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 때의 기이한 능력을 가진 무녀의 저주 - 뱀 기생충]
조선왕조실록, 승정원일기, 일성록은 조선의 3대 기록물입니다. 그런데 여기에 마치 오컬트 영화를 보듯 충격적인 반전이 있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뱀이 사람 몸 안에서 기생충처럼 산다면? 이것이 세종 때 무녀의 저주에 대한 이야기인 것입니다. 조선 세종 시대에 기이한 능력을 가진 무녀가 부렸다는 이 이야기는 정말로 기록되어 있는 이야기입니다.
중종 때와 영조 때도 기이한 생물이 나오지만, 이 기록은 도술에 의한 생물이므로 종류가 약간 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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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 때 기이한 무녀 이야기
조선왕조는 유교를 바탕으로 건국된 나라이므로 불교와 무속을 멀리하였습니다. 그러나 수백 년간 믿어 온 것을 갑자기 물리친다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닙니다. 조선 4대 왕 세종은 조선이 건국된 지 26년밖에 안 된 시기에 왕에 올랐습니다.
흔히 세종은 철저히 유교주의로 살았을 것 같지만, 그도 왕궁에서 불교를 믿고 무속인을 불러 굿을 한 적이 있었습니다. 대신 겉으로는 무속을 금지하였기 때문에 공적으로는 무녀에 대한 기록이 별로 없습니다.
(혜원 신윤복의 그녀 풍속도 [세종 때 기이한 능력 무녀 저주 뱀 기생충] / ⓒ 혜원 신윤복)
그러던 세종 13년, 서기 1431년 5월 13일에는 좀 이상한 기록이 나옵니다. 바로 기이한 능력을 가진 무녀의 저주에 대한 얘기를 나눴다는 기록입니다.
지금은 함경도라고 부르지만, 조선 초기에는 이곳을 '함길도'라고 불렀었습니다. 그 함길도의 감사가 한 통의 보고서를 올렸습니다. 관내에서 괴상한 일이 있었다는 얘기입니다.
이야기인즉슨, 함길에 사는 무녀 하나가 뱀 그림을 음식에 넣는 소동이 있었는데, 그것은 보통의 그림이 아니라 무녀의 저주가 깃든 그림이었다는 것입니다.
그 무녀는 한 남자에게 깊은 원한을 가진 뒤, 이를 갈며 복수를 하려고 했었습니다. 그리하여 그녀가 한 짓은 생물이 아닌 것도 생물로 만드는 주문을 거는 것이었습니다.
세종 때 그 무녀는 주문을 건 그림을 음식에 넣어서 그 남자가 먹도록 만들었습니다. 아무것도 모르고 음식은 먹은 남자는 시름시름 앓으며 복통을 호소하더니, 며칠 후 저세상으로 떠나버렸습니다. 평소에 멀쩡히 건강을 자랑하던 남자였기에 가족들은 갑자기 죽은 것을 의아해했었고, 마침내 무슨 일이 있어서도 죽인 이유를 꼭 밝혀야겠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드라마 무녀 모습 인용 [세종 때 기이한 능력 무녀 저주 뱀 기생충] / ⓒ KBS)
당시에는 흔하지 않는 일이지만, 지금으로 치면 '부검'이라고 할 수 있는 시신 해부에 들어갑니다. 그런데 사인을 밝히기 위해서 연 배 속에서는 상상할 수도 없는 충격적인 것이 들어 있었습니다. 바로 뱀이었습니다. 그것도 한 마리가 아니라 세 마리나!
뱀 세 마리가 남자의 배 속에서 기생충처럼 살고 있었는데, 배를 여니 똬리를 틀고 노려보고 있었던 것입니다.
(뱀 그림을 넣어 먹이면 배 속에서 진짜 뱀이 된다는 주문 [세종 때 기이한 능력 무녀 저주 뱀 기생충] / ⓒ AlLes)
무녀의 저주, 뱀 기생충
사람들은 놀라서 뱀을 죽였는데, 어찌어찌하다 보니 두 마리만 죽고 한 마리는 그대로 살아있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그냥 집어 던져버렸는데, 마침 이 집을 키우던 개가 달려와 그 뱀을 물고 갔다고 합니다.
그 후, 뱀을 먹은 개마저 또 시름 거리다가 죽으니, 가족들은 결국 무녀의 저주에 걸린 것이라고 판단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옥중의 모습. 드라마 장면 인용 [세종 때 기이한 능력 무녀 저주 뱀 기생충] / ⓒ JTBC)
가족들은 이 일을 동네 사람들에게 알리고 기이한 능력을 가진 무녀를 그대로 둬서는 안 된다고 앞장섰습니다. 동네 사람들까지 동원된 마을은 난리가 났고, 물론 그 무녀는 마을 사람들에게 잡혀서 관아로 넘겨졌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그 무녀 외에도 마을에서 "신기"가 좀 있다고 하는 여자들은 모두 다 싹쓸이하듯 옥에 처넣었으니, 난리도 보통 난리가 아니었던 것입니다.
이 일이 사실인지 아닌지까지는 기록에 나오지 않으나, 문제는 그때 잡혀들어간 여자들이 억울하다며 목을 매 자살하는 일이 계속되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함길도 감사가 보고서를 올린 것이었는데, 그는 이렇게 판결 없이 옥에 넣는 것은 형벌을 함부로 쓰지 말라는 뜻에 위배되니 석방시켜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옛날이라고 해서 의심만으로 함부로 사람을 벌주어서는 안 된다는 교훈을 얻을 수 있는 일이기도 합니다. [저작권법 표시] 이 글의 원본: 키스세븐(www.kiss7.kr)
(세종, 중종, 영조 때 신기한 생물에 대한 기록이 나온다 [세종 때 기이한 능력 무녀 저주 뱀 기생충] / ⓒ Salamander724)
이 보고를 들은 세종도 기이한 능력을 가진 무녀의 저주를 두고, 물건의 그림이 변해서 살아났다는 것은 한 번도 보지 못했다며 황당해했다고 합니다. 그 말을 그대로 믿은 동네 사람들도 참 황당하다는 얘기입니다.
지금의 형법 원칙도 그렇습니다. '무죄 추정의 원칙'이란 뜻은 유죄임을 증명할 수 있을 때까지는 무죄라는 원칙을 말합니다. 오컬트 같은 600년 전 이야기에서, 우리는 형법의 의미를 다시 깨닫게 됩니다.
[세종 때의 기이한 능력을 가진 무녀의 저주 - 뱀 기생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