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사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 숙주 박쥐, 감염되지 않는 이유]
메르스의 감염경로는 박쥐에서 낙타를 거쳐 인간에게 오는 것으로 추정합니다. 사스의 감염경로는 박쥐에서 사향고양이를 거쳐 인간에게 오는 것으로 추정합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의 감염경로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으나, 박쥐가 숙주인 것은 거의 확실합니다. 그런데 왜 박쥐는 감염되지 않는 것일까요? 그렇게 무서운 병이라면 박쥐라면 벌써 멸종되었을 것만 같습니다.
이 문서에서는 그 이유에 대해 설명하고, 그렇다고 해서 박쥐가 무조건 나쁜 동물은 아닌 이유도 설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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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주 박쥐, 감염되지 않는 이유
대부분의 바이러스는 스스로 번식하지 못하기 때문에 반드시 숙주가 필요합니다. DNA 없이 RNA로만 번식하는 바이러스는 숙주의 세포를 이용하므로, 대게는 같은 종끼리 전염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그러나 메르스, 사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조류 인플루엔자, 지카 바이러스 등은 원래의 숙주가 인간이 아니었는데도 불구하고 인간에게 전염되기 때문에 문제가 됩니다. 인간이 모르던 바이러스이기 때문에 대책도 없습니다.
(메르스, 사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는 원래 박쥐에게 있었다 [숙주 박쥐, 감염되지 않는 이유] ⓒ leo2014)
박쥐는 왜 이렇게 나쁜 바이러스들을 가지고 살게 되었을까요? 그 이유는 사는 환경 때문입니다. 박쥐는 습하고 어두워서 햇살의 소독 작용이 닿지 않는 동굴 속에서 삽니다. 매달린 채로 대소변을 보기도 하고 곤충을 물어다 먹습니다. 환경이 깨끗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더구나 집단으로 모여서 생활하기 때문에 한 마리가 걸리면 집단으로 옮길 가능성도 높습니다. 더구나, 작은 크기에 비하면 오래 살기 때문에(20년) 바이러스가 계속 쌓일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쥐는 멸종당하지 않습니다. 수많은 바이러스를 가지고도 숙주 박쥐가 감염되지 않는 이유는 체온이 높기 때문입니다. 박쥐는 포유류 중에서 유일하게 하늘을 나는 동물입니다. 조류가 아닌데도 날기 때문에 더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고, 나는 동안 체온이 38도~41도나 됩니다.
그런데 바이러스 활동의 최적 온도는 33도~35입니다. 즉, 열이 올라가면 바이러스의 활동이 약화되는 것입니다. 인간이 감기에 걸리면 체온이 올라가는 이유도 같습니다.
(박쥐는 날기 위해 체온이 올라가고 면역력이 높아진다 [숙주 박쥐, 감염되지 않는 이유] ⓒ barskefranck)
결과적으로 박쥐에게 바이러스가 들어가도 잠복하듯 조용히 지내게 됩니다. 그러다가 체온이 36도 정도인 인간에게 오면 엄청난 증식을 하고 병을 일으키는 것입니다.
체내의 온도가 올라가면 항바이러스 물질이 만들어지고 치열한 싸움이 벌어집니다. 인터페론은 바이러스의 분열을 막지만, 싸움이란 것은 자기 자신에게도 피해가 생기는 것이므로 바이러스가 들어왔을 때만 작동되는 것이 보통입니다. 그러나 박쥐는 적은 양으로 피해를 줄이면서도 항상 작동시키는 방법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잘 견디는 것입니다.
(박쥐는 많은 바이러스를 가지고 있는 포유류라고 한다 [숙주 박쥐, 감염되지 않는 이유] ⓒ Salmar)
결국은 인간이 부른 문제
박쥐는 쥐와 함께 가장 다양한 포유류이기도 합니다. 전체 포유류 종류 중에서 20%가 박쥐일 정도입니다. 그러다 보니 보유 바이러스도 많습니다. 연구에 따르면 156종의 바이러스를 지니고 있어서 쥐 다음으로 많다고 합니다.
이 바이러스들이 박쥐 안에서는 조용히 지내다가 돌연변이가 생기면 다른 종에게도 옮아갈 수 있는 능력이 생깁니다. 그것이 바로 메르스, 사스, 우한 폐렴입니다. 이렇게만 본다면 박쥐는 해만 끼치는 것처럼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사실, 박쥐는 자연계의 살충제이며 해충을 제거한다 [숙주 박쥐, 감염되지 않는 이유] ⓒ skeeze)
하지만 대부분의 생명과학자는 박쥐에게 바이러스가 있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인간이 박쥐의 서식지를 파괴하면서 인간과의 접촉이 늘어난 것이 문제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사실입니다.
더구나 생태계를 마구 망치는 인간의 문제도 있습니다. 야생 박쥐를 요리해 먹는 지역이 있는데, 이것을 식용 동물에게 먹이로 줬다가 인간이 먹으면서 옮겨왔을 수도 있습니다. 사스의 감염경로인 사향고양이도 식용으로 사용하는 지역에서 문제가 된 것입니다.
과수원의 과일박쥐나 남미의 흡혈박쥐가 문제 되기도 했지만, 대부분의 박쥐는 자연계에서 중요한 생물입니다. 연구를 살펴보면, 이들은 엄청난 양의 해충을 잡아먹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미국의 연구 자료에서는 한 시간에 모기 1,000마리를 잡아먹는 박쥐도 있는 것으로 나옵니다. 150마리 정도의 큰갈색박쥐 떼는 매년 130만 마리의 해충을 먹는다고도 합니다.
이렇게 본다면, 자연계에서 살충제 역할을 하느라고 바이러스를 갖게 된 박쥐를 인간이 함부로 대해서 병에 걸린다는 얘기도 틀린 얘기가 아닐 것입니다. [저작권법 표시] 이 글의 원본: 키스세븐(www.kiss7.kr)
(인간의 잘못이 박쥐의 바이러스를 가져온 것인지 모른다 [숙주 박쥐, 감염되지 않는 이유] ⓒ _freakwave_)
메르스, 사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의 숙주가 박쥐라는 것은 환자에게서 얻은 2019-nCoV를 통해 확인했습니다. 게놈 정보가 박쥐의 바이러스와 거의 같았기 때문에 숙주가 박쥐라고 판단하는 것입니다.
바이러스가 박쥐에게서 인간에게 바로 올 확률은 낮습니다. 어떤 다른 동물을 통해서 인간에게 올 수 있을 정도로 변종이 된 다음에 왔을 것입니다. 그러나... 어떤 사람들은 별별 짓을 다 하니, 신종 바이러스 감염증의 감염경로를 추측하기에는 변수가 너무 많습니다.
[메르스, 사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 숙주 박쥐, 감염되지 않는 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