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궁과 국궁의 차이, 조총과 동이족의 활문화]
활쏘기라고 하면 주로 양궁을 말합니다.
세계적으로는 영국식 활쏘기와 일본식 활쏘기가 유명하며 우리나라의 전통 활쏘기는 상대적으로 잘 알려지지 않은 편입니다.
동양 3국 중에서 가장 활 잘 쏘기로 유명했던 조상을 둔 우리로서는 참으로 아쉬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양궁에 대한 인기도 좋지만, 우리민족이 원래 활을 잘 쏘는 민족이었으니 우리 국궁에도 많은 관심을 가졌으면 합니다.
양궁과 국궁의 차이와 아처리파라독스 현상
영국에는 로빈훗의 전설이 있고 일본에는 달리는 말 위에서 활을 쏘는 관광거리가 있어서 세계에 널리 알려져 있지만, 우리나라의 활쏘기 국궁은 활성화되지는 못한 상황입니다.
혹자는 국궁을 궁도라고도 부르지만, 이는 일본 측에서 검도나 유도처럼 대중적 흥행을 위해서 만들어진 말이므로 국궁 또는 궁술이라고 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습니다.
(단원 김홍도의 "활쏘기와 활 얹기"그림. 우리 민족은 옛부터 활과 인연이 깊다)
양궁과 국궁의 대표적인 차이는 사거리입니다.
국궁은 최대사거리가 145m나 되지만 양궁은 겨우 90m밖에 되지 못합니다. 양궁의 활은 거의 직선에 가까운 D자 모양인데 반해 국궁은 크기가 작으면서도 옆으로 세운 W자 모양이므로 탄력이 훨씬 큽니다.
대신 이런 장점 때문에 국궁은 흔들림이 있어서 양궁보다는 정확도가 떨어집니다.
하지만 전투에서는 멀리서 대량의 화살을 퍼붓기 때문에 국궁은 정확도가 조금만 올라가도 두려움이 배가 되는 무기가 됩니다. 그래서 양궁경기에서는 얼마나 가운데에 맞추었느냐를 보지만 국궁경기에서는 작은 과녁을 맞추었는지 아닌지만 봅니다.
(양궁과 달리 국궁은 발의 방향이 한자의 팔(八)자와 비슷하다. / 출처: 광주시립민속박물관)
아처리파라독스 현상이라는 것이 있는데, 날아가는 화살이 휘어지며 흔들리는 현상을 말합니다. 이 아처리파라독스 현상 때문에 국궁의 사거리가 비약적으로 늘어났습니다. 현대의 총알도 이런 원리에 의해 사정거리가 늘어났습니다. 임진왜란 당시의 왜군 조총은 지금의 총알과 달리 홈(강선)이 파여 있지 않기 때문에 국궁보다 사거리가 짧았습니다. 더구나 국궁은 화살 끝에 달린 깃털(전사라고 함) 덕에 더 멀리 나갑니다.
그리고 양궁은 옆으로 서서 활을 당기지만 국궁은 정면을 본 상태에서(비정비팔 자세) 허리를 돌려 활을 당겼다가 놓습니다. 궁술은 허리의 반동력도 필요한 스포츠인 셈입니다. 이것도 전사가 되어 사정거리를 늘려줍니다.
(활이 휘어지며 날아가는 아처리파라독스 현상 / 키스세븐 자체 제작)
국궁의 사법 상식과 각국 고유 활의 비교
국궁은 단정한 옷차림을 해야만 하며 손위나 선배를 보면 항상 예의를 갖춰 깍듯이 인사를 해야 합니다. 또한 활터 중앙에는 "정간"이라는 패가 걸려있는 곳이 있는데, 활을 쏘기 전에 여기에 "정관배례"라는 인사를 먼저 해야 합니다. 이렇게 예를 갖추는 것은 무기를 다루는 장소에서 만일에 일어날 감정적 사고를 예방하기 위함입니다. 또한 국궁을 하기에 앞서 마음을 가다듬고 인성을 잡는데도 목적이 있습니다.
활을 쏘는 곳인 "사대"에 올라서도 역시 인사를 하고 서로 덕담을 하는 것이 예의입니다.
