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추의 어원과 청량고추의 어원,
고추의 우리나라 전래
한국인의 불같은 성격을 잘 드러내는 음식으로 고추장과 김치 등이 있습니다. 여기에는 고춧가루라는 공통분모가 있습니다. 한국인의 음식에서 빼 놓을 수 없는 고추가 우리나라에 전래되고, 음식에 정착되는 과정, 고추의 어원과 청양고추의 어원 등을 살펴보면 재미있는 부분이 많습니다.
우리나라에 고추가 전래되기까지
아시아에서 고추는 인도와 중국, 일본이 무역을 통해 먼저 전래 받았습니다. 우리나라의 고추는 1500년대 말에 일본의 왜를 통해 들어왔는데, 왜겨자라고 부르기도 했고 남만초라고도 불렀습니다. 남만초의 어원은 포르투갈 상인이 아프리카와 인도양을 돌아서, 일본의 남쪽에서 배를 타고 올라 온 것에 있습니다. 하지만 일본인은 매운 맛을 싫어했기 때문에 별로 전파되지 못하고, 오히려 조선에 먼저 고추가 정착됩니다.
(사진: 지금의 고추는 우리나라에 전래된 고추에서 많은 변형이 있었다. / ⓒ pixabay.com)
그 후에 왜가 임진왜란을 일으켜 조선을 침략했다가 조선의 작물인 줄 알고 고추를 가져갔습니다. 그래서 당시 기록을 보면 조선에서는 왜에서 왜겨자를 왔다고 적고 있고, 왜는 조선에서 고려후추를 가져왔다고 기록하는 상황이 벌어집니다.
단, 일부 학자는 고추가 중앙아시아를 통해서 육로로 들어왔다고도 하고, 임진왜란 이후에 들어왔다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고추가 우리나라에 처음 전래될 때는 남아메리카 원산지의 고추처럼 매우 매웠던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로, 조선의 기록에서도 술에 타 먹었는데 그 술을 마시는 사람은 맹독성 때문에 죽었다고 과장되게 적어 놓은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초기에는 조선이나 왜나 고추를 먹을 생각을 못했습니다. 남아메리카 품종의 고추는 너무나 매워서 도저히 일반적인 식품으로 볼 수가 없었습니다.
(사진: 임진왜란 이후 고추가 유래되고, 음식의 신선도에 도움이 되는 것을 알게 되었다.)
지금도 멕시코산 고추는 매운 맛으로 유명합니다. 당시 조선의 책을 보면 관상용으로 분류되어 있는데, 관상용이란 감상하기 위해 키우는 작물입니다. 하지만 세월이 지나면서 우리 조상의 지혜는 고춧가루가 식품의 신선도를 유지해 준다는 것을 알아냈습니다. 겨우내 보관해야 하는 김장김치부터 여러 가지 음식에 이르기까지 고춧가루의 사용이 활발해졌습니다.
너무나 매웠던 고추가 김치에 쓰이기까지
조선에 1500년대 말에 고추가 들어온 이후 1700년대에 광범위하게 고춧가루가 쓰기까지 거의 150여 년이 넘게 품종개량이 있었습니다. 그 동안 계속된 품종개량으로 우리 조상은 덜 매운 고추종자를 만들어내게 되었습니다. 캡사이신은 매운 유전자가 열성이므로 교배를 통해서 덜 매운 고추종자를 만들 수 있습니다. 그것이 지금 우리가 먹는 덜 매운 한국산 고추입니다.
(사진: 칠리 고추는 매우 맵지만, 캡사이신은 열성이므로 덜 매운 고추를 만들어낼 수 있다.)
전 세계적으로 고추는 50가지에 가깝게 많은 품종이 있는데, 이렇게 많은 품종이 생긴 것은 각 지역에 맞도록 지속적인 품종개량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우리 조상들은 고춧가루가 음식의 신선도를 유지하는데 도움이 된다는 것에 착안하여, 고춧가루를 쓰되 너무 맵게 되지 않는 방법을 알아낸 것입니다.
1700년대 초가 되면 순창고추장 등 고추장 제조법에 대한 자세한 기록들도 나오게 됩니다.
그리고 초기의 김치는 그저 소금에 절여서 묵힌 채소에 불과했지만, 고추가 전래된 이후 1700년대 중반이 되면서 김치의 맛은 획기적으로 변화하였습니다. 고춧가루의 사용은 소금의 사용을 줄일 수 있었기에 농가에서도 직접 농사를 짓게 되었습니다. 일부 지방에서만 나는 소금을 사오는 것보다는 밭에서 기르는 것이 훨씬 이익이었기 때문입니다.
(사진: 우리나라 고추 전래 후 김치에 고추가 들어가는 등의 완벽한 적응에는 150년 이상이 걸렸다.)
음식의 혁명은 전국적으로 고추재배를 하게 만드는 역할을 했고, 고추의 재배는 다른 음식에도 영향을 주었습니다. 김치뿐 아니라 생선요리의 찌게, 탕 요리 등에도 고춧가루는 빼 놓을 수 없는 요소가 되었습니다. 한국인이 매운 맛을 극히 선호하는 시대가 된 것입니다.
고추의 어원, 청양고추의 어원과 유래
서양에서 고추의 영어식 이름에는 chili pepper, hot pepper처럼 pepper(후추)가 붙습니다. 영어에서는 후추가 고추의 어원인 셈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고추의 어원이 한자입니다.
우리나라에 고추가 전래된 후 처음엔 여러 가지 이름이 있었습니다. 남쪽에서 왔다 하여 남만초, 일본의 왜에서 왔다 하여 왜겨자(일본에서는 오히려 조선에서 왔다 하여 고려후추라고도 함), 외국에서 왔다 하여 당초 등 많은 이름이 있었습니다.
(사진: 고추는 50종의 변이종이 있다. 고추 어원은 고초이며 청양고추 어원은 지명이다.)
결국 수많은 경쟁을 뚫고 고초(苦草)가 자리를 잡았는데, 사실 고초란 고추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쓰고 매운 산초, 후추 등의 열매들을 모두 일컫는 말이었습니다. 보통명사인 고초가 고추만을 가리키는 고유명사로 정착되는 오랜 세월을 거치며, 발음 변화가 일어나서 지금의 고추가 된 것입니다.
청양고추의 어원은 지명입니다. 청양고추의 어원이 원래부터 청양군에 있다는 주장도 있지만, 청송군과 영양군에 위치한 종묘회사에서 개발했기 때문에 생겼다는 설이 더 우세합니다. 1980년대에 일본의 한 회사가 매운 고추를 개발할 수 있냐고 문의해왔고, 그래서 개발된 것이 청양고추라는 것입니다.
(사진: 청양고추는 한국 고추를 다시 맵도록 재개발한 것이다. 청양고추의 특허권은 IMF이후 외국에 넘어갔다.)
아쉬운 것은, IMF로 인해 청양고추의 특허권이 해외의 다국적 기업에게 넘어간 것입니다. 그래서 청양고추를 생산하려면 외국에서 씨앗을 사와야 하는 처지가 되었습니다.
청양고추는 일반 고추에 비해 6배 정도 맵지만, 기네스북의 매운 고추에 비하면 1/100 수준입니다. 한국의 고추가 멕시코 등의 고추에 비해 덜 맵긴 하지만, 음식마다 쓰이는 양은 매우 많은 수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