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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산드르 카렐린, 롤런 가드너 - 시드니 올림픽 레슬링 대결

2019. 4. 13.

[알렉산드르 카렐린, 롤런 가드너 - 시드니 올림픽 레슬링 대결] 


2000년 시드니 하계올림픽은 레슬링 그레코로만형에서 예상치 못한 일이 일어난 대회입니다. 최강의 영장류라고 불리는 알렉산드르 카렐린과 최강의 땀 롤런 가드너의 대결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 두 사람의 경기는 재미없으면서도 스포츠계에 한 획을 그은 요상한 경기였습니다. 

그러나 카렐린과 가드너는 선수로서 나름의 최선을 다하는 사람들이었고 인생 자체도 파란만장했습니다. 






알렉산드르 카렐린, 롤런 가드너 


1988년 '서울 올림픽'에서는 새로운 영웅이 탄생했습니다. 소련(러시아)의 '알렉산드르 카렐린'은 레슬링에서 130kg이 넘는 상대 선수를 가지고 놀듯이 들어 던져서 금메달을 땄습니다. 

이 선수는 그 후 올림픽 3연패를 하는데, 6년간 단 1점도 내주지 않고 7년간 무패를 했습니다. 러시아 사람이라면 거의 모두 알 정도로 유명한 그는 그레코로만형 레슬링에서 적수가 없었습니다. 공식적으로 통산 888 경기 중 887승을 한 선수입니다. 


사진: 최강의 영장류, 헤라클레스인 러시아의 알렉산더 카렐린(최강의 영장류, 헤라클레스인 러시아의 알렉산더 카렐린 [알렉산드르 카렐린 롤런 가드너 시드니 올림픽 레슬링] / ⓒ vikiperm.com)


별명이 최강의 영장류인 알렉산드르 카렐린에게 1패를 안겨준 사람은 미국의 '롤런 가드너'였습니다. 그도 나름 레슬링을 잘하는 선수였지만 미국 1위는 아니었습니다. 그런 가드너가 카렐린과 맞붙게 된 이유는 카렐린이 너무 최강이었던 것에 있습니다. 

레슬링은 너무 기량 차이가 크면 기권을 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당시 미국 1위가 카렐린에게 계속 연패를 하고 있었기 때문에, 지거나 기권하는 것보다는 2위인 롤런 가드너로 한번 바꿔 보는 게 났겠다는 계획이었습니다.




롤런 가드너가 알렉산드르 카렐린에게 질 것이라는 전망은 당연한 듯 보였습니다. 사진을 보면 알 수 있겠지만, 카렐린은 191cm에 130kg이지만 다른 헤비급 선수와 다르게 몸 자체가 근육질입니다. 

거대한 몸의 체지방률이 겨우 10%였으니 사람들은 약물을 복용하는 게 아닐까 의심을 할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7백여 회의 도핑테스트를 집요하게 했음에도 그는 모두 통과했습니다. 별명이 최강의 영장류 카렐린인 이유도 영장류 중에 고릴라를 훈련시키지 않으면 그를 이길 자가 없다는 평가에서 나온 말입니다. 


사진: 알렉산더 카렐린을 꺾은 미국의 롤런 가드너(알렉산더 카렐린을 꺾은 미국의 롤런 가드너 [롤런 가드너 알렉산드르 카렐린 시드니 올림픽 레슬링] / ⓒ U.S. Army)


드디어 시드니 올림픽 레슬링 결승이 열렸습니다. 롤런 가드너 입장에서는 얻기 힘든 기회를 얻었으니 이긴다기보다는 지지 않으려고 작전을 짰습니다. 

그것은 아예 카렐린에게 잡히지 않기 위해 방어에 방어만 하는 작전이었습니다. 한번 잡히면 내동댕이 쳐질 것이므로 무조건 손을 쳐내고 시간을 끄는 작전으로 힘을 빼는 것이 목적입니다. 보는 사람 입장에서는 정말 재미없는 치사한 경기였지만, 어차피 질 경기에 대신 나온 것이니 그것이 최선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실제로 이 작전은 아주 잘 먹혀들었습니다. 




