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화장지 사재기 열풍 해프닝 - 경제와 가짜 뉴스]
경제는 그저 돈과 계산에 의한 것이 아니라 사람의 심리이기도 합니다. 역사 상에는 가짜 뉴스 때문에 경제와 소비생활에 큰 영향을 준 사건도 많습니다. 일본에서는 화장지 사재기 열풍의 해프닝이 있었습니다. 사람들은 미친 듯이 화장지를 사모으고 그로 인해 가격이 폭등한 사건입니다. 그 원인과 심리적 경제에 대한 관찰을 해 봅시다.
일본 화장지 사재기 열풍
2018년 대만에서는 "화장지 사재기 열풍" 때문에 정부까지 나서서 이성을 찾으라고 했던 일이 있었습니다. 화장지 업체들이 펄프 가격 인상을 이유로 화장지 가격을 30% 올리겠다고 하면서 벌어진 화장지 소동입니다. 그런데 이것은 가짜 뉴스였습니다. 유명 할인마트가 그 소문의 근원지였고 이것을 퍼 나르면서 대만 국민들이 화장지를 무조건 사 모으기 시작했던 것입니다. 결국 대만 정부는 이 할인마트에게 1억 원의 벌금을 물렸습니다.
(2018년 대만의 화장지 사재기 소동의 기사 사진들 [일본 화장지 사재기 열풍 소동 가짜 뉴스] / ⓒ sohu.com)
1973년 일본도 화장지 사재기 열풍이 불었습니다. 1973년은 제1차 '오일쇼크(석유파동)'이 있었던 해입니다. 제4차 '중동전쟁'이 있은 후 산유국들이 원유 가격을 올리면서 전 세계적으로 물가인상과 경제성장률 하락을 가져왔습니다. 물론 일본이든 한국이든 석유 관련 제품은 가격이 오르겠지만, 엉뚱하게 일본 화장지 사재기 소동은 왜 일어난 것일까요? 대만처럼 화장지 가격을 올리겠다는 것도 아닌데 말입니다.
(1973년 일본의 할인매장 화장지 판매대가 싹쓸이 된 모습 [가짜 뉴스 일본 화장지 사재기 소동 열풍] / ⓒ nikkei.com)
1973년 가을, 일본에는 난데없이 화장지 가격이 오를 것 같다는 소문이 돌았습니다. 그리고 어떤 할인마트에서 폭탄세일을 한다며 광고를 했습니다. 사람들은 2시간이나 줄을 서서 화장지를 샀는데, 그 후 갑자기 전국의 화장지가 동이 나기 시작했습니다. 사람들은 마트에 몰려들어서 미친 듯이 화장지를 사재기했고, 많이 사놓지 못한 가정은 불안해했습니다. 곧이어 일반 가게와 백화점에서도 화장지가 싹쓸이되었고 실제로 가격 폭등도 있었습니다.
일본 화장지 소동의 진실
원인은 희한하게 맞아떨어진 사람들의 불안심리였고, 이를 부추긴 상업자본 때문이었습니다. 1973년 오일쇼크(석유파동)로 어수선한 가운데 우연하게도 TV에 일본 산업부 장관이 종이 절약을 하자는 방송이 나갔습니다. 그런데 또 우연하게도 한 할인마트가 화장지 폭탄세일을 한다는 광고를 했는데, 2시간이나 줄을 서고도 화장지를 못 산 사람들이 항의를 하는 장면이 언론에 보도되었습니다. 그러자 이것을 본 사람들이 화장지 대란이 오는지 알고 화장지를 사러 달려갔던 것입니다.
(사실은 잘 생산되고 있는 화장지였지만 가짜뉴스 때문에 생긴 일이다 [일본 화장지 사재기 열풍 소동 가짜 뉴스] / ⓒ toriimiyukki)
신문과 TV 뉴스는 연일 화장지 사재기를 또 보도했고 일본 화장지 사재기 열풍이 점점 더 심각해졌습니다. 가게들이 문을 열면 몇 분만에 화장지가 동이 났고 석유가 부족하니 물가가 뛸 것이라고 예상한 일본 국민들은 미친 듯이 모든 화장지를 계속 사들였습니다. 경제가 타격을 받는다면 모든 생필품이 다 모자랄 것인데도 불구하고 언론에서 계속 화장지 소동만을 보고 있자니 화장지에 집착을 보였던 것입니다.
