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 앞 광장에서의 키스 - 로베르 두아노의 사진 작품]
세계적으로 대중에게 인기 있는 사진 중에 시청 앞 광장에서의 키스라는 작품이 있습니다. 이 사진작품은 로맨틱하면서도 흑백영화를 보는 듯한 향수까지 묻어나서 많은 사람들이 좋아합니다. 사진작가 로베르 두아노는 이 사진으로 유명 스타가 되었는데, 그의 사진세계는 풋풋한 인간미가 있는 세계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글의 순서]
1. 시청 앞 광장에서의 키스란?
2. 시청 앞 광장에서의 키스 - 뒷이야기
3. 사진작가 로베르 두아노
시청 앞 광장에서의 키스란?
'로베르 두아노(Robert Doisenau)'의 <시청 앞 광장에서의 키스>라는 사진은 마치 흑백영화처럼 로맨틱하면서도 순수합니다. 1950년대 전후의 <애수>나 <로마의 휴일>같은 흑백영화들에서 받는 느낌으로 감성을 자극하기 때문에 전 세계인이 사랑하는 사진입니다.
그래서인지 각종 포스터나 엽서, 상품 삽화, 카페 인테리어 등으로 자주 만나게 됩니다.
(사진: 사진작가 로베르 두아노의 가장 유여한 사진인 파리 시청 앞 광장에서의 키스란 작품. 1950년. [시청 앞 광장에서의 키스란?] / ⓒ 로베르 두아노)
사진에서 남녀 두 주인공이 길을 걷다말고 열렬하게 키스를 합니다. 키스를 하려고 마주 보고 있는 것이 아니라, 솟구친 어떤 감정 때문에 갑작스런 키스를 나누는 모습입니다.
그리고 그 옆에는 곁눈질로 힐끔 쳐다보는 사람과 바쁘게 자기 길을 가는 사람, 그리고 여유롭게 앉아서 바라보는 사람도 있습니다. 모두 제 각각인 삶이 하나의 순간 안에 들어 있는 것입니다.
(사진: 2017년 8월, 한국에서도 로베르 두아노의 작품사진전이 열렸었다. 인생은 짧고, 용서는 바로, 키스는 천천히...라는 포스터. [시청 앞 광장에서의 키스란?] / ⓒ KT&G 상상마당, Ribnitz-Damgarten)
사진의 매력은 정지한 순간을 담아서 마치 영원한 세계인 것 같은 느낌을 주는 데에 있습니다.
로베르 두아노의 시청 앞 광장에서의 키스가 사랑받는 이유는, 로맨틱하면서도 격정적이며, 열린 공간이면서도 그들만의 공간이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파리 시청 앞 광장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오가지만, 키스하는 순간 그들은 세상에 자신들만 있는 것 같은 공간을 만들어버렸습니다.
(사진: 사실 시청 앞 광장에서의 키스는 로베르 두아노가 파리의 젊은 연인들이라는 연작시리즈 작품을 찍은 것 중의 하나였다. [시청 앞 광장에서의 키스란?] / ⓒ 로베르 두아노)
시청 앞 광장에서의 키스는 로베르 두아노가 '라이프'지의 의뢰를 받아서 1950년에 찍은 <파리의 젊은 연인들>이라는 연작 시리즈입니다.
그러나 당시에는 큰 반응이 있던 사진이 아니었으며, 로베르 두아노도 자신의 사인이 담긴 오리지널 사진 한 장을 사진 속 인공들에게 보내 준 후 까맣게 잊고 있었습니다.
시청 앞 광장에서의 키스 - 뒷이야기
그 후, 1981년 한 출판사에서 이 사진으로 포스터를 만들자는 제안이 들어왔습니다. 이때 흔히 말하는 대박 사진이 되며 전 세계적으로 엄청난 관심을 받게 되었습니다.
시청 앞 광장에서의 키스로 로베르 두아노는 순식간에 세계적인 사진작가가 되었고, 사람들의 일상을 순간적으로 담아내는 그의 작품세계에 대한 찬사가 끊이지 않게 되었습니다.
(사진: 일상을 담는 사진작가 로베르 두아노의 작품 아빠의 비행기. [시청 앞 광장에서의 키스 - 뒷이야기] / ⓒ 로베르 두아노)
시청 앞 광장에서의 키스는 사람들에게 상상의 나래를 달아주었습니다.
이 사진의 사연은 2차대전이 끝났다는 소식에 감격의 키스를 나누는 연인을 찍은 것이라는 말도 있었고, 헤이지기 직전에 마지막 키스를 나누는 연인이라는 말도 있었습니다. "리얼리티"가 생생한 이 장면은 반드시 어떤 사연이 있을 것만 같았습니다.
(사진: 로베르 두아노는 인물 사진도 많이 찍었는데 그 중 캐서린 베르누이의 사진이다. 피카소의 빵도 유명하다. [시청 앞 광장에서의 키스 - 뒷이야기] / ⓒ 로베르 두아노)
시청 앞 광장에서의 키스가 대단한 성공을 이루자 자신이 31년 전 이 사진의 주인공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나타났습니다. 로베르 두아노의 팬들도 시청 앞 광장에서의 키스에 담긴 연인들이 누구냐며 궁금해 했습니다.
그러나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사람들의 꿈을 망치고 싶지 않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고 합니다.
