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지몽과 존 바커 - 아베르판(애버판) 대참사 사고와 심리학]
'예지몽' 뜻은 미래를 미리 꿈으로 꾸는 것을 말합니다. 프랑스어로 '데자뷔(Déjà Vu)'라고도 하며, 정식으로는 '기시감'이라는 말로도 사용됩니다. 과학자 중에는 이것을 부정하는 사람도 있고 인정하는 사람도 있으며, 수학자 중에도 예지감을 통계적 확률로 증명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줄리아 모스 브리지' 박사도 이에 대해 32년간의 자료를 조사해서 발표하기도 했었습니다.
이 글에서는 심리학자 중에서 실제 연구를 했던 존 바커와 예지몽 연구에 대해 이야기하려고 합니다. 애버판 사고(아베르판 대참사)을 통해 그가 조사했던 예지몽 연구는 꽤 흥미로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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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버판 사고와 존 바커 연구
"엄마, 난 죽는 게 두렵지 않아요. 친구 베드로, 준과 함께 있을 거거든요." 아이가 뜬금없이 지난 밤 꾸었다는 꿈 이야기를 시작하고 있었습니다. 어머니는 바쁘게 일을 하고 있었고, 아이는 어젯밤 꿈 얘기를 계속했습니다. 어머니는 지금 바쁘니까 나중에 말해 달라고 했지만, 아이는 고집스럽게 이야기를 이어갔습니다. 꿈에 학교가 갑자기 사라져서 당황해하고 있었는데, 검은색 물체가 온몸에 떨어졌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다음 날, 그 아이는 꿈에서 함께 했다는 두 친구와 함께 석탄 더미에 깔려 죽었습니다. 이 이야기는 1967년 심리학 학회지에 존 바커라는 의사가 냈던 글입니다.
(1966년 애버판 사고 대참사 항공사진. 오른쪽이 붕괴 탄광 [꿈 존 바커 예지몽 애버판 참사 사고] / ⓒ Dave Petley)
존 바커의 예지몽 연구는 1966년 10월 21일 있었던 애버판 사건(아베르판 대참사)에 대한 것입니다. 영국 남부 웨일즈 지방에 있던 한 마을은 그 날 지구상에서 사라졌습니다. 산꼭대기에서 쌓아둔 석탄 잔해와 폭우로 넘친 물이 덮친 탄광 붕괴 사고 때문이었습니다. 약 15만 톤의 석탄 잔해는 거대한 산사태를 일으키며 마을과 학교를 쓸고 가버린 참사입니다.
단 몇 초 만에 116명의 아이들과 28명의 성인이 매장되었으며, 109명의 아이와 5명의 성인이 죽었습니다.
오전 9시, 갑자기 큰 폭음이 들리며 덮친 탄광 붕괴는 30미터나 되는 높이로 쌓여 있는 곳도 만들었습니다. 마침 애버판 근처에 살던 정신과 의사 존 바커는 그곳으로 달려갔습니다. 42세의 그는 현장에서 참혹한 광경을 보면서 응급 구조에 매달렸습니다.
사실 그는 당시에 죽을 예감을 느낀 사람들의 심리를 연구하고 있었습니다. 현장에서 돌아온 그는 신문에 광고를 냈습니다. 이 사건에 대한 예지몽을 꾸거나 영감을 받았다면 연락을 달라는 광고였습니다.
(마을 덮친 끔찍한 아베르판 사고 대참사 [꿈 존 바커 예지몽 애버판 참사 사고] / ⓒ Unknown)
그의 광고를 본 영국 각지의 사람들에게서 76통의 편지가 왔습니다. 그 중 52통은 직접 느낀 예지몽이었고 24통은 지인의 이야기를 담았다고 합니다. 어떤 사람은 아이들 주변에 짙게 소용돌이치는 연기를 봤다고 하고, 어떤 사람은 딸아이의 얘기를 했습니다. 이 글의 첫머리에 소개한 아이의 일화는 꿈 이야기를 들은 어머니의 증언이었습니다.
