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일본어 나시, 겨울 일본어 동장군, 마무리 일본어 쫑파티의 어원과 뜻]
일상에서 알게 모르게 남아있는 일본어 잔재에 대해 우리말 순화가 권장되고 있습니다.
계절이나 특정 기간에 많이 쓰이는 말 중에서 여름철에 자주 듣게 되는 나시와 겨울철에 자주 듣는 동장군, 일을 끝낼 때 쓰는 쫑파티를 가지고 그 어원과 뜻을 알아보았습니다.
잘 알다시피, 나시는 소매가 없는 옷, 동장군은 매우 추운 상태, 쫑파티는 끝을 기념하는 모임의 뜻이 있습니다.
여름에 입는 나시는 "없다"라는 일본말
외래어로서의 일본어가 아니라 우리말로도 충분히 사용가능하거나 해괴한 변형이 생긴 일본어는 우리말로 순화해야겠습니다. 기왕이면 한자어보다는 순우리말이 있는지도 알아보면 좋겠습니다. 순화한다는 게 고작 한자말로 바꿔 놓는 경우 역시 해괴한 것이 아닐까 합니다.
나시는 우리말을 써도 될 것을 괜히 일본어를 가져다 쓰는 경우이며 동장군과 쫑파티는 외국어를 해괴하게 바꿔 놓은 경우입니다.
여름에 많이 듣게 되는 단어인 "나시"의 어원은 일본어 소데나시입니다. 어떤 이는 나시를 영어의 nothing이란 뜻이라고 풀이하기도 하는데, 일본어에서 나시는 "없다"는 뜻입니다.
일본어의 잔재인 나시의 참 어원은 소데나시(そでなし) 입니다. 일본에서는 袖無し라고도 쓰이는데 袖는 소매 "수"자 입니다.
そで(소데)가 소매를 뜻하고 なし(나시)부분은 없다는 뜻이니 합치면 소매가 없다는 뜻이 됩니다.
예문을 한번 봐 보겠습니다.
"내일 뭐 입을 거야?"
"날씨가 더우니 나시가 어떨까 해"
이 예문을 우리말로 바꾸면 되게 민망해 집니다.
"날씨가 더우니 없는 게 어떨까 해"
입을 것을 물었는데 없다고 했으니 안 입겠다는 말처럼 되었습니다. 차라리 원어처럼 소데나시라고 한다면, 소매가 없는 옷을 말하는 의미라도 되는데 나시라는 말만 사용하니 그렇습니다.
일본 패션을 그대로 베껴오던 시대에 아는 척을 하려고 썼을 것으로 보이는데, 우리말에 "민소매"란 말이 있음에도 구태여 나시라는 단어를 쓰니 오히려 우스꽝스럽게 되었습니다.
겨울이 춥다는 동장군은 나폴레옹과 싸운 러시아 겨울
겨울에 많이 쓰이는 단어에 "동장군"이 있습니다.
동장군의 뜻은 매우 추운 날씨이며 의인화한 단어입니다. 특히 뉴스방송에서 날씨를 안내할 때 많이 듣게 되는데 알고 보면 꼬이고 꼬인 일본식 한자어입니다.
영어를 중식의 한자로 바꾸어 일본어로 읽은 것을 우리가 가져다 다시 한자 발음으로 읽고 있고 있습니다.
처음으로 원어가 사용된 것은 19세기 초로 보입니다.
프랑스의 나폴레옹은 유럽을 점령하며 러시아 공격에 이르게 되었는데 러시아의 날씨가 너무 추워서 공략에 실패하게 됩니다. 프랑스와 러시아의 전쟁에서 프랑스 나폴레옹과 러시아의 겨울장군이 싸웠다고 표현한 것이 시초입니다.
영국의 한 기자가 general frost라고 적은 것을 일본에서 인용하며 후유쇼군이라고 했는데, 이걸 또 한국에서 한자어로 읽는 것이 동장군입니다.
재미있게 표현한 외국 사례를 인용하는 것이라고만 생각하면 문제가 없을 듯하지만 그 경로를 보면 이걸 우리말처럼 생각해서는 안 되는 것입니다. 일본이 모방한 말을 다시 모방한 말이 되겠습니다.
고진감래라든지 지란지교 같은 말도 사실은 중국의 속담을 유식한 척하며 한자로 들여 온 것입니다. 우리 속담에 우물 안 개구리 등의 별 것도 아닌 속담을 어느 후진국에서 유식한 말인 듯 사용하는 가져다 사용하는 것과 같은 경우입니다.
하지만 적어도 이런 말들은 원래 뜻에 교훈이 있으니 본래 의미도 생각해야 하는데, 동장군은 그렇지도 않으니 해괴한 일본어라고 하는 것입니다. 추운 날씨 때마다 우리가 나폴레옹을 기억할 필요는 없으니 말입니다.
일이 끝났다고 기념하는 쫑파티는 해괴한 합성어
한 학년이 끝난다든지 하나의 업무가 끝난다든지 할 때 사용하는 "쫑파티"는 발음이 재미있어서 널리 퍼진 말입니다.
어찌 보면 눈팅이나 솔까말, 불금처럼 신조어인 듯 보이지만 어원은 일부 일본어, 일부 영어인 마무리 모임, 회식이라는 뜻입니다.
ちょん Party를 우리말로 읽은 것이 쫑파티인데 영어도 일본어도 한국어도 아닌 해괴한 합성어입니다. 중고등 학생들 뿐 아니라 어른 중에도 이게 무슨 어원인지 모르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쫑파티의 ちょん은 일본의 속어입니다. 끝이라는 의미로 사용하는데, 알고 보면 정확한 단어도 아닙니다.
어떤 작업이 끝나자 마지막에 막대기 같은 것으로 탁탁 치는 행위, 가위로 필요 없는 부분을 싹둑 잘라내는 행위 등을 할 때 그 소리를 나타낸 의성어입니다. 그래서 글을 다 쓰고 마침표를 찍을 때도 쭁!하고 표현합니다.
그래서 해고당할 때도 쫑났다고 말하는데, 쫑은 바보 얼간이라는 뜻으로도 사용되고 있다고 합니다.
예를 들자면 우리가 쩝쩝하고 먹는다고 소리를 표현한 말을 다른 나라에서 가져다가 쩝파티라고 부르는 것과 같은 경우입니다. 하나의 완전한 단어도 아닌 쫑이라는 의성어를 또 다른 언어인 영어에 갔다 붙였습니다.
외국어와 합성을 하더라도 마무리파티, 끝파티처럼 하면 될 것을 구태여 일본어까지 빌려다가 쓰고 있습니다. 일제의 잔재로 사용되는 것이 아닌 단어이니 일본어 좀 갖다 쓰는 게 어떻냐고 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반드시 필요하지도 않고 중요한 의미도 없는 말을 발음의 재미 상 가져다가 한국어를 혼탁하게 만드는 것이 문제이겠습니다.
계절이나 특정 기간에 많이 듣게 되는 단어의 뜻과 의미에서 해괴하게 유입된 일본어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언어란 끊임없이 생성, 퇴화되고 외부의 언어와 섞이기 마련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언어는 있기에 그냥 쓰는 것이 아니라 식물처럼 가꾸어야 잎이 번성하는 것입니다. 굳이 한글날이 아니어도 가끔은 지금 쓰는 말이 맞는 것일까 알아보는 태도가 필요할 것입니다. 더불어 국어학자들은 끊임없이 그 자료를 제공해야 합니다.
소데나시와 동장군과 쫑파티는 의류계와 언론과 직장인, 학생들이 퍼트린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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