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이른 노무현, 너무 늦은 이명박, 박근혜... 문재인은?]
문재인 대통령이 파격적인 소탈함으로 국민의 지지를 받고 있습니다. 미국의 오바마 전 대통령도 그런 이미지로 국민의 지지를 지속적으로 받으며 재선 대통령까지 했습니다. 노무현을 너무 일찍 나온 대통령, 이명박, 박근혜를 너무 늦게 나온 대통령이라고 비유하여 문재인을 생각해 봅니다. 그는 어떤 대통령이 되어야 할지를 말입니다.
[글의 순서]
1. 너무 일찍 나온 대통령 노무현
2. 너무 늦게 나온 대통령 이명박, 박근혜
3. 김대중의 반발 앞선 문재인
너무 일찍 나온 대통령 노무현
아직도 좌우진영에서는 어떤 대통령의 업적이 더 많냐로 싸우고 있지만, 오직 그것만을 생각할 일은 아닙니다. 소통을 잘하는 대통령과 머리가 깨인 국민이 만난다면 어려운 일에도 단합이 잘 되었을 것이고, 대통령이 소통을 잘해도 국민이 아직 1970년대에 살고 있다면 저항만 하다가 대통령을 망칠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반대로 소통을 못하는 대통령과 21세기를 제대로 살고 있는 국민이 만났을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결국 대통령의 능력에 날개를 다느냐 마느냐하는 것은 국민의 몫입니다. 대통령은 일하는 사람이고, 나라의 주인은 국민이라는 대전제는 변하지 않는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사진: 노무현 전 대통령이 손녀를 태우고 자건거를 몰고 가는 모습. 어떤 국민은 국민과 눈높이가 같은 대통령을 좋아하고, 어떤 국민들은 국민을 지배하려는 대통령을 좋아한다. [너무 일찍 나온 대통령 노무현] / ⓒ 영상 캡처)
2002년 월드컵으로 한국이 큰 변화를 맞이할 때, 노무현 전 대통령은 최고권력자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그는 예기치 못한 화법으로 인기를 얻기도 하고 잃기도 했습니다. 목에 힘만 주던 다른 대통령들과 달리, 서민적인 농담이 섞인 화법을 사용했습니다. 하지만 극우적 입장에서는 서민적인 대통령이 만만하게 보였었습니다.
고졸출신이라고 비아냥거렸고, 당시 야당인 한나라당은 대통령에게 성희롱적 발언까지 했습니다. 지금의 시각에서는 정치적 자유를 풀어주고 거리감 없는 대통령이겠지만, 당시의 시각에서는 권위를 내세우지 않으니 만만한 대통령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사진: 노무현은 권위주의를 강요하지 않았는데, 그걸 이용해서 대통령을 괴롭힌 것이 당시의 재벌과 보수언론, 보수정치인이었다. [너무 일찍 나온 대통령 노무현] / ⓒ 영상 캡처)
사실 따지고 보면 노무현의 정책은 친기업정책이었습니다. 보수당이 뒤집어씌우는 것처럼 사회주의 복지를 추진한 대통령은 아니었습니다. 물론 서민적이었으므로 복지지향 정책도 충분히 가능하긴 했습니다. 그러나 사실 노무현의 당면과제는 경제, 사회가 아니라 정치적 적폐를 개혁하는 것이었습니다. 지역감정과 극우적 사고방식이 한국의 문제점으로 지적되는 시기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재벌기업과 보수언론은 엄청난 반발을 했습니다. 친기업정책을 받아먹고는 뒤통수를 치는 것입니다. 원인은 노무현이 과거 대통령처럼 힘으로 그들을 강압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억압하는 권력자에게는 비굴하게 엎드리던 습성을 70년대부터 몇 십 년을 해왔으니 그들에게는 생경했을 것입니다.
(사진: 어떤 국민들은 말한다. 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하다고... 이것은 노무현의 진심이 무엇인지 너무 나중에야 깨달았다는 얘기이다. [너무 일찍 나온 대통령 노무현] / ⓒ 영상 캡처)
보수언론과 공격하는 자들의 수준을 예를 들자면 이렇습니다. 어떤 남자가 너무나 솔직하게 사랑고백을 하는데, "정말 사랑해. 미치도록 죽을 것만 같이..."라고 했을 때, 이 말을 들은 동네 사람들이 "어떻게 사랑한다면서 미쳤다는 표현을 쓰냐, 죽겠다는 협박이 웬 말이냐"고 여자와 이간질을 시키는 것 같은 상황이었습니다. 큰 틀의 주제는 사라지고 소소한 것에서 시시비비를 가렸습니다. 한자로 고고하게 심란하다, 유감이다... 이런 말을 쓰면서 강압하지 않으면 경박한 대통령이이라고 생각했던 것입니다.
