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 봉쇄와 공수 작전 - 동서독의 베를린 장벽 분단

[베를린 봉쇄와 공수 작전 - 동서독의 베를린 장벽 분단]​

역사에는 전혀 계획되지 않았던 일들이 종종 발생하곤 하는데, 2차 대전 후 동서독 베를린 장벽 이전의 또 하나의 고립사건인 베를린 대공수 작전이 그 중 하나입니다. 베를린 봉쇄와 공수 작전의 일화는 서베를린에 물량을 대량으로 공수해서 퍼부은 사건으로, 초콜릿과 생필품들이 하늘에서 공짜로 내려오는 풍경을 만들어 냈었습니다. 

[글의 순서]

베를린 봉쇄 공수 작전의 역사 배경

베를린 장벽과 차원이 다른 베를린 봉쇄

하늘에서 떨어지는 초콜릿과 사탕들

​

​

​

베를린 봉쇄 공수 작전의 역사 배경

​

1939년 유럽의 제2차 세계대전이 일어났습니다. 나치 독일은 1945년 히틀러와 함께 패망하였고 미국, 영국, 소련 등의 승전국들은 전쟁 후 독일을 어떻게 할 것인가를 논의하게 되었습니다.

승전국들은 1945년 `얄타회담`에서 독일을 4개 국가로 분단시키기로 했다가, 그해 7월 `포츠담 회담`에서는 하나로 통합된 상태로 통치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사진: 베를린 장벽이 생기기 전, 1948년 발생한 베를린 봉쇄에서 대규모 공수 작전이 있었다. [베를린 봉쇄 공수 작전의 역사 배경] / ⓒ USAF)

​

하지만 미국, 영국, 프랑스가 자본주의 국가였으므로 공산주의를 하던 소련 입장에서는 불만스러운 결정이었습니다. 이렇게 해서 통합된 3국의 지역과 소련 점령지역이 분단되는데, 이것이 서독과 동독의 시작입니다.

그로 인해 수도 베를린도 동서로 분리되었습니다. 아직 `베를린 장벽`이 없을 때였지만, 서베를린은 동독 영토의 한 가운데에 고립되며 `베를린 봉쇄`와 공수 작전의 원인이 됩니다.

​

(사진: 1945년 독일 패망과 함께 분단된 동서독의 영토. 오른쪽의 작은 영역이 서베를린(노란색)과 동베를린(붉은색)이다. [베를린 봉쇄 공수 작전의 역사 배경] / ⓒ Chabe01, 편집 www.kiss7.kr)

제2차 세계대전 후 1945년 독일이 분단된 이유는, 표면적으로는 독일이 다시 전쟁을 하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였습니다. 그러나 내면적인 이유는 소련의 유럽 공산화와 미국의 유럽 자본주의화의 충돌이었습니다.

1947년 미국의 자본주의화 `마션 플랜`으로 동서독의 긴장이 더욱 높아졌고, 동독 영토 안에 섬처럼 남아 있는 서독의 도시 베를린은 베를린 봉쇄라는 위기에 처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다가 나중에는 1961년 베를린 장벽으로 물리적으로도 고립되고 맙니다.

​

(사진: 연합군의 무차별적인 공습으로 5만 명 이상의 피해자와 도시 파괴가 이루어진 베를린의 모습. [베를린 봉쇄 공수 작전의 역사 배경] / ⓒ B.ANTONOV)

서방 국가들이 화폐개혁 등으로 경제를 개편하자 소련은 1948년 6월부터 서베를린의 교통과 전기, 생필품 보급로를 막아버렸습니다. 인구가 200만 명이나 되는 서베를린은 기차와 도로가 막히자 물가가 치솟고 굶주리게 되었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지 얼마 안 되었기 때문에 다시 전쟁을 할 수는 없었으므로, 미국과 소련은 힘의 대결로 서로 응수했습니다.

