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물고기 빌딩 - 수천마리 물고기의 뉴월드몰(쇼핑몰)]
태국엔 물고기 빌딩이라는 유명한 곳이 있었습니다. 자세히 말하자면 쇼핑몰에 수천 마리의 물고기가 살고 있는 것이고, 더 정확히 말하자면 망해버린 뉴월드몰의 폐건물에 틸라피아와 잉어가 사는 것입니다. 도시 안의 대형 건물에 수천 마리나 살게 된 희한한 일을 소개합니다.
태국 물고기 빌딩
불과 몇 년 전에 태국 방콕에는 희한한 일이 있었습니다. 인구 800만 명이 넘는 대도시, 그것도 한 나라의 수도 안에 있는 대형 건물 전체가 수족관이 되어버린 일입니다. 중심가의 '뉴월드몰'이라는 태국 물고기 빌딩은 수천 마리의 물고기가 살고 있었지만, 처음부터 수족관으로 지어진 것이 아니었습니다.
(수천 마리의 물고기가 모인 폐건물에서 관광객이 밥을 주고 있다. [태국 물고기 빌딩, 뉴월드몰 틸라피아] / ⓒ siamensis.org)
사실 이 건물은 쇼핑몰이었습니다. 방콕 시내를 가르 지르는 '짜오프라야' 강 인근에 있는 뉴월드몰은 20년 동안 버려진 쇼핑몰 빌딩입니다. 태국의 뉴월드몰은 1982년에 지어졌으나 증축을 한 후 15년 만에 폐쇄되었습니다. 7층짜리로 허가받은 후, 4층이나 더 올려서 11층으로 높이다가 적발된 것입니다.
(물이 고여서 1층 전체가 물고기 연못이 되어 버린 태국 쇼핑몰 건물 [뉴월드몰 틸라피아, 태국 물고기 빌딩] / ⓒ nationtv.tv)
표면적으로는 당국의 허가 기준을 어겼기 때문에 뉴월드몰이 물고기 빌딩으로 됐다고 알려져 있지만, 또 한 가지 이유가 더 있었습니다. 인근에 있는 국왕의 집인 '펠리스'보다 더 높은 것에 대해 국민들이 불편하게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더 엄중한 제재를 당하고 문을 닫게 된 것입니다.
폐허가 된 태국 뉴월드몰
증축 공사 허가가 제재를 받으니 뉴월드몰은 지붕을 얹는 것도 포기하고 공사를 중단해야 했습니다. 더군다나 철거반이 7곳을 철거하여 건물 안에 철거된 콘크리트와 쓰레기들이 널려 있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건물주는 자금 압박과 함께 반발 심리를 보이며 아예 건물을 포기해버렸습니다.
(증축 허가를 얻지 못하고 문을 닫은 방콕 물고기빌딩은 지붕도 없다. [태국 물고기 빌딩, 뉴월드몰 틸라피아] / ⓒ postjung.com)
또한 1999년에는 큰 화재가 발생하여 그나마 있던 지붕을 모두 날려 버렸습니다. 그리고 5년 후부터는 관리가 되지 않던 부실한 건물의 일부가 주저앉아 버렸습니다. 이때까지만 해도 아무도 몇 년 후에 이 건물이 태국 물고기 빌딩이란 소문과 함께 유명해질 것이라는 상상을 할 수 없었습니다. 그저 대도시의 흉물일 뿐이었던 시간입니다.
(대도시 한 복판에 흉물스럽게 남은 방콕 쇼핑몰 [뉴월드몰 틸라피아, 태국 물고기 빌딩] / ⓒ pantip.com)
그 후 1년 동안 지붕도 없는 뉴월드몰에는 빗물과 오염된 물이 고이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큰 문제가 생겼습니다. 폐쇄되어 사람이 다니지 않는 으슥한 공간이 되자 모기들이 알을 낳는 연못으로 변해버린 것입니다. 주변 주민들은 불어나는 모기떼 때문에 골치를 앓아야 했습니다. 태국 물고기 빌딩의 탄생은 이런 사연을 가지고 있습니다.
(모기를 쫓기 위해 풀어 놓은 잉어, 틸라피아가 번식한 것이다. [태국 물고기 빌딩, 뉴월드몰 틸라피아] / ⓒ siam2nite.com)
폐가가 된 뉴월드몰은 1층 전체가 연못처럼 되어 모기의 유충인 '장구벌레'가 잔뜩 번식하고 있었습니다. 이것을 발견한 주민들은 한 가지 묘안을 떠올렸습니다. 이곳에 물고기를 풀어놓아서 장구벌레와 모기들을 퇴치하자는 것입니다. 태국의 물고기 빌딩의 시작은 주민들의 이러한 고민 때문에 몇 마리의 물고기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수천 마리의 물고기 쇼핑몰
풍부한 먹이가 바탕이 돼서인지 몰라도 뉴월드몰에 풀어놓은 '잉어'와 '틸라피아'는 엄청난 번식력을 보였습니다. 특히 틸라피아는 오염된 물에서도 잘 사는 물고기로 유명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비싼 횟감인 '도미'를 대신할 목적으로 '역돔'이라며 들여와서 팔고 있는 생선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역돔이라고 알려진 틸라피아 [뉴월드몰 틸라피아, 태국 물고기 빌딩] / ⓒ BlogGang.com)
470 제곱미터에 달하는 물고기 빌딩의 연못은 어느새인가 천여 마리의 물고기가 득실대는 천연 수족관으로 변신하였습니다. 소문이 나면서 관광객이 찾는 명소가 되어 버렸고, 그들이 주는 먹이 때문에 더 많은 물고기가 서식하였습니다. 그러자 이것들을 잡아서 요리로 파는 가게들도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심지어 태국인은 뉴월드몰의 물고기로 장사를 하기도 했다. [태국 물고기 빌딩, 뉴월드몰 틸라피아] / ⓒ Thailandsusu.com)
그러자 태국은 물고기 빌딩에 대해 애매한 고민에 빠졌습니다. 이것을 관광사업으로 봐야 할지, 위생관리가 안된 양식 물고기 사업으로 봐야 할 지의 문제도 생긴 것입니다. 대도시 한가운데에 자연 방생한 수천 마리의 물고기가 있다는 진풍경은 세계적으로도 희한한 일이 아닐 수 없으니 고민은 더 했을 것입니다.
(정상 영업 당시의 태국 뉴월드몰의 모습. 나중에 방콕 물고기 빌딩이 된다. [뉴월드몰 틸라피아, 태국 물고기 빌딩] / ⓒ workpointtv.com)
그러나 태국 정부는 비위생적인 물고기가 식용으로 사용되는 것을 그냥 놔둘 수가 없었습니다. 주민들의 동의를 기다렸다가 마침내 수천 마리의 물고기를 옮기는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태국 물고기 빌딩의 물고기들은 전국의 여러 수역으로 나누어 풀어놓게 되었습니다. 폐허가 된 뉴월드몰의 정화도 시작하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