(1973년의 화장지 소동은 그해 일본의 핫뉴스에 올랐다 [가짜 뉴스 일본 화장지 사재기 소동 열풍] / ⓒ jaa2100.org)
그러나 당시 일본의 실제 화장지 생산은 아주 정상적이었습니다. 오히려 갑자기 화장지가 많이 팔리자 생산량을 늘려서 더 많이 만들고 있는 중이었습니다. 하지만 일본인의 화장지 사재기 열풍은 식을 줄을 몰랐고, 실제로 화장지 가격이 350%나 폭등하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백화점과 일반 매장에서는 재고 확보에 총력을 다 했지만 삽시간에 판매대가 깨끗이 비워지고 사람들은 한 달동 안이나 주렁주렁 화장지 꾸러미를 사 갔다고 합니다.
(오일쇼크 후 일본 사재기 소동을 역력히 보여주는 편집이미지 [일본 화장지 사재기 열풍 소동 가짜 뉴스] / ⓒ katsushika.lg.jp)
최근 경제가 안 좋아지면서 보수 신문들이 집중적으로 안 좋은 면만 더 부각한다는 우려가 생기고 있습니다. 그러나 일반 국민들은 이게 무슨 소리인지 이해 못하는 경우가 꽤 있습니다. 설명을 하자면 실제로 경기가 안 좋더라도 계속 안 좋은 면만을 부각시키면 사람들의 심리가 더욱 위축되어서 경제가 더욱 나빠진다는 이론 때문입니다. 1920년대 미국의 경제공황, 1990년대 아시아 금융위기 등이 실제로 심리적 양향도 더해져서 더욱 수렁에 빠진 경우입니다.
심리 경제에서 우리가 생각할 것들
보수 경제인으로 알려진 국내 모 교수가 조사한 "민생지수"를 보면, 노무현 정부 때의 민생지수는 이명박 정부 평균보다 좋았고 박근혜 정부의 전체보다도 좋았던 그래프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현재의 침체국면도 이미 박근혜 정부 때부터 시작된 하강국면으로 나옵니다. 그러나 당시 국내 보수언론과 보수정당은 참여정부가 경제를 파탄 냈다며 맹공격을 퍼부었습니다. 그래서 국민들은 당시 경제가 완전 최악인 줄 알고 있었을 것입니다. 일본 화장지 사재기 열풍과 마찬가지로 매일 주력 언론들이 쏟아내는 최면 효과는 실제로 존재합니다.
(JTBC에서 모 교수가 자신의 연구자료를 보여주고 있다. 노무현 정부 때가 좋았고, 현재 경제는 박근혜 정부 때부터 안 좋았다 [가짜 뉴스 일본 화장지 사재기 소동 열풍] / ⓒ JTBC 신년토론)
그렇다면 보수 언론과 정당은 왜 오히려 경제가 나빠질지도 모르는 위험을 알면서도 이러는 것일까요? 그것은 상대 정당이 크게 잘못해서 국민들이 힘들어졌다고 강조하기 위해서입니다. 결과적으로 그 해가 국민에게 다시 돌아가더라도 다시 정권을 빼앗는 것이 목적이기 때문에 철저하게 자신들의 이익만을 위해서 행동합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경제 문제가 발생했는데 국민이 몰라서도 안 됩니다. 위험하다고 해서 언론이 눈과 귀를 막는 것도 옳지 않은 것입니다.
(싹쓸이 된 오일쇼크의 일본 화장지 매장 판매대 [일본 화장지 사재기 열풍 소동 가짜 뉴스] / ⓒ jiji.com)
그러므로 일본 화장지 사재기 열풍 같은 현상을 방지하려면 경제 문제를 형평성 있게 분석해주는 공정한 정보가 필요한 것입니다. 그리고 언론은 사실 전달에 목적을 둬야 할 뿐, 자신들의 주장을 마치 기사인 것처럼 작성해서는 안 됩니다. 만약 대형 언론들이 보수와 진보 양쪽에 공평하게 배치되어 있다면 공평성이 가능한 일일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주력 언론이 한쪽 성향에 많이 몰려있다면 국민의 심리가 위축돼서 오히려 경제를 수렁에 빠트리는 결과를 만들어냅니다. 하지만, 대책은 있습니다. 국민 중에 "사실"과 "의도"를 분간할만한 국민이 많아진다면, 최악보다 더한 최악을 만들어내는 상황은 오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