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살로메 : 릴케, 니체, 프로이트의 뮤즈로 산 팜므파탈의 자유연애]
이 글은 뮤즈 팜므파탈 루살로메와 릴케, 니체, 프로이트의 연애관계를 다룹니다.
철학자 니체, 작가 릴케, 정신분석학자 프로이트는 한 여인을 사랑했습니다. 이들에게 영감을 불어넣고, 한편으로는 절망을 안기기도 했던 여인의 이름은 루살로메입니다. 그녀는 자유연애주의자이며 동시에 여러 남자와 동거했던 작가, 정신분석학자입니다. 세기의 뮤즈라고 불리는 루살로메에 대한 남성편력의 뒷이야기를 모아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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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남자와의 동거, 여러 남자와의 연애 - 루살로메
루살로메는 당시로서는 매우 독특한 삶을 산 사람입니다. 정식 이름은 '루 안드레아스 살로메'(Lou Andreas-Salomé)라고 합니다. 1860년대에 태어난 독일의 작가이자 정신분석학자이지만, 혈족은 프랑스계 러시아 태생입니다.
그녀의 아버지는 제정 러시아의 로마노프 왕가의 군인이었습니다. 어머니는 19살 연하였는데, 아버지는 어머니가 방에 들어올 때마다 일어서서 반기는 애정을 보였다고 합니다. 여섯 자매 중 막내로 태어난 루살로메는 어릴 때부터 부족함이 없이 평생을 살았습니다.
(사진: 16세의 루 살로메. 원래 이름은 루 안드레아스 살로메이다. 러시아와 이탈리아, 독일에서 살았다. [팜므파탈 루살로메와 니체, 릴케, 레, 프로이트] / ⓒ 기록사진)
그래서인지 정신세계도 자유분방하고 자기주도적인 면이 강한 성격을 가졌습니다. 루살로메의 이런 성격 때문에 수많은 예술가와 학자에게 영감을 주기도 했는데, 그래서 루살로메를 뮤즈라고 하기도 합니다. 뮤즈의 뜻은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시와 예술의 여신을 말합니다.
루살로메는 시인, 작가, 학자, 음악가, 언어학자, 학생 등 수많은 사람과 사귀었었습니다. 그녀 자신도 작가였기 때문에 대화와 편지 등을 통해서 영감을 주기도 했습니다. 이런 점이 남자들에게는 매력으로 보였던 것 같습니다.
(사진: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뮤즈들의 모습. 뮤즈는 예술에 영감을 주는 여신이다. [팜므파탈 루살로메와 니체, 릴케, 레, 프로이트])
하지만 한편으로는 팜므파탈로 인식되기도 합니다. 그녀 때문에 여러 남자들이 고통을 받기도 하고 어떤 이는 자살을 하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팜므파탈의 뜻은 억제할 수 없는 매력으로 결국은 상대를 파멸로 이끄는 경우는 말합니다.
그녀는 결혼에 얽매이지 않으려고 했고, 동거는 하되 잠자리는 하지 않으려고 했습니다. 어떤 때는 두 남자와 셋이 동거를 하기도 했습니다. 한 남자와 사귀면서도 다른 애인과 여행을 가곤 했으며, 육체적으로 끌리는 남자와 지적으로 끌리는 남자를 확실하게 구별해서 잠자리를 했습니다.
(사진: 루 살로메와 사귄 후 불행해진 사건들로 인해 팜므파탈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거부할 수 없는 매력으로 파멸로 몰고 가는 팜므파탈. [팜므파탈 루살로메와 니체, 릴케, 레, 프로이트] / Enrique Meseguer)
루살로메는 당시의 남자들이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독특한 삶을 고집했고, 이것은 사랑하는 사람에게도 양보 없이 적용되었습니다. 그리고 그녀는 저서에서 이것을 '서로에게 맞추는 것이 아니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관계'라고 표현합니다.
루살로메의 저서로는 '작품에 나타난 니체', '에로티시즘', '하얀 길 위의 릴케', '프로이트에 대한 감사' 등이 있습니다. 그녀가 사귀었던 남자는 확인되는 사람만 해도 10명입니다. 모두 상류층이거나 각 분야에서 우수했던 사람이었습니다.
