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 쉰들러리스트 - 얀 자빈스키와 안토니나 (영화 주키퍼스 와이프)]
1993년 찬사를 받은 영화 쉰들러리스트는 나치 독일군에게 잡혀서 학살당할 뻔한 유대인들을 구해내는 이야기를 그렸습니다. 영화의 실존인물은 독일인이었는데, 폴란드 쉰들러리스트로 얀 자빈스키, 안토니나 부부의 이야기도 있습니다. 영화 주키퍼스 와이프와 소설 미친 별 아래 집은 이 자빈스키 부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폴란드 쉰들러 리스트의 얀 자빈스키
'스티븐 스필버그'의 영화 <쉰들러리스트>는 학살에 직면한 유대인을 구하는 독일인의 이야기로 극찬을 받았었습니다. 그리고, 쉰들러리스트가 실화였다는 것에 세계인들은 놀라워했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에서 나치독일은 유대인을 숨겨주거나 보호하면 최고 사형까지 집행할 정도로 모진 응징을 했었기 때문입니다.
(사진: 히틀러는 전 세계의 유대인들을 죽이고 멸족시키려고 했다. [폴란드 쉰들러 리스트 자빈스키] / ⓒ politis.com.cy)
위험을 무릅쓸 필요가 없는 사람들이 목숨을 걸고 도왔다는 역사는 매우 감동적입니다. 거기에는 폴란드 쉰들러리스트의 '자빈스키' 부부도 있었습니다. '얀'과 '안토니나' 부부는 '바르샤바'에서 동물원의 원장을 하던 폴란드인입니다. 이들은 동물원을 이용해서 약 300명의 유대인을 구했습니다. 그것도 독일군의 감시 아래에서 말입니다.
(사진: 현재의 바르샤바 동물원 모습. 긴박한 역사가 새겨진 곳이다. [얀 자빈스키와 안토니나 자빈스키] / ⓒ Adrian Grycuk)
1939년 독일은 제2차 세계대전을 일으키고 폴란드를 점령했습니다. 폴란드는 소련과 독일 사이에 낀 약소국이었으므로 폴란드 국민들은 속수무책으로 점령당했습니다. 그리고 폴란드에 살던 약 200만 명의 유대인을 비롯해, 유럽 각지에서 유대인들이 붙잡혀 이송되어 왔습니다. 이들은 학살되기 전까지 '게토'나 각종 수용소에서 생활했습니다.
(사진: 게토 안에서 유대인들이 피해자들을 옮기고 있다. [폴란드 쉰들러 리스트 자빈스키] / ⓒ nieznany)
나치 독일군은 폴란드에 입성한 후 폴란드인들뿐만 아니라 동물원에도 해를 끼쳤습니다. 어린 아들이 보는 앞에서 닭들에게 총질을 했으며, 동물원을 독일군이 식용으로 사용할 농장으로 만들어버렸습니다. 폴란드 쉰들러리스트를 자빈스키 부부가 시작하기 전부터 그들은 이미 폴란드 저항군을 지원하고 있었습니다. 얀 자빈스키는 지하조직원으로 활약하였으며 조직원을 숨겨주고 비밀연락도 맡았습니다.
(사진: 바르샤바 동물원 원장이며 폴란드 쉰들러리스트의 주인공. [얀 자빈스키와 안토니나 자빈스키] / ⓒ geni.com)
독일군의 식량공급처가 되어버린 바르샤바 동물원의 원장인 자빈스키 부부는 사육 중인 돼지에게 줄 음식물 쓰레기를 모으러 게토에 들어가곤 했습니다. 이들은 수용된 유대인들이 학살 위기에 있다는 것을 알고는 탈출시키기로 합니다. 이것은 폴란드 쉰들러리스트, 즉 얀 자빈스키 부부의 저항운동으로 이어지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얀 자빈스키와 안토니나 자빈스키 부부
그러나 폴란드 쉰들러리스트는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동물원 안에 독일군이 머물고 있었기 때문에 불어나는 사람들을 숨길 방법이 필요했습니다. 자빈스키 부부는 친척과 지인들을 계속 초대해서 동물원에 손님들이 북적이게 했습니다. 그리고 음식 쓰레기 수거 때마다 데리고 나온 유대인들을 그 사이에 끼어 넣어서 외곽으로 탈출하는 것을 도왔습니다.