롤런 가드너, 알렉산드르 카렐린 


롤런 가드너가 알렉산드르 카렐린에게 잡히지 않으려고 한 것은 그 유명한 "카렐린 리프트" 때문입니다. 대형 냉장고를 짊어매고 5층까지 나르는 괴력을 가진 카렐린은 온몸의 근육을 이용해 거구의 상대를 들어 던지는 기술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반면 카렐린에 비해 가드너의 몸은 어찌 보면 포동포동한 뚱뚱보 같은 몸입니다. 

그러나 가드너의 장점은 지구력이었습니다. 끈질기게 장시간 버티는 능력이 있었기에 카렐린이 지치도록 만들었습니다. 아무리 붙잡으려고 해도 카렐린은 가드너를 잡아 올릴 수가 없었습니다.


사진: 카렐린 리프트는 압도적인 괴력으로 공포를 주었다(카렐린 리프트는 압도적인 괴력으로 공포를 주었다 [알렉산드르 카렐린 롤런 가드너 시드니 올림픽 레슬링] / ⓒ syl.ru)


결국 연장전까지 가는 접전이 벌어졌고 카렐린도 나이를 먹어서인지 고전을 했습니다. 하지만 사실 롤런 가드너는 더 죽을 지경이었습니다. 온몸이 기름기 섞인 땀으로 범벅이 되었습니다. 결국 알렉산드르 카렐린은 롤런 가드너의 땀 때문에 손이 계속 미끄러지자 짜증이 나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그를 치고 말았는데, 이것이 경고 벌점 1점을 내주는 꼴이 되었습니다. 6년 만에 처음 내주는 점수였습니다. 카렐린 입장에서는 기름땀 덩어리와 싸우는 기분이었을 것입니다. 그리고 이것이 결승점이 되었고, 시드니 올림픽 레슬링 금메달은 가드너의 차지가 되었습니다. 




단 한 차례 부상 기권을 제외하면 무려 13년간 무패를 해 오던 알렉산드르 카렐린은 이 경기 후 은퇴를 선언했습니다. 그 후 러시아 대통령 푸틴의 경호원이 되었고, 26세 나이에 최연소 중장 계급을 달면서 사령관을 하기도 했습니다. 더구나 인격적으로도 인기가 많아서 선거에 손쉽게 이기고 국회의원이 되었습니다. 

그는 204전 전승에 두 체급 그랜드슬램까지 이룬 우리나라의 '심권호' 선수와 함께 레슬링계의 레전드로 뽑힙니다. 한편 카렐린을 이긴 가드너는 세계선수권대회마저 우승하며 그저 땀 때문에 이긴 것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했습니다. 

[저작권법 표시] 이 글의 원본: 키스세븐(www.kiss7.kr)


사진: 가드너와 카렐린의 레슬링의 승부가 났다(가드너와 카렐린의 레슬링의 승부가 났다 [롤런 가드너 알렉산드르 카렐린 시드니 올림픽 레슬링] / ⓒ liveinternet.ru)


워낙 강력한 카렐린 때문에 가드너의 평가가 저조하지만, 그도 나름의 시련이 있었습니다. 스노우 모빌을 하러 갔다가 조난을 당해서 저체온증으로 죽을 뻔했습니다. 그래서 발가락을 하나 잘렸는데, 그러고도 그다음 아테네 올림픽에서 동메달을 땄습니다. 

또 경비행기가 호수에 추락해서 구사일생으로 살아나기도 했습니다. 2000년 시드니 올림픽 레슬링 경기는 알렉산드르 카렐린과 롤런 가드너라는 두 거인이 교차한 시점입니다. 천부적인 재능을 받은 최강의 영장류와 노력으로 결실을 맺은 구사일생의 선수는 레전드로 남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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