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비 뜻과 부두교, 좀비영화 - 실제로 실존 가능성 있나
예전에는 드라큘라, 귀신, 악마 등이 호러물에 주로 나왔지만, 21세기에 들어서 완전히 좀비영화가 대세로 자리 잡았습니다. 이제는 서양영화 뿐 아니라 한국영화에서도 좀비영화가 흥행몰이를 하는 중입니다. 그런 까닭에 실제로 있을까라는 실존 가능성의 궁금증부터, 사람들은 왜 열광하는가, 유래는 무엇인가 등등을 다뤄보면 재밌을 것 같습니다. 영화부터 소설까지 호러물의 선풍적인 대세가 된 좀비의 뜻과 좀비영화의 유래 등을 알아봅니다.
좀비 뜻은 알고 보면 불쌍한 영혼이다
좀비란 뜻은 원래 "시체처럼 된 노예"를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다가 이제는 "움직이는 시체"로 뜻이 변화되었습니다. 그런데 좀비의 어원을 쫓아가면 더 변화되는 현상을 볼 수 있습니다. 영어표현에서는 zombie라고 쓰는데, 그 어원은 아프리카의 콩고어이며 은잠비(nzambi)입니다. 은잠비는 신 또는 영혼을 뜻하는 말입니다. 결국 좀비의 뜻은 "신" - "영혼" - "노예" - "시체"로 변화해왔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얼핏 보면 거리가 있어 보이는 신과 시체가 어떻게 연결되어 변해온 것일까요? 이러한 좀비 뜻의 변화를 알기 위해서는 부두교의 발생과 함께 출발한 전설에서 부터 어원을 추적해야 합니다.
(사진: 좀비는 영혼을 빼앗긴 존재에서 움직이는 시체로 뜻이 변해 왔다. 좀비영화에서 그 변화는 더 심해졌다. [좀비의 뜻과 유래] / ⓒ pixabay.com)
흔히 좀비의 배경으로 잘 알려진 것은 아이티라는 나라의 부두교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눈여겨 볼 것은 부두교의 주술사가 사람을 좀비로 만들었다는 전설입니다. 문명의 단계가 덜 성숙한 사회는 제정이 분리되지 못하고 주술사가 최고권력과 형벌권도 가지게 됩니다. 그래서 100~200년 전의 아이티도 주술사가 형벌을 정할 수 있었습니다.
아이티에서 중죄인은 그 벌로 영혼을 빼앗기고 노예처럼 시키는 대로 노동을 하도록 처해졌다고 합니다. 영혼, 즉 좀비가 없는 삶이 되는 것입니다. 백성들의 입장에서는 주술사가 두려운 존재가 될 것이고, 주술사는 더욱 막강한 힘을 휘두르게 되었을 것입니다.
(사진: 스페인은 아이티 섬의 원주민을 멸종시킨 후 서아프리카에서 흑인 노예를 납치해 왔다. [좀비의 뜻과 유래] / ⓒ 미상)
아이티의 주민들에게는 좀비 그 자체보다도 영혼을 빼앗긴 신체, 즉 좀비가 되는 것이 더 두려운 상황이 됩니다. 심지어 전해오는 전설에 의하면, 주술사는 좀비를 이용해서 살인을 저지르게 한 적도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좀비가 되어도 기억력이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죄값을 치르고 일반인으로 해방되더라도 좀비가 된 상태에서의 끔찍한 기억을 평생 가지고 살게 됩니다.
좀비가 두려움을 가지게 되는 모태는 사실 영혼을 빼앗길까봐 느끼는 공포심입니다. 역으로 본다면, 좀비는 불쌍한 존재이기도 합니다. 우리가 공포의 적으로 생각하는 좀비의 원형은 불쌍한 영혼인 것입니다. 죄를 지었지만 인권이 유린된 존재인 것입니다.