그 아이의 이름은 에릴 마이 존스... 열 살의 그 아이는 베드로, 준, 그리고 친구들과 함께 그날 산사태에 깔린 아이입니다. 자신과 친구에게 나쁜 일이 생길 거 같다는 아이의 사연은 정말이지 소름 끼칠 정도로 충격적입니다.
(꿈과 예지몽, 자각몽을 심리학 정신분석학 등이 연구한다 [꿈 존 바커 예지몽 애버판 참사 사고] / ⓒ darksouls1)
예지몽과 아베르판 대참사
또 다른 사람들의 사연도 있었습니다. 한 노인은 이틀 전에 꾼 꿈 이야기를 보내왔습니다. 꿈에서 TV를 보고 있었는데, 화면에 애버판 표지 같은 것이 보였다는 것입니다. 그때는 무슨 의미인지 몰랐지만, 사고가 난 후에야 애버판 대참사임을 알았다고 합니다.
아베르판 사고가 나기 하루 전, 정신과 의사 회의에서 최면 실험을 했던 여성의 사연도 있습니다. 그녀는 여럿이서 정신 공유 실험을 하고 있었는데, 석탄이 눈사태처럼 쏟아지는 것을 봤다고 했습니다.
(건설 장비로 파내고서야 희생자 시신을 찾을 수 있었다 [꿈 존 바커 예지몽 애버판 참사 사고] / ⓒ martinjohnes.com)
더욱 소름 끼치는 얘기는 52세의 한 여성의 편지였습니다. 그녀는 잠을 자던 중, 새벽 4시에 이상한 꿈을 꾸고 잠에서 깨어났다고 합니다. 그녀가 꾼 예지몽은 숨이 막히고 벽이 무너지는 꿈이었습니다. 더 이상 잠을 못 자고 꼬박 새운 그녀는 오전 8시경, 하숙을 하던 사람과 이상한 꿈에 대한 얘기를 나눴다고 합니다.
원래 그녀는 그 시간에 일어나 차를 마시거나 하지 않는 사람이었는데 그날따라 달랐습니다. 그리고 한 시간 후인 오전 9시, 영국 웨일즈의 애버판가 일어났습니다.
이 사연을 이야기한 사람의 이름은 캐슬린 로나 미들턴이라고 하는데, 그녀는 어릴 때부터 예지몽을 꾸었다고 존 바커에게 전했습니다. 그녀가 일곱 살 때, 겨울에 난로에 계란을 익히던 사연도 얘기했습니다. 갑자기 달걀이 천장으로 튀어 오르는 것을 경험하고 어머니에게 얘기했고, 어머니는 점술가와 상담했다고 합니다. 점술가는 그것이 죽음을 상징한다고 풀이해 주었습니다. 그리고 몇 주 후, 실제로 어머니의 친구가 웨딩드레스를 입은 채로 튕겨 나가 죽는 사건이 발생했다고 합니다. [저작권법 표시] 이 글의 원본: 키스세븐(www.kiss7.kr)
(존 바커는 예지몽의 가능성을 연구했다 [꿈 존 바커 예지몽 애버판 참사 사고] / ⓒ ImaArtist)
그녀가 존 바커에게 말하길, 그 후에도 지진이 날 때면 두통이 먼저 왔고 이상한 이름과 숫자 같은 게 꿈에 보인다고도 했습니다.
예지몽에 대한 이야기들은 왠지 미신 같기도 하고 착각 같기도 하지만 무서운 면도 있습니다. 수천 킬로 너머의 우주로 가는 인간이지만, 정작 우리 머릿속의 정신 상태를 과학적으로 설명하기에는 아직도 초보 수준이기 때문입니다. 존 바커의 예지몽 연구는 아직 믿는다, 안 믿는다를 말할 단계는 아닙니다. 아직도 걸음마이니 더 많은 연구와 시간을 기다려야 할 과제 같을 뿐입니다.
[예지몽과 존 바커 - 아베르판(애버판) 대참사 사고와 심리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