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포페니아와 변상증, 인간의 착각과 환상, 그리고 상상력]
보통은 착각이 그냥 실수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어떤 착각은 인간의 뇌구조 자체가 일으키는 오류이고, 어떤 착각은 사회적으로 통용되는 착각도 있습니다.
그 중에서 변상증은 상상력의 원천이 되기도 하지만 정신분열증의 도구가 되기도 합니다. 변상증은 파레이돌리아(Pareidolia)라고도 하며 인간의 사고습관인 아포페니아(Apophenia) 중의 한 분류입니다.
달에서 토끼가 방아를 찧고 있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나요? 평범한 돌산인데 멀리서 보면 사람얼굴처럼 보인다고 느끼나요? 이것이 변상증, 즉 파레이돌리아입니다. 그리고 사회적으로 통용되는 착각이기도 합니다.
인간의 두뇌가 좋아서 생긴 심리, 아포페니아
심리학 용어인 아포페니아의 역사는 그리 길지 않습니다. 1950년대에 독일의 한 심리학자가 사용했던 개념입니다. 아직 연관성이 없는 사물이나 현상, 정보 등을 연결시켜서 연과성이나 규칙성을 찾아내려는 인간 심리입니다.
변상증이니 아포페니아니 하는 말이 나오니 왠지 병이 있는 것처럼 오해할 수 있지만, 아포페니아는 인간의 두뇌가 좋기 때문에 생기는 심리현상입니다. 두뇌의 인식작용 중의 하나인데, 인식이란 지각, 연산, 추리 등을 말합니다.
밤하늘의 별들을 보며 곰자리, 처녀자리 등을 상상할 수 있는 동물은 오직 인간 밖에 없습니다.
(자연스러운 해바라기 꽃에서도 규칙성이 눈에 보이는가?)
인간의 아포페니아 습성은 학문적으로도 성과를 가졌습니다. 2, 5, 11, 23... 등의 나열된 숫자를 보고 2x+1이라는 연관성을 만들어내는 "수열"은 미적분의 토대가 되기도 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예술에서도 일련된 공통성을 미적 감각으로 승화시키는 작업들이 많았습니다. 이렇게 아포페니아는 인간의 끝없는 호기심과 상상력을 자극시키는 역할을 해 왔습니다.
하지만 모든 아포페니아가 실질적인 연관성을 가지는 것은 아닙니다. 머피의 법칙처럼 재수 없는 일들을 연관시켜 비관적으로 보는 등 밑도 끝도 없는 아포페니아도 있고, 구름 사이에서 UFO를 보거나 얼룩모양에서 신의 형상을 발견하는 것처럼 사람마다 진실 유무가 다른 아포페니아도 있습니다.
(사소한 상자에서도 얼굴을 상상하는 것이 인간이다)
자연과 현상에서 익숙한 것을 찾는 파레이돌리아
위에서 언급한 여러 가지 아포페니아 중에서 구름모양을 동물로 본다거나 돌산을 얼굴로 본다거나 머피의 법칙을 믿는다거나 하는 것은 파레이돌리아(변상증)에 해당합니다. 즉 파레이돌리아는 아포페니아의 한 부분으로서, 과학적으로 연관성이 없는 것까지도 연관성이 있다고 믿는 것 입니다.
파레이돌리아는 과학적으로 연관성이 없음에도 일반적으로 사회적 통용성을 갖는데, 달에 토끼모양이 있다거나 인삼 모양에서 사람의 형태를 떠 올리는 것 등의 예가 있습니다. 이런 것들은 전혀 상관이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오랜 세월 동안 공유되어 온 생각입니다. 이미지, 소리, 사건 등이 파레이돌리아로 일어나는데, 모양이나 이미지 등 시각적인 것들이 특히 많은 경향을 보입니다.
(보통 바위일 뿐이지만 누군가는 인디언의 옆얼굴을 상상한다)
변상증은 형상을 변화시켜 보는 증세라는 뜻입니다. 앞서 일반적인 파레이돌리아는 사회적 공통성을 갖는다고 했지만, 이 파레이돌리아 변상증이 사회적 통념을 벗어나면 문제가 됩니다. 인간의 공통된 아포페니아의 수준에서 다른 사람도 할 만한 수준의 상상이 아니라, 개인 독단적으로 지나친 변상증을 겪을 때 그것은 망상이 됩니다. 마약을 통해 경험하는 환상도 결국은 망상일 뿐입니다. 변상증이 일반 통념을 벗어나면 정신병으로 간주됩니다. 뜬금없이 나무를 보고 귀신이라고 무서워한다면 일상생활이 곤란해지는 것입니다.
정리하자면, 불규칙한 현상이나 정보의 패턴에서 공통점을 찾으려는 심리가 아포페니아이고, 그 심리 중에서 착각이거나 비과학적인 공통점 찾기는 파레이돌리아라는 것입니다.
(사회통념이 허용하는 파레이돌리아는 상상력과 재미를 안겨 준다)
사람은 보고 싶은 것만 본다 - 착각의 근원
세계에는 신비로운 자연 현상이 많지만, 크리스트교 지역에서는 예수 형상만 발견되고 불교 지역에서는 부처 형상만 발견됩니다. 이것은 사람들의 인식 내면에 있는 기본 정보가 새로운 정보를 어떻게 해석하는지를 생각해 볼 수 있는 또 하나의 예입니다.
구름은 불규칙한 형태로 움직이고 바위는 비바람에 의해 깎일 뿐이지만, 사람은 구름과 바위에서 사람얼굴이나 동물을 발견합니다. 이것은 인간이 익숙한 것을 찾아내려는 본능에서 오는 습성입니다. 원시시대부터 인간은 자연으로부터 먹이감과 맹수를 빨리 구별하기 위해서, 패턴만 보고도 그것이 아닌가 추리하는 본능을 가지게 되었을 것입니다. 짐승도 그런 습성이 생기겠지만 인간은 그 형태를 다른 것에서도 찾음으로써 재미를 느끼는 동물이 되었습니다.
(화성표면의 사람얼굴이라고 화제가 되었던 부분을 다시 촬영한 사진)
열망하고 사랑하던 사람이라면, 길거리의 수많은 사람들 사이로 걸어온다고 해도 우리는 그 사람 이외의 사람은 거의 보지 못합니다. 시각정보는 눈에 보이는 모든 사람의 정보를 뇌로 넘겼지만, 우리의 두뇌는 보고 싶은 것만 처리해 버리기 때문입니다.
마찬가지로 자연 현상에서 우리에게 익숙한 것만 찾으려는 심리는, 자연 현상을 익숙한 것으로 바꿔서 보려고 합니다. 즉 어떻게 보면 파레이돌리아는 무의식의 자발적인 착각이라고 볼 수도 있겠습니다. 그러므로 보통의 착각은 정보를 잘 못 생각해서 일어나는 현상이지만, 파레이돌리아는 자발적으로 가지게 되는 착각 또는 오류라고 하겠습니다.
화성표면 사진에서 사람얼굴의 구조물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화성에도 생물이 살았으면 좋겠다는 무의식의 파레이돌리아일 수도 있겠습니다. 그래서 인간의 어떤 착각들은 착각을 하고 싶어서 착각하는 오류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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