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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용한 지식 칼럼

"대통령 각하"에서 각하의 뜻과 폐하, 전하의 차이

2015. 12. 15.

["대통령 각하"에서 각하의 뜻과 폐하, 전하의 차이] 




제1 공화국 때나 유신시절에나 사용하던 "대통령 각하"라는 명칭에 향수를 갖는 사람들이 아직도 많습니다. 결국은 대통령을 깎아 내리는 말인지도 모르고, 독재주의와 권위주의를 그리워해서 이 말을 사용하는 것입니다. 

또한 고려 후기와 조선시대에 폐하라 하지 못하고 "전하"라고 부른 이유도 폐하, 전하, 각하의 뜻을 살펴보면 알 수 있습니다. 이 말들은 다 건축물의 특징을 이용해서 권위주의와 계급을 나타내는 말들입니다. "왕께서..."라고 해야 할 말을, 극존칭을 하자니 왕이라는 명칭조차 쓰지 못하고 "전하께서..."라고 돌려 말하는 형식입니다. 






각하의 뜻은 각의 아래에서 우러러본다는 뜻 


각하의 뜻은 한자 閣下에서 보듯이 각(閣)의 아래에서(下) 우러러보는 위치에 있다는 의미입니다. 각이란 옛날 건물의 일종입니다. 보통은 업무를 보는 관료의 사무실 역할을 합니다. 

옛날 건물들은 지반의 습기를 피하기 위해서 돌을 쌓고 그 위에 짓게 되므로, 관료의 위치가 높게 되니 건물의 크기와 높이는 그 사람의 지위를 나타내는 권위적 개념이 되었습니다. 



(각하, 폐하, 전하, 저하 등은 사실은 업무를 보는 건물의 이름이다)


건물의 특성으로 상대를 부르는 명칭으로는 각하 외에도 폐하, 전하, 저하 등이 있습니다. 

폐하의 뜻은 돌층계에서 우러러 본다는 의미입니다. 폐하(陛下)의 陛자는 섬돌이란 뜻입니다. 

황제가 업무를 보는 곳은 당연히 가장 높고 큰 규모입니다. 건물이 높이 있으니 땅에서 걸어 올라갈 층계도 많습니다. 섬돌은 바로 이 돌계단을 말합니다. 1층 바닥마저 가장 높은 곳이니 폐하가 가장 높은 지위를 뜻합니다. 


예전엔 건물도 8품계처럼 구분되었습니다. 전(殿), 당(堂), 합(閤), 각(閣), 제(齊), 헌(軒), 루(樓), 정(亭)의 급이 있어서 폐하라는 급 아래 건물을 사용하는 지위에는 전하, 당하, 합하, 각하 등의 호칭을 사용했습니다. 

왕은 황제를 칭하는 폐하보다 큰 건물을 사용할 수 없었으니 전하라고 불렀습니다. 왕세자에게는 저하라는 호칭을 사용하는데, 전보다는 작은 저(邸)라는 건물을 사용했기 때문입니다. 

폐하, 전하, 각하, 저하 등의 호칭은 이렇게 은유적인 극존칭으로 사용되었습니다. 







각하의 뜻을 모르고 사용되어 온 역사 


각하는 조선시대에도 사용되었다는 주장도 있으나 실질적으로 우리나라에서 사용된 것은 일제강점기에 존재했던 임시정부였다고 합니다. 이전에는 존재는 했으나 잘 쓰이지 않던 말입니다. 

그러던 것이 같은 한자권인 일본에서 개항 이후 강력한 왕권의 권위주의 속에서 빈번히 사용되게 됩니다. 일본 왕이 임명한 고위급 관료에게 각하란 호칭이 붙게 되고, 조선 총독부 책임자에게도 각하라고 하게 됩니다. 

즉 각하란 일본 왕보다는 급이 낮은 직급이란 뜻입니다. 일본에서는 아직도 각하라는 말이 사용됩니다. 



(미국에서 대통령은 회의의 의장이란 뜻. 각하는 일제를 따라하는 나쁜 습관) 


임시정부 이후 해방이 되어 대한민국이 들어설 때만 해도 대통령 뿐 아니라 장관, 장군 등 고위급들에게는 각하라는 호칭이 붙었습니다. 대한민국 초기 정부인사 중에는 일제습관에 물들은 자들의 굉장히 많았기 때문에, 과거 습관대로 일본식 존칭을 붙이는 것이 자연스러웠을 것입니다. 

하지만 박정희 전 대통령이 군사쿠데타로 정권을 탈취한 후에는 오직 대통령에게만 붙일 수 있었습니다. 미국에서 대통령을 미스터 프레지던트(Mr.President)라고 부르는 것처럼 사용되었습니다. 


그러나 프레지던트는 의회에서 사회를 보거나 주도를 하는 대표 의장의 성격을 지닌 반면, 각하는 아랫사람을 지배하는 권위적 성격이므로 개념의 차이가 큽니다. pre는 '앞에'라는 뜻이고 '앉다'라는 뜻의 라틴어인 sedere가 합성되어 의장의 의미가 되었습니다. 일반 국민 중에서 대표가 되었다는 의미로 미국 건국 초기에 정해진 것입니다. 

사실, 이걸 번역한 대통령이라는 단어는 19세기에 일본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라고 합니다. 일본은 서양의 왕이 아닌 통수권자를 대부분 "통령"이라고 번역했기에 Mr.President를 대통령이라고 번역했습니다.







아직도 각하를 그리워하는 사람들의 문제 


대통령을 국민의 한 사람으로 보려는 민주주의 개념과 다르게, 한국 등의 독재를 거친 국가들은 대통령과 지배자를 동일시하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대통령은 민주주의의 대표이지 민주주의의 지배자가 아니라는 것을 구분하지 못하는 경우입니다. 

왕이나 최고의 지위도 아닌 호칭이고, 일본 왕이 임명한 것이 각하라는 사실도 생각해 보지 못합니다. 그래서 극우 일본을 싫어하다면서도 아직도 일제습관을 그리워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한국 역시 극우에 가깝기 때문에 생기는 현상입니다. 



(민주주의를 잘 모르는 사람은 대통령이 권위주의를 가진 단어라고 잘못 생각한다)


한 보수당에서 낸 논평을 보면, 일본에서도 각하라고 부른다며 우리나라에서도 이 단어를 되살려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면서 노무현 전 대통령 때 이 단어를 없앤 것 때문에 국가의 품격이 떨어졌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무조건 노무현 탓을 하는 보수당의 습관 때문에 생긴 뒤집어 씌우기이며 사실과 다릅니다. 각하란 말은 권위주의 없애기의 일환으로 노태우 전 대통령 때부터 공식적으로 쓰지 않게 되었고, 김대중 전 대통령 때부터는 대통령님으로 통일시키기도 했습니다. 


대통령과 각하가 모두 일본의 영향으로 쓰게 된 단어이지만, 대통령은 한자권에서 영어번역을 일본이 먼저 했기 때문에 쓰인 것에 불과하니 큰 문제는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각하란 말은 우리나라에도 있던 말이었다고 해도, 일본 제국주의의 영향으로 널리 쓰게 된 말이니 삼가해야 할 것입니다. 

[저작권법 표시] 이 글의 원본: 키스세븐(www.kiss7.kr)

또한, 21세기 임에도 불구하고 1970년대 식의 사고방식으로 국가를 운영하려는 세력은 더욱 위험합니다. 

참고로 최근에는 대통령을 제3자가 다른 말로 부를 때 VIP로 대신 부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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