21세기 제19대 대통령 선거에서 홍준표가 스스로 서민이라면서 이런 말투를 썼을 때, 보수파의 지지율이 27%나 나왔습니다. 15년 전에는 그렇게 경박한 소통을 한다고 공격하던 그들이, 지금은 재미있는 후보라며 홍준표를 지지하고 있는 것입니다. 노무현이 2030년대의 대통령 후보였다면 어땠을까 생각해 보게 되는 대목입니다.
너무 늦게 나온 대통령 이명박, 박근혜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의외로 친기업정책이 있었듯이 이명박,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도 의외로 친복지정책들이 있었습니다. 분석하자면 노무현 때는 IMF 청산을 위해서는 경제를 손대는 것보다 정치적 개혁을 하는 것이 우선이었고, 그로 인해 국민의 의식수준이 높아지면서 대통령 후보가 되려면 복지공약을 하지 않을 수 없는 시대가 된 것입니다. 이명박, 박근혜는 재벌정책 우선주의자들이었으니 복지정책은 상반되는 정책입니다. 옛날 같으면 복지우선주의는 사회주의자들이나 주장하는 얘기였습니다.
결국 국민의 수준은 정치인이 국민의 눈치를 보게 하는 힘으로 작용하여 시대에 맞는 정책을 하도록 만듭니다.
(사진: 이명박 정권에 들어오면서 다시 권위주의, 기득권 위주의 정치가 시작되었다. 반대여론자를 법적으로 보복했기 때문에 언론자유지수는 계속 떨어졌다. [너무 늦게 나온 대통령 이명박, 박근혜] / ⓒ 영상 캡처)
그러나 20세기에서 기업성공신화에만 익숙했던 사람과 공주처럼 살던 사람에게는 역시 한계가 있었습니다. 정책에 있어서 국민을 설득할 때, 노무현은 400여개의 문장을 사용했지만 이명박은 180여개 문장, 박근혜는 65개의 문장으로 대했습니다. 노무현은 실제로 국민을 설득하며 정치를 하려고 했었지만 이명박, 박근혜는 설득이 아니라 자신의 뜻을 전달하는 차원이었습니다.
조선시대에 "짐이 결정했으니 그리 알라"고 말하던 봉건주의적 습관처럼, 1970년대에 대통령 각하의 말씀이니 잔말 말라던 습관처럼, 국민을 아랫사람으로 보는 경향이 강했습니다. 차라리 20세기에 대통령을 했으면 먹혔을 화법인 것입니다.
(사진: 1970년대 유신시대의 정치를 아직도 그리워하는 박근혜 전 대통령을 당선시키므로서 대한민국의 권위주의를 더욱 되살아났다. [너무 늦게 나온 대통령 이명박, 박근혜] / ⓒ 영상 캡처)
심지어 박근혜 정권에 와서는 대통령 브리핑 때 기자가 함부로 질문을 할 수도 없었습니다. 그냥 부르는 대로 받아 적어서 기사에 내야하는 시대를 만들었습니다. 한편으로, 사회적으로 반발하는 인사들은 블랙리스트를 만들어서 관리하였습니다. 마치 일제시대에 반대자들을 관리하는 듯한 버릇이 2010년대에 버젓이 벌어지고 있었던 것입니다.
또한 탄핵사건 이후, 그들의 지지자는 통치 중에 일어난 자금압박은 뇌물이 아니라고 주장합니다. 마치 1970년대 유신시대에 국가의 재산이 곧 종신대통령의 재산이므로, 나라의 발전을 위한 강압이라고 생각하고 감히 언급해서는 안 된다는 식입니다.
(사진: 다 알아서 한다고 말하던 이명박 전 대통령, 내가 하는 말만 듣고 있어라고 한 박근혜 전 대통령의 화법과 달리 구체적으로 설명하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화법은 확연히 다르다. [너무 늦게 나온 대통령 이명박, 박근혜] / ⓒ 영상 캡처)
노무현 시절에는 대통령이 직접 비서진들과 열띤 토론을 거쳐서 정책을 결정하곤 했지만, 그 후의 정권들은 수석회의에서도 지시만 있을 뿐 의견교환을 하는 모습은 자취를 감추었습니다.
국경없는 기자회가 밝힌 한국의 언론지수는 노무현 정권 때 30위권이었다가 이명박 정권에 50위로 밀려난 뒤, 박근혜 정권에서 70위를 기록했습니다. 프리덤하우스의 평가에서는 2010년 이후 6년째 한국은 "부분적 자유국"일 뿐이었습니다. 나라의 민주주의 자유가 계속 1970년대로 역행을 하지만, 대통령이 권위적이니까 재벌도 언론도 엎드려서 비위를 맞추는 일을 했습니다. 일하는 사람인 대통령을 왕으로 착각하는 국민이 아직도 수두룩합니다. 이렇게 발전하지 못하는 것은 퇴행하는 것과 같은 것입니다.