(사진: 부두교인들의 의식 행사. 아프리카에서의 주술사 풍습이 넘어와서 부두교에도 주술사가 있었다. [좀비의 뜻과 유래] / ⓒ kwekudee-tripdownmemorylane.blogspot.kr)
원래 좀비의 뜻은 영혼을 빼앗기고 껍데기만 남은 사람입니다. 가혹한 노동과 착취 속에서 그저 시키는 대로 움직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해커에 의해 조종받는 PC를 좀비컴퓨터라고 하고, 아무 역할도 안 하면서 실행되어 메모리만 잡아먹는 프로그램을 좀비프로그램이라고도 합니다.
우리나라 말에 "얼 빠졌다"라는 표현이 있습니다. 정신을 못 차리는 상태를 말합니다. 또한 군대에서 벌을 줄 때 "얼차려"를 한다고 말합니다. 원래 좀비의 뜻을 그런 관점에서 보면 이해가 갈 것입니다. 좀비로 만들기 위해 주술사는 독약을 먹이고 혹독한 폭행을 가했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더욱 처참한 것은, 그 모든 고통을 생생히 기억해야 하는 운명이라는 것입니다.
(사진: 아이티에서 좀비를 만드는 것은 처참했다. 독약을 먹이고 폭행을 가한 뒤 정신이 빠지게 하는 것이었다. [좀비의 뜻과 유래] / ⓒ 미상)
좀비와 부두교, 좀비영화의 발전 과정
좀비영화와 소설 등이 만들어지는데 큰 영향을 끼친 것은 부두교의 전설입니다. 부두교는 아이티와 미국 남부의 뉴올리언스에서 주로 믿는데, 스페인과 프랑스의 식민지였다는 역사적 공통점이 있지만 두 지역의 부두교는 다른 점이 더 많다고 합니다. 뉴올리언스는 미국이 프랑스의 나폴레옹으로부터 헐값에 사들인 곳이고, 아이티는 아메리카에서 미국 다음으로 독립을 쟁취한 나라입니다. 더구나 세계 최초로 흑인이 독립정권을 세운 곳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스페인과 프랑스, 미국이 번갈아 식민지화를 하고 빈번히 일어난 쿠데타 때문에 지금은 세계 최빈국으로 전락한 상태입니다. 얼핏 보면 좀비영화와 무슨 관련이 있을까 싶은 곳인데, 아프리카의 영향을 받은 주술행위가 서양인의 눈에는 강한 자극이었던 같습니다.
(사진: 지금의 아이티는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가 되었다. 실제로 진흙으로 만든 쿠키를 먹기도 한다. [좀비와 부두교, 좀비영화] / ⓒ Feed My Starving Children)
아이티에 부두교가 발달하게 된 것에는 역사적 이유가 있습니다. 원래 아이티에도 원주민이 살았으나 1400년대 후반 스페인이 침공한 후 학살과 전염병으로 멸종해버렸습니다. 스페인은 섬의 원주민을 전멸시켜 놓고는, 노동력이 모자라자 아프리카 흑인들을 노예로 데려왔습니다. 당시 아이티는 사탕수수 농사와 산림 벌목 산업이 유망했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프랑스가 스페인으로부터 아이티를 빼앗은 후에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결과적으로 아이티는 원주민이 사라지고, 소수의 백인지주와 대다수의 아프리카 흑인 노예들로 구성된 섬이 되었습니다. 스페인은 서아프리카 여기저기서 마구 노예를 잡아왔는데, 부족도 혈족도 전혀 다른 수많은 아프리카인들이 모여 좀비영화의 시초인 부두교를 탄생시킵니다.
(사진: 1500년대 스페인의 대학살로 인해 아이티, 도미니카, 쿠바 등 원주민의 85%인 300만명이 전멸했다고 한다. [좀비와 부두교, 좀비영화] / ⓒ 미상)
스페인이 노예로 잡은 아이티의 흑인들은 서아프리카의 여러 지역 부족이 마구 섞여 있었습니다. 그러다보니 자연히 부족 신앙도 아이티 안에서 융합되고 섞이게 되었습니다. 여기까지는 그럴 수 있는 상황이지만, 결정적으로 프랑스의 루이 14세가 강압에 의해 1600년대 말에 퐁텐블로 칙령을 선포하면서 부두교의 유래가 시작됩니다. 이것은 1500년대 말에 앙리 4세가 카톨릭 외의 종교도 허용하는 낭트 칙령을 폐지하는 것으로서, 무조건 기독교만을 믿도록 강요하는 칙령입니다.