베를린 봉쇄 공수 작전을 실행하려면 하루 평균 3천여 톤의 물자가 필요했기에 미국은 포기하느냐 뚫어내느냐 두 가지 갈림길에서 고민을 해야 했습니다.

​

​

​

베를린 장벽과 차원이 다른 베를린 봉쇄

​

베를린 장벽은 1961년 생겼습니다. 이때는 동서독 국민들이 서로 으르렁거릴 때였지만, 1948년 베를린 봉쇄가 있을 때에는 그저 패전국 국민일 뿐이었습니다. 왜 봉쇄를 당하는지, 왜 굶주려야 하는지 알지 못했습니다.

1948년 베를린 봉쇄로 서베를린이 굶주림에 빠진 후 미국에서는 포기하자는 의견이 높았습니다. 그러나 당시 대통령인 `해리 트루먼`은 이른바 "공중 가교"를 결정했습니다. 다리를 놓듯이 하늘에 길을 만들어 `공수 작전`을 하겠다는 계획입니다.

​

(사진: 1961년 만들어져서 1989년 해체된 베를린 장벽의 모습. 서베를린과 동베를린을 가로 질러 설치되었었다. [베를린 장벽과 차원이 다른 베를린 봉쇄] / ⓒ Ingeborg Kråka)

소련에 맞서서 베를린 봉쇄 공수 작전을 벌여야 하는 미국은 엄청난 물량 투입을 준비했습니다. 수많은 수송기와 낙하산, 대량의 자금이 투입되었습니다. 미국은 소련이 베를린 봉쇄를 하더라도 버텨낸다면, 국제 사회의 비난 때문에 결국 물러서게 될 것이라고 판단했습니다.

그러나 소련은 하루 3천여 톤 이상 필요한 물자를 미국이 감당하지 못할 것이라고 봤습니다. 미국이 포기하면 서베를린마저 점령할 계획이었습니다.

​

(사진: 소련의 베를린 봉쇄를 풍자하는 삽화. 베를린 봉쇄 공수 작전은 도로마저 봉쇄당한 상태에서 시작되었다. [베를린 장벽과 차원이 다른 베를린 봉쇄] / ⓒ haikudeck.com)

미국은 1948년 6월 말부터 서베를린 시민들에게 필요한 생필품과 연료를 수송기에 실어 나르기 시작했습니다. 하루 3천여 톤 이상이 필요했지만 수송기가 모자라서 초기에는 500여 톤 밖에 운반하지 못했습니다. 미국은 C-47기로도 힘들자 C-54기, DC-3기를 추가 투입하며 박차를 가했습니다. 

결국 1949년 1월에 이르러서는 베를린 봉쇄 공수 작전은 하루 필요량인 3천여 톤을 뛰어 넘어 5천여 톤 이상을 서베를린에 퍼부었습니다. 4월 부활절에는 하루 13000여 톤으로 사상 초유의 기록을 세웠습니다.

​

(사진: 베를린 공주 작전에 동원된 수송기들. 무려 28만회를 넘게 베를린 봉쇄를 뚫고 수송이 이루어졌다. [베를린 장벽과 차원이 다른 베를린 봉쇄] / ⓒ timetoast.com)

베를린 봉쇄에 허덕이는 서베를린 시민들은 서베를린 공항에 30초마다 한 대씩 착륙하는 수송선의 물량 덕분에 굶주림에서 벗어났습니다. 엄청난 물량을 동원하는 미국의 베를린 봉쇄 공수 작전은 지원 물품이 남아 돌아서 저장까지 하는 진풍경을 낳았습니다.

1948년 6월부터 1949년 5월까지 미국과 영국에서는 28만 회에 달하는 수송기 이륙이 있었습니다. 어떨 때는 하루 4천 회 이상의 출격도 있었으니 가공할만한 능력을 보여준 것입니다.

​

​

​

하늘에서 떨어지는 초콜릿과 사탕들

​

1948년부터 약 11개월 동안 미국이 보여준 베를린 봉쇄 공수 작전은 소련을 당혹하게 만들었습니다. 미국이 실제로 그렇게 강력하게 물량을 동원할 줄 몰랐던 것입니다.

