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개혁 서초동 촛불집회 인원은 5만인가, 200만 명인가]
집착에 가까울 정도로 정치를 싸움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은 숫자에 민감합니다. 그래서 한쪽에서는 깎아내리고 한쪽에서는 부풀리려고 합니다. 하지만 정치를 "무엇이 옳은가"에 집중하는 사람들은 많은 사람이 모였다는 것이 더 중요한 것이 아닌가...라고 되묻습니다. 그들은 실제 민심이 어느 정도인가에 더 관심을 갖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초동에서 열린 검찰개혁을 위한 촛불집회 인원이 이슈가 되고 있는 시점에서, 왜 이것에 집착하는가, 합리적인 추론은 무엇인가를 살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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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동 촛불집회 인원수
서초동에서 열린 검찰개혁을 위한 촛불집회의 인원은 보수 측 주장에서 5만 명 정도이고, 진보 측 주장에서 200만 명입니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참가자 수를 깎는 쪽은 자유한구당이 중심이며, 수를 불리는 것은 민간 주최 측이 중심입니다. 주최 측이라 함은 온라인 언론인 '시사타파'를 말합니다.
사실 자유한국당 입장에서는 매우 놀랄만한 일입니다. 지금까지 보수언론을 중심으로 법무부 장관 비난이 주류를 이루도록 이끌어 왔는데, 그에 반대하는 국민의 수가 통계조사보다 더 강력했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어느 쪽을 지지하는 국민이 더 많냐는 세력 대결로 연결됩니다.
(머니투데이 [검찰개혁 서초동 촛불집회 인원] / ⓒ http://moneys.mt.co.kr/news/mwView.php?no=2019093013338078242&code=w1602&VRN)
검찰개혁 촛불집회 인원이 5만 명이냐 200만 명이냐로 시끄러운 이유도 이런 시각들의 충돌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한쪽에서는 깎아내려야 하고 한쪽에서는 부풀리고 싶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퇴진운동에서 수백만 촛불집회에 대항하기 위해 당시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은 돈까지 줘가며 반대 집회 참가자를 모집했지만 인원수에서 상대가 되지 않았었습니다. 더구나 탄핵집회는 자발적인 참석이었으므로 보수주의 쪽에서는 정말 자존심 상하는 일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인구 유동을 연구하는 전문가들의 의견들을 종합하면 대체로 양쪽 모두 과장됐다는 의견입니다. 일단 눈으로만 확인해도 지금껏 있었던 다른 집회보다 엄청나게 많은 인원이 모인 것은 확실합니다. 그러나 교통 통제가 있는 상황에서 평당 계산을 할 때 사람이 모일 수 있는 한계도 있으니 무한정 많다라고만 할 수도 없습니다.
가장 좋은 방법은 시간당 촬영을 해서 인원을 센 후 같은 장소에 같은 사람이 얼마나 있었느냐를 대조하는 것인데, 이것은 가능한 일도 아니고 과거에 독재정권에서 시위 참가자를 구속시키기 위해 사진 대조를 하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이데일리 [검찰개혁 서초동 촛불집회 인원] / ⓒ https://www.edaily.co.kr/news/read?newsId=03401366622648656&mediaCodeNo=E)
모 언론사에서 추론 자료로 집회 시간 동안의 지하철 하차 인구를 기사로 냈습니다. 이 기사에 의하면 서초동의 검찰개혁 촛불집회 인원은 최대 10만 명입니다. 하지만 이 기자의 다른 기사들을 보면 복지를 비판하는 등 보수를 두둔하는 기사들도 있기에 순수한 의도의 기사인지는 알 수 없습니다.
이 기사를 읽은 참가자 중 교통통제 때문에 버스에서 내려서 걸어간 사람과 지방에서 버스를 대절해서 온 사람들은 어리둥절해합니다. 그나마 중립적인 분석으로는 집회 시간별 유동인구를 계산하는 것이라고 하더라도, 이렇게 계산 외적인 참가 인원이 많으니 이 또한 믿기 어려운 일입니다.
집회 인원은 어떻게 계산하나?
가장 간단한 계산법은 면적 당 인구 계산입니다. 3.3제곱미터(1평) 당 사람이 앉으면 5~6명, 서면 9~10명이라고 했을 때 서초동의 촛불집회 장소 면적을 계산하면 5만 명 정도의 인구가 나온다고 합니다. 이것은 흔히 말하는 '페르미 추정법'이라는 것인데 허점이 많습니다.
관찰자가 판단할 때의 집회 가능 공간만을 계산하므로, 사람이 너무 많아서 골목이나 먼 주변부로 밀려난 인원수는 모두 제거됩니다. 집회 전에 미리 왔다가 가거나 집회 후 늦게 도착한 사람도 모두 제거되며, 관측자의 판단으로 7시가 피크라고 생각했지만, 실제 피크가 10시일 경우 7시에 측정된 인원보다 많은 인원은 다 제거됩니다. 더구나 A가 1시간 후 집에 가고 그 자리에 B가 와서 앉아도 같은 사람이라고 보고 추가 인원도 모조리 제거됩니다.
(MBC [검찰개혁 서초동 촛불집회 인원] / ⓒ http://imnews.imbc.com/news/2019/politic/article/5519932_24691.html)
그런데 문제는 4~6시간이 넘는 집회에 계속 같은 사람이 앉아있냐는 것입니다. 집회를 참석해 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대부분 공감하겠지만, 집회에 갔다가 약속 장소로 향하거나 계속 이동하다가 30분도 안 되게 참가하거나 카페에 들르거나 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5시간이 넘는 집회에 계속 남아 있는 것은 돈을 받고 참석하는 경우에나 가능합니다. 이 경우에는 처음부터 끝까지 일정한 규모가 유지되는데, 박근혜 탄핵 촛불집회나 검찰개혁 촛불집회 인원의 경우엔 거의 자발적인 민간 집회였으므로 같은 인구가 100% 끝까지 남는 경우는 흔치 않다고 보는 것이 더 타당합니다.