김대중의 반발 앞선 문재인
미국의 오바마 전 대통령이 국민과 소통하고 토론하는 것에 비유하여 어떤 이는 말합니다. "노무현은 30년 더 있다가 대통령을 했어야 했다"고... 억압에 익숙했던 국민이 자유롭게 해 주는 대통령을 이해 못하고 공격했으며, 과거 방식의 정치스타일을 좋아하던 국민이 1970년대 방식의 공주 같은 대통령을 뽑았던 사실을 놓고 보자면 결국 이렇게 밖에 말할 수 없습니다. "노무현은 너무 일찍 대통령을 했고, 이명박, 박근혜는 너무 늦게 대통령을 했다"고 말입니다.
국내의 자유지수는 자꾸 떨어지는데, 정작 국민들은 이것을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으니 결국 대통령 탄핵이라는 초유의 사태까지 일이 커지게 만든 것입니다.
(사진: 2016년 대통령 탄핵, 2017년 탄핵통과. 이것은 국민이 다시금 민주의의의 본질이 무엇인가를 생각하고 받아들이는 전환점이 되었다. [김대중의 반발 앞선 문재인] / ⓒ 영상 캡처)
세 번째 언급하지만, 대통령은 국가를 위해 일하는 사람이고, 국가의 주인은 국민입니다. 국민의 눈높이가 높아지면 대통령도 미래지향적인 사람이 되고, 국민의 눈높이가 30년 전에서 발전이 없으면 30년 전으로 퇴보하려는 대통령이 당선될 뿐입니다.
물론 북한과 대치하는 상황에서 국가의 안보가 가장 중요한 것이지만, 그렇다고 북한이 퇴보하듯이 같이 퇴보해서는 안 됩니다. 북한이 지금 저 모양이 된 것은 국민이 새 시대를 인식하지 못하니까 3대 세습이 가능했기 때문입니다. 입으로만 안보를 논하면서 북한처럼 되려는 수준의 생각을 하는 어떤 국민들이, 결론적으로는 의식이 깨어난 다른 국민들의 앞길을 가로막는 상황이었다는 얘기입니다.
(사진: 문재인 대통령 시대에 들어서서 권위주의와 억압하늖 형태의 정치분위기가 달라졌다. 다시금 국민여론이 자유로워지기 시작했다. [김대중의 반발 앞선 문재인] / ⓒ 영상 캡처)
김대중 전 대통령의 말 중에 유명한 말이 있습니다. "정치인은 너무 국민을 앞서가서는 안 된다, 딱 반걸음만 앞서야 한다." 이 말대로만 본다면 노무현도 잘못한 것이고, 이명박과 박근혜도 잘못한 것입니다. 국민의식이 따라와 줄 것이라고 생각한 것이 노무현의 잘못이고, 국민의식을 이용해서 과거로 되돌리려고 했던 것이 이명박과 박근혜의 잘못입니다.
거꾸로 본다면, 국민이 앞서서 깨어나 주었다면 노무현은 오바마같은 인기를 누렸을 것이며 이명박과 박근혜도 더 열심히 미래를 위해 일했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경제만 커졌을 뿐 정치사회적 자유도는 중국과 비슷해지는 나라라는 현실만 남았을 뿐입니다.
(사진: 노무현 연설 모습. 2017년에 국민이 해야 할 일은 성숙한 민주주의 한번 해 보는 것이다. 1970년대식 정치를 그리워하는 것은 이제 그만 둬야 한다. [김대중의 반발 앞선 문재인] / ⓒ 영상 캡처)
이제 문재인 정부가 새로운 발을 내 놓습니다. 다른 정부들과 달리 문재인 정부의 첫 과제는 앞 정권이 만들어 놓은 문제들을 해결하는 것이 대부분입니다. 잘한다는 소리를 들을 경우보다 반발만 받을 확률이 더 높은 과제를 받았습니다. 문재인 정부의 국정교과서 폐기와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지시에 대해, 자유한국당은 벌써부터 민주절차에 맞지 않다고 반론을 달고 있습니다. 지난 정부 새누리당이었을 때는 상명하복의 행태를 저질러 놓고, 또 노무현 정부 때처럼 억압이 없으니까 공격하는 모습이 재현되는 건지 걱정이 되는 태도입니다.
문재인 정부가 딱 국민의 수준에서 일하려면 국민들의 의식이 남달라져야 합니다. 노무현 정부 때처럼 한다면, 개혁도 못하고 기득권과 싸우느라 에너지를 다 소모해야 하는 국가적 위기만 생길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