전쟁이 일어날까봐 미국이 베를린 봉쇄를 군사력으로 뚫지 못했던 것처럼, 소련 역시 전쟁 우려 때문에 미국의 수송기를 공군력으로 막을 수는 없었습니다. 전쟁을 놓고 두 강대국이 아슬아슬하게 벌였던 게임에서 미국이 물량으로 압도하는 순간입니다. 1961년 베를린 장벽을 설치할 때도 소련은 그런 점을 우려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

(사진: 베를린 봉쇄 공수 작전의 모습. 공항에 착륙하는 경우도 있었고 낙하산으로 투하하는 경우도 있었다. [하늘에서 떨어지는 초콜릿과 사탕들] / ⓒ niehartcoldwar)

베를린 봉쇄와 공수 작전에서 처음에는 식량과 연료에 치중됐던 지원품들도 점차 다양화되었습니다. C-47기와 C-54기를 몰던 한 두 명의 비행조종사들이 가져간 초콜릿과 사탕, 과자 등을 손수건에 싸서 떨어트려 주기 시작하면서 다른 조종사들에게도 퍼져나가게 되었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에서 연합군의 무차별적인 대량 공습으로 베를린 시민이 5만 명이나 사망하면서 공포를 받았던 시민들이, 이번에는 아이들까지 비행기만 보면 뛰어가서 과자와 초콜릿을 줍는 놀라운 상황도 연출되었습니다. 나중에는 기본 공수 물품에 커피나 담배까지 넣어서 지원해 주었다고 합니다.

​

(사진: 하늘에서 내리는 과자와 초콜릿, 사탕 등에 환호하는 베를린의 어린이들. [하늘에서 떨어지는 초콜릿과 사탕들] / ⓒ nicolasbouliane.com)

미국과 영국에서 출발한 수송기들은 매일 서베를린 하늘을 날며 대규모 낙하산 투하작전을 벌였습니다. 베를린 봉쇄의 공수 작전 동안 약 230만 톤의 각종 지원 물품이 하늘에서 내려왔습니다. 이 작전에 동원된 자금은 무려 2억 2천만 달러(현재 시세로 약 3조3천억 원)에 달했다고 합니다.

소련의 공격이 공식적인 것은 아니었지만 연합군에게 피해가 아주 없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연합군은 약 25대의 수송기와 70여 명의 사상자를 냈습니다. 결국 소련은 1949년 5월에 베를린 봉쇄를 풀었습니다. 1961년 베를린 장벽이 세워질 때까지 서베를린의 고립은 모면한 것입니다. 

[저작권법 표시] 이 글의 원본: 키스세븐(www.kiss7.kr)

​

(사진: 베를린 봉쇄 공수 작전에 투입되어 수송 작전을 벌인 조종사와 수송기들의 모습. c-47와 c-54기 등이 동원되었다. [하늘에서 떨어지는 초콜릿과 사탕들] / ⓒ viewliner)

​전쟁을 아슬아슬하게 피해하며 대결했던 베를린 봉쇄 공수 작전은 미국의 무시무시한 물량 공세로 인하여 소련의 굴복으로 끝났습니다. 오히려 공포스러울 정도로 강력한 미국의 생산능력만 전 세계에 확인시켜 준 결과가 된 것입니다. 이로 인하여 유럽은 더욱 뭉쳐서 NATO(북대서양 조약기구)를 창설하는 개기가 되어버렸고, 미국 내에서 트루먼은 강력한 지지력을 확보하여 재선에 성공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진짜 사상초유의 사건인 것은 하늘에서 떨어지는 공짜 초콜릿과 사탕을 받으려고 뛰어가는 아이들의 모습이 아닐까 합니다.

[음성 듣기]

지식을 읽어주는 키스 - 베를린 봉쇄와 공수 작전 : 동서독 베를린 장벽 분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