그러므로 가장 합리적인 방법은 한 두 시간마다 바뀌는 인구를 계산해서 총 집회 참가인원을 추정하는 것입니다. 한 사람이 2시간 정도 집회에 참여한 후 이동한다고 예상할 때, 집회 전과 집회 후의 인원까지 일정 시간마다 계산하는 것입니다. 거기에 신간에 따른 증감률과 교통 이동 증감률을 복합적으로 계산하면 어느 정도 보완이 가능할 것입니다.
유동인구 연구자의 인터뷰 기사에 의하면 유동인구에 따른 면적 계산을 한다면 80만 ~ 100만 명이 집회에 참가할 수도 있다고 합니다. 물론 현장 참가자의 증언에 의하면 100만 명보다도 더 많게 보였다고 합니다. 또 다른 연구자의 인터뷰를 보면 현지 교통과 면적을 고려할 때 30만 명 정도도 적당한 판단이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뉴시스 [검찰개혁 서초동 촛불집회 인원] / ⓒ http://www.newsis.com/view/?id=NISX20190929_0000783981)
아래는 한 방송과 인터뷰한 주최 측의 발언 내용입니다.(시사타파 대표 이종원)
"저희 목표가 10만 명이었는데, 그 거의 수십 배가 갑자기... 저희가 봐도 인원이 늘어나다 보니깐, 대한민국 집회 사상 무대가 둘러 싸이는 집회는 처음이었던 것 같아요. 처음엔 이쪽 방면만 꽉 차면 5만 명 정도만 나와도 되겠다... 생각하고 이쪽을 중심으로 했는데 나중에 저희가 뒤를 돌아보니까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많은 분들이 모여서 중간에 무대를 돌리고 싶어요. 이번 집회 특징이 스피커를 들은 분들은 10만 명도 안되고, 나머지 100만 명 이상은 본인들끼리 구호 외치고 뭐 그러다가 가셨어요. 그분들에게 정말 죄송하지요."
유동인구 계산이 더 중요하다
이 반응을 봤을 때, 5만 ~ 10만 명을 준비한 집회에 자유한국당 주장대로 5만 명이 나왔다면 별로 놀랄 일이 아닙니다. 그렇다고 주최 측 주장만 듣고 200만 명을 인정하는 데에도 한계가 있으므로, 그 중간 즈음을 30만 명인가, 100만 명인가에서 잡는 것이 가장 타당할 것입니다. 다른 교통수단을 제외한 지하철 유동인구를 기준으로 본다면 30만 명에 가까울 것이고, 지난 박근혜 탄핵 촛불집회 규모의 기억과 비교해 본다면 100만 명에 가까울 것입니다.
그러나 정작 그 보다 중요한 것은 주최 측이 예상하지 못할 정도로 자발적인 참여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KBS [검찰개혁 서초동 촛불집회 인원] / ⓒ http://news.kbs.co.kr/news/view.do?ncd=4294091)
자유한국당의 5만 명 주장은 주최 측 주장의 40분의 1, 한 인터뷰 학자의 20분의 1, 또 다른 학자의 6분의 1, 보수적 기자 예상의 2분의 1입니다. 어떠한 경우든 축소를 하려고 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반면 주최 측 200만 명 추산 인원도 집계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을 들어보면 어림잡아 추정한 인원이라는 것이 느껴집니다.
그러므로 서초동에 모인 검찰개혁 촛불집회 인원은 5만 명도 200만 명도 아니며, 지난 집회와 비교를 해서 가중치를 두는 것이 알맞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자유한국당이 반대 집회를 추진해서 집회를 한 것과 비교하면 어떨까요?
집회 인원의 비교를 유동인구 계산에 의해 본다면 자발적인 집회일수록 불리합니다. 민간이 주도해서 여는 집회는 흔히 말하는 "입소문"에 의한 참여 홍보입니다. 그러나 정치세력이 주도하는 집회는 조직력을 동원한 집회입니다. 조직이 주도하는 집회는 최대한 끝까지 잡아두는 형식 또는 애초에 암묵적으로 그것을 알고 있는 사람들이 참여하는 집회입니다. 즉 이들은 한 자리에 오래 머뭅니다.
예를 들어, 민간 주최의 개인적인 참여 인원이 2시간마다 같은 자리에 앉으면 6시간 집회 동안 3명이 참여하게 되는데, 조직에 의해 동원된 인원은 끝까지 같은 자리에 있으므로 사람이 3분의 1 밖에 안 되어도 같은 인원이 참가한 것으로 계산되니 매우 유리한 조건입니다.
만약 이런 이점을 안고 정당이 나서서 집회를 주도했음에도 참여인원이 같거나 적다면, 어쩌면 망신일 수도 있겠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상대편의 참가자 수를 줄이려고 안간힘을 쓰는 것은 그야말로 억지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앞서 말했듯이 집회 참가자를 세는 것은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질 좋은 집회는 조직의 주도 없이 자발적인 참여가 최상이고 그것이 진짜 다수이기 때문입니다. 양쪽 모두 자발적인 참여라고 할지라도 조직력이 주도하는 것은 마이너스 요소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서초동의 검찰개혁 촛불집회 인원과 반대 집회 인원의 비교는 통계의 시각에서 봤을 때 재미있는 비교가 될 수 있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