(사진: 루 살로메도 작가이며 학자이고 다방면에 지식이 있는 여성이었다. 무비 루 살루메의 한장면. [팜므파탈 루살로메와 니체, 릴케, 레, 프로이트] / ⓒ 무비 캡처)
루살로메와 니체, 그리고 레와의 관계
러시아에 살던 루살로메의 첫 번째 남자는 루터교의 목사인 '길로트'였습니다. 18세의 루살로메는 43세의 길로트에게 종교학, 철학, 문학 등을 배웠습니다. 길로트는 사랑을 느끼고 청혼을 하였지만, 루살로메는 거절을 한 후 피하듯이 스위스 취리히의 대학에 진학했습니다.
그리고 루살로메는 로마로 여행을 갔다가 철학자 '파울 레(Ree)'를 만나게 됩니다. 루살로메에게는 그저 지식을 공유할 한 남자일 뿐이지만 레에게는 운명적인 만남이었습니다. 레는 루살로메에게 빠져들어 청혼을 하게 되었습니다.
(사진: 17세의 루 살루메. 얼마 후 길로트에게서 청혼을 받게 된다. 외모가 뛰어나지는 않지만 말과 행동, 특히 지식면에서 매력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팜므파탈 루살로메와 니체, 릴케, 레, 프로이트] / ⓒ 기록사진)
하지만 21세의 루살로메는 창혼을 거절하며 희한한 제안을 합니다. 남자 한 명이 더 있다면 같이 살 생각이 있다는 것입니다. 32세의 레는 같이 지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좋아서 자신에게 철학을 가르쳐 주던 37세의 '니체'에게 부탁을 했습니다.
결국 루살로메와 니체와 레는 한 집에 이상한 동거에 들어갔습니다. 그러나 그 해 여름, 이 관계도 깨지게 됩니다. 니체와 함께 별장에 놀러간 어느 날, 루살로메에게 반해버린 니체가 청혼을 하자 관계를 청산하고 레에게 가버린 것입니다.
(사진: 한 여자와 두 남자의 결혼생활. 이상한 동거에 들어간 루 살로메와 니체, 파울 레가 같이 사진을 찍었다. [팜므파탈 루살로메와 니체, 릴케, 레, 프로이트] / ⓒ 기록사진)
루살로메가 레와 단독 동거에 들어가자 사랑에 빠진 철학자도 감정에 흔들리고 말았습니다. 실망과 분노에 찬 니체는 레와 루살로메를 비난했고, 심지어 레에게 결투를 신청하기도 했습니다.
마치 광기에 휘말린 듯한 이 시기에 니체는 천재성을 발휘하며 명작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저술했습니다. 이 책은 철학소설이며 퇴폐주의와 허무주의로 들어찬 현대문명 전체를 비판하는 내용이 들어 있습니다. 이후 루살로메로 인해 니체는 10여 년간이나 주체할 수 없는 삶을 보내게 됩니다.
(루살로메와 릴케의 유별난 동거)
한편 레와 루살로메는 독일의 베를린에서 5년 정도를 살았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루살로메가 또 다른 남자인 동양언어 학자 '안드레아스'와 사귀었습니다. 안드레아스도 청혼을 했으나 거절을 당하고, 반전이 일어납니다. 안드레아스는 자기 가슴에 칼을 꽂으며 죽을 결심으로 결혼을 부탁했고, 루살로메가 결국 승낙을 하게 된 것입니다.
레에게는 너무나 슬픈 소식이었습니다. 방황하던 레는 4년 뒤, 루살로메와 추억이 깃든 곳을 찾아가서 자살하고 말았습니다. 참고 참으며 한 여자만 바라보던 레는 그렇게 생을 마감한 것입니다.
