444년의 일입니다. 무려 18년을 연구하고 조사하고 실험해서 얻은 결과로 법을 만든 것입니다. [저작권법 표시] 이 글의 원본: 키스세븐(www.kiss7.kr)
(전통 가옥의 모습 [세종대왕 여론조사 최초의 여론조사] / ⓒ monstar6)
세종은 최초의 여론조사로 백성의 의견을 물을 줄 알았고, 과반수가 넘더라도 반대하는 백성의 의견에 귀를 기울였으며, 시행을 하기 전에도 문제가 없는지 일일이 확인하는 왕이었습니다.
15세기에 무려 17만 명에게 의견을 물었던 여론조사에서 지금의 정치인들이 국가의 법을 정할 때 어떤 마음가짐을 가져야 할지에 대한 해답이 나옵니다. 아직도 어떤 정치인은 나라를 다스린다는 표현을 씁니다. 국민을 모신다고 해야 하는 데도 말입니다.
[세종대왕과 여론조사 - 17만명의 최초의 여론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