(사진: 제2차 세계대전이 일어나자 동물원은 나치독일군의 식량 사육소가 되었다. [폴란드 쉰들러 리스트 자빈스키] / ⓒ warszawa.onet.pl)
얀과 안토니나는 유대인들을 손님이라고도 하고 동물이름으로도 불렀습니다. 유대인들이 친지들과 섞일 때는 손님이 되었으며, 동물원에서 머물러야 할 때는 그들이 숨을 동물 우리의 이름을 따서 토끼, 햄스터, 여우, 코끼리 등으로 불렀습니다. 이들의 철저한 계획으로 인해 독일군들은 폴란드 쉰들러리스트의 존재를 눈치 채지 못했습니다.
(사진: 폴란드 쉰들러리스트의 부인 안토니나. [얀 자빈스키와 안토니나 자빈스키] / ⓒ nypost.com)
동물에게는 사람이름을 붙이고, 사람에게는 동물이름을 붙인 곳... 폴란드 지하조직을 은밀히 지원하는 바르샤바 동물원을 저항군들은 "미친 별 아래 집"이라고 불렀다고 합니다. 약 16만 제곱미터의 넓은 동물원은 나치 독일군의 감시의 눈을 피해서 약 300명이 넘는 유대인들을 구하는 데에 이용되었습니다. 다행히 전쟁이 끝날 때까지 목숨을 건 도움은 들키지 않고 지속될 수 있었습니다.
(사진: 당시 유대인 구출작전에서는 사람과 동물의 이름을 바꿔 불렀다. [폴란드 쉰들러 리스트 자빈스키] / ⓒ metrowarszawa.gazeta.pl)
어쩌면 얀과 안토니나 자빈스키 부부 외에도 이런 선행을 한 사람들이 또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폴란드 내의 반유대인 정서와 공산화에 두려워서 그런 사실을 숨기고 산 사람도 많습니다. 전쟁 이후 예루살렘의 '홀로코스트 기념관'에서 폴란드 쉰들러 리스트의 얀 자빈스키 부부에게 "정의로운 세계 시민" 훈장을 주었지만, 공산화 과정에서 얀 자빈스키는 민족주의 활동으로 인해 동물원에서 쫓겨났습니다.
(사진: 다시 찾은 게토의 모습. 이 곳에서 수많은 사람이 죽어갔다. [폴란드 쉰들러 리스트 자빈스키] / ⓒ Nguyen Quan)
동물을 사랑한 얀 자빈스키는 그 지식으로 바르샤바 사범대에서 동물학을 가르치다가 1974년 조용히 운명했습니다. 폴란드 쉰들러 리스트인 얀 자빈스키 부부의 이야기는 2017년 영화 <주키퍼스 와이프(The Zookeeper's Wif)>로 개봉하기도 했습니다. 이 영화는 소설 '미친 별 아래 집'을 원작하고 있습니다. 이 책은 북어워드에서 수상을 하고 뉴욕타임즈 선정 베스트셀러에 오르기도 했습니다.
(사진: 왼쪽이 실제 주인공. 오른쪽이 영화 주키퍼스 와이프의 주인공 모습. [얀 자빈스키와 안토니나 자빈스키] / ⓒ The Zookeeper s Wife)
경제적으로 여유로운 사람이 어려운 사람을 돕는다는 것은 자신의 목숨을 걸고 남의 목숨을 돕는 것보다는 쉬운 일입니다. 아쉽게도 지금의 재벌들은 그마저도 흔하지 않지만, 그런 면에서 폴란드 쉰들러리스트의 얀 자빈스키 부부가 위험을 감수한 행동은 칭찬받아 마땅합니다. 세상은 어디엔가 숨어있는 의인들 덕분에 멸망하지 않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