(사진: 로베르 두아노의 파리의 학교라는 작품. 이런 사진들로 인해 두아노는 리얼리티즘의 사진작가라는 찬사를 받았다. [시청 앞 광장에서의 키스 - 뒷이야기] / ⓒ 로베르 두아노)
로베르 두아노는 시청 앞 광장에서의 키스라는 작품으로 명성을 얻었지만, 한편으로는 곤혹스러운 일도 당해야 했습니다. 초상권을 주장하는 사람들로 인해 1993년 법정에 서야했기 때문입니다.
이 재판에서 그는 결국 이 사진에 담긴 실제 모델들의 이름을 밝혀야 했습니다. 더구나 이 사진이 연출을 한 장면이었다는 사실이 드러나며 리얼리티에 대한 실망도 받아야 했습니다.
(사진: 앞치마처럼 붙잡고 꼬리에 꼬리를 무는 행렬. 파리의 어느 날 꼬마들이 나들이를 가고 있다. [시청 앞 광장에서의 키스 - 뒷이야기] / ⓒ 로베르 두아노)
시청 앞 광장에서의 키스는 리얼리티한 연인의 순간을 담은 사진으로 알려졌다가, 연출을 한 사진이라는 것이 밝혀지면서 많은 논란이 있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1993년 사진 속 연인이었던 실제 주인공이 나타나서 당시 장면이 실제 상황인 것은 맞는다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키스를 하고 있었는데 촬영 타이밍을 놓히자 한 번 더 키스를 해 줄 수 있냐는 제의를 받고 다시 했을 뿐"이라는 것입니다. 그녀가 당시 받았던 원본 사진은 경매에서 2억 원에 거래되었습니다.
사진작가 로베르 두아노
시청 앞 광장에서의 키스라는 사진으로 세계적인 사진작가가 된 로베르 두아노는 1912년 프랑스에서 태어났습니다. 어머니가 일찍 사망했기 때문에 숙모에게 키워졌으며, 학창시절에는 조각과 판화 등을 배웠습니다.
16세가 된 후 사진을 시작했지만 내성적인 성격이라서 혼자 조각돌 등을 찍곤 했습니다. 그가 제대로 된 작가활동을 한 것은 1920년대에 광고 스튜디오에서 조수로 일하면서부터 입니다.
(사진: 대각선 계단이라는 작품. 파리의 일상을 자연스럽게 담아내는 사진들이다. [사진작가 로베르 두아노] / ⓒ 로베르 두아노)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자 프랑스 레지스탕스에서 활동했고, 전쟁 첩보영화에 나오는 것처럼 저항군의 위조 여권과 신분증을 만들었습니다. 1950년 시청 앞 광장에서의 키스를 찍은 후에도 패션잡지 등에서 사진사로 활동했습니다.
로베르 두아노가 애용하던 카메라는 '롤라이플렉스'라고 합니다. '라이카'나 '니콘'도 사용했는데, 두아노의 사진들은 카메라의 특성보다는 담겨진 일상의 모습 때문에 더욱 유명합니다.
(사진: 두아노의 샹젤리제의 예인선이라는 작품. 단순한 일상에서 행복을 느낄만한 것이라고 생각한 것들을 촬영했다고 한다. [사진작가 로베르 두아노] / ⓒ 로베르 두아노)
로베르 두아노라고 하면 대부분 시청 앞 광장에서의 키스만을 생각하지만, 한 여름 세느강으로 뛰어드는 사람들이나 초인종을 누르고 도망가는 아이들, 수업 시간에 딴짓을 하는 학생들, 조각상을 구경하는 노부부의 모습 등 자연스럽고 일상적인 사진들이 많습니다.
특히 자신은 비를 맞으면서도 첼로가 비를 맞을까봐 우선을 씌워주는 거리의 예술가 사진도 많은 사랑을 받습니다.
(사진: 비 속의 첼로라는 작품. 파리의 예술가가 첼로가 비를 맞지 않도록 신경 쓰는 모습이다. [사진작가 로베르 두아노] / ⓒ 로베르 두아노)
로베르 두아노는 구태여 "멋진 장면"만을 찍으려고 하지 않습니다. 프랑스 파리를 배경으로 보통 사람들의 일상을 담아냅니다. 그는 "이유 없이 문득 행복을 느끼는 순간"을 찍으려고 했던 사진작가입니다.
하지만 그는 "삶 자체를 찍기보다는 자신이 원하는 삶의 모습을 찍는다"고 말합니다. 말하자면, 그냥 보기에는 보통의 일상을 찍은 사진들이지만, 작가에게 행복이 느껴지는 순간일 때만 사진에 담는다는 것입니다.
(사진: 리얼리티의 사진작가. 그리고 일상의 사진작가이며 행복을 기록하는 사진작가 로베르 두아노의 생전 모습. [사진작가 로베르 두아노] / ⓒ 로베르 두아노)
아이러니 하게도 로베르 두아노가 담은 시청 앞 광장에서의 키스 사진 속 연인은 6개월 만에 헤어졌다고 합니다. 비록 연출이냐 아니냐는 논란의 여지는 있었지만 로베르 두아노가 순간을 영원으로 만들어 놓은 것만은 분명합니다. 이 연인들은 사진 속에서 아직도 열렬한 키스를 나누고 있고, 그 사진을 보는 사람들은 아직도 이 연인들의 이야기를 상상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사진의 힘은 그런 것인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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