(사진: 무비 루 살로메의 한 장면. 왼쪽이 니체, 오른쪽이 파울 레이다. 레는 결국 슬픔 속에서 자살을 하게 된다. [팜므파탈 루살로메와 니체, 릴케, 레, 프로이트] / ⓒ 영상 캡처)
루살로메와 릴케, 그리고 프로이트와의 관계
41세의 안드레아스는 26세의 루살로메를 차지했지만, 그것도 반쪽뿐인 결혼이었습니다. 잠자리도 같이 할 수 없고 루살로메가 새로운 남자친구를 사귀는 것에도 관여할 수 없는 조건이었기 때문입니다. 그사이 루살로메는 정치인인 '레데부르크'와 사귀었고, 의사인 '피넬레스'도 사귀었습니다.
그러다가 루살로메가 36세가 되던 해에 뮌헨대학을 다니던 21세의 '릴케'를 만납니다. 릴케는 순수한 영혼을 노래한 서정시인이며 '그대의 축제를 위하여', '오르페우스에게 바치는 소네트'등의 시를 쓴 최고의 시인이 될 사람입니다.
(사진: 루 살로메와 남편 안드레아스. 루살로메가 잠자리를 거부하고 외간 남자와 연애를 해도 간섭할 수 없는 조건을 걸고 결혼한 부부였다. [팜므파탈 루살로메와 니체, 릴케, 레, 프로이트] / ⓒ 기록사진)
릴케와 루살로메는 남편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동거에 들어갔고, 심지어는 남편과 셋이서 여행을 떠나기도 했습니다. 릴케의 예민한 감성에 루살로메는 영감을 주기에 충분한 여자였지만, 그 자유분방한 자유주의 연애관은 릴케를 힘들게 만들었습니다.
릴케는 점점 신경질적이 되어갔고 루살로메는 결별을 선언했습니다. 릴케는 죽는 순간까지도 왜 루살로메가 자신을 떠나갔는지 궁금하다고 말할 정도로 깊이 빠져있었다고 합니다. 그때 즈음, 과거의 연인이었던 레의 자살소식이 전해지고, 루살로메는 방황하다가 지난 애인인 피넬레스에게 돌아갔습니다.
(사진: 서정시인 릴케(왼쪽)과 루 살로메(가운데). 14살의 나이 차이에도 불구하고 릴케는 사랑의 시를 바쳤지만 루 살로메는 떠나가고 말았다. [팜므파탈 루살로메와 니체, 릴케, 레, 프로이트] / ⓒ 기록사진)
하지만, 역시 오래 가지는 못했습니다. 피넬레스의 가지게 되었는데, 피넬레스는 남편에게 고백하자고 했지만 루살로메는 낙태를 해버리고는 그를 떠나갑니다. 이로 인해 상처받은 피넬레스는 그 이후 죽을 때까지 독신으로 살게 됩니다.
그러던 중, 릴케의 집착적인 예민한 신경이 개기가 되어 정신과의사인 '브예레'를 사귀게 되었습니다. 브예레와도 연인으로 지냈던 것으로 알려졌지만, 51세가 되던 해에 정신분석학의 대가인 '프로이트'를 만나 정신분석학을 공부하는 개기가 되었습니다.
(사진: 루 살로메와 프로이트. 프로이트 박사와도 인연을 맺었으나, 그 제자와 동시에 연애를 하기도 했다. [팜므파탈 루살로메와 니체, 릴케, 레, 프로이트] / ⓒ www.kiss7.kr 편집)
프로이트는 지적으로 루살로메에게서 존경을 받는 인물이었습니다. 심리학을 무의식적인 면에서 연구한 정신분석학은 인간 역사이래로 없었던 학문이었습니다. 프로이트와 루살로메는 상호존중하는 관계였습니다. 그러나 늦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프로이트의 제자인 '타우스크'와 또 연애를 시작했습니다. 언제나 그랬듯이 사랑에 얽매이는 여자가 아니었기에 타우스크도 상처를 받고 자살을 하게 됩니다.
루살로메는 기존의 가부장적인 사회를 거부하는 주도적인 삶을 살았습니다. 그러나 사랑이란 관점에서 볼 때, 너무도 많은 사람에게 상처를 입히는 삶을 살았던 사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