(국궁 외에도 투호같은 전통 문화 놀이가 있는 우리나라)
사대에 설 때는 연장자부터 왼쪽에 서야 합니다. 국궁을 쏘는 순서도 역시 왼쪽부터 순서대로 쏩니다. 자기차례가 되면 활을 쏜 후, 다시 자기 차례가 될 때까지 기다려야 합니다. 이렇게 돌아가며 한 번씩, 모두 5번의 차례가 지나가면 내려올 수 있습니다.
점수를 확인하고 활을 주우러 갈 때도 절대 혼자서 가지 않습니다. 국궁 터는 무기를 다루는 곳이며 인성을 키우는 곳이기 때문에 항상 예의와 순서와 차례를 지켜야만 합니다.
(현대화, 대중화를 위한 노력도 진행 중이다 / 출처: film.ktv.go.kr)
우리나라의 대표 활은 "흑각궁"이라고 합니다. 대나무, 뽕나무, 물소뿔 등으로 만들며 작은 힘으로도 쏠 수 있는데 멀리 날아가고 일본 화살이나 인디언 화살 등 다른 나라의 활보다 강하게 관통합니다.
일본의 대표 활은 "죽궁"입니다. 대나무나 뽕나무로 만드는데, 일본 활은 많이 휘지 못하기 때문에 길게 만들 수 밖에 없었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긴 활(2m 20cm)이며 중앙으로부터 위쪽과 아래쪽의 길이가 다릅니다.
영국의 대표 활은 "장궁". 강력하기는 하지만 탄성력이 약해서 많이 휘지 않으므로 힘이 쎈 사람이나 제대로 쏠 수 있었습니다. 활이 길고(2m) 안쪽과 바깥쪽에 주목나무의 다른 부위를 쓰는 이중방식으로 제작되었습니다.
몽골의 대표 활은 "각궁"입니다. 자작나무나 산양 뿔 등으로 만들었습니다. 세계의 활 중에서 가장 우리나라의 활과 비슷합니다. 활의 사정거리는 우리보다 짧지만 소의 힘줄, 물고기의 부레풀 등의 재료가 특이합니다.
(일본의 죽궁은 매우 길며 위아래가 비대칭의 길이를 가지고 있다)
동이족, 우리나라는 활쏘기 강국이다
올림픽 대회의 활쏘기에서 우리나라는 강국에 속합니다. 그 이유는 우리민족이 활의 민족이었던 것에 있습니다.
예로부터 중국에서는 우리민족을 동이(東夷)라고 불렀습니다. "이"자를 잘 보면 큰 대(大)자에 활 궁(弓)자를 써놓은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동쪽의 큰 활을 쏘는 민족이라는 뜻입니다.
고대부터 우리민족이 활을 잘 쏘았기 때문인데, 중화사상에 얽매인 조선시대 조상들은 이를 오랑캐 이(夷)라고 읽었으니 창피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중국인의 시각에 서서 자기 민족을 스스로 오랑캐라고 부른 것입니다. 구태의연한 사람들은 아직도 오랑캐 읽습니다.
(고구려 고분인 무용총의 벽화 수렵도. 작고 강한 활은 말 위에서도 편하다)
앞서 말했듯이 우리나라의 국궁은 사정거리가 매우 큽니다. 임진왜란 때 일본이 조총을 들고와서 조선이 연전연패한 것처럼 알려져 있으나, 사정거리와 정확도는 활이 훨씬 뛰어났습니다.
왜군은 조총으로 기선을 잡은 뒤 각개격파 전술의 일대일 칼싸움을 하는 전략이었는데, 조선군이 신무기인 조총에 지례 겁을 먹고 근거리 접근전을 허용했기 때문에 당한 것입니다.
국궁의 뛰어난 성능을 활용 못하는 전술적 오합지졸의 상태였기 때문에 전 국토가 짓밟히는 수모를 당한 것이니 다시 살펴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우리의 국궁, 세계에 내 놓아도 손색이 전혀 없는 자랑스러운 활입니다. 전국 340여개 소에 국궁 터가 있으니 취미를 붙이기에도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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