그러자 부두교는 탄압을 피하기 위해 카톨릭처럼 종교의식을 변형시켰고, 마침내 아프리카 각 부족의 민족 종교에 기독교까지 섞인 부두교가 되었습니다. 현재 아이티의 주민들은 스스로 기독교라고 생각하면서도 부두교의 민속신앙 의식을 병행합니다. 이것은 한국의 불교가 무속신앙과 공존하는 것과 비슷한 현상입니다.
(사진: 부두교는 서아프리카 민속신앙 위에서 프랑스의 탄압을 피하기 위해 크리스트교로 위장한 혼합종교의 흔적이 보인다. [좀비와 부두교, 좀비영화] / ⓒ Justin Pickard)
하지만 서양인의 눈에는 부두교가 좋게 보이지 않았습니다. 백인을 몰아내고 흑은 정권을 세울 때, 부두교는 백인을 죽이자는 종교행사를 계속했기 때문입니다. 더군다나 영혼을 빼앗는 좀비의 전설은 두려움을 주기에 충분했습니다.
1920년대 말에는 미국에서 좀비의 실존을 알리는 글이 발표되고, 1930년대에 최초의 좀비영화인 "화이트좀비"가 만들어졌으나... 물론 좋은 시각으로 봤을리가 없습니다.
현재 우리가 생각하는 움직이는 시체 개념의 좀비영화는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이란 이름으로 1960년대에 처음 등장했습니다. 사실 이 영화의 감독은 좀비란 단어를 쓸 생각이 없었지만, 사람들이 좀비라고 부르면서 결국 지금의 좀비가 탄생하게 됩니다. 그 후, "28일 후", "새벽의 저주", "레지던트 이블" 등이 히트하며 호러물의 대표주자로 떠오르게 되었습니다.
(사진: 1968년에 나온 조지 로메로 감독의 영화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의 한 장면. 좀비영화의 획을 그었다. [좀비와 부두교, 좀비영화] / ⓒ 영화캡처)
실제 좀비는 가능한가 - 좀비의 실존 가능성
한때 서양인의 눈에 악마의 종교로 비쳐졌던 부두교가 영혼을 빼앗는 주술까지 한다고 하니 좀비영화는 더욱 흉물스럽게 표현되게 되었습니다. 영혼을 빼앗긴 불쌍한 존재에서 사람을 뜯어 먹는 움직이는 시체로 변신한 좀비는, 설문조사에서 어린들이 가장 무서워하는 대상 1위로 올라섰습니다.
귀신이나 영혼도 과학적 실증은 되지 않지만 세계가 공통적으로 오랜 기간 누적되어 느끼던 존재입니다. 반면 인간을 뜯어먹는 개념의 좀비는 실제로 목격한 경험자가 거의 없음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좀비가 실존할지 모른다는 가능성을 생각하는 사람이 꽤 됩니다. 이런 두려움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요?
아직도 인간은 바이러스에 무기력하다는 현실과 미래 과학이 끔찍한 일을 저지를 수도 있다는 막연한 공포심의 영향이 클 것입니다.
(사진: 좀비의 두려움은 대량의 공격자, 뜯어먹히는 고통, 그리고 바이러스 등의 인류에 대한 무기력함이 바탕이 된다. [실제 좀비영화의 실존 가능성] / ⓒ pixabay.com)
원래 좀비는 사람보다 빠르게 움직일 수 없고, 기억은 할 수 있어도 생각은 할 수 없습니다. 다만 그 엄청난 숫자 때문에 두려움을 주는 것이며, 그래서 좀비영화들을 보면 대부분 이미 많이 전염된 상태라는 설정에서 영화를 시작합니다. 그러나 최근 좀비영화에서는 이런 기본틀도 깨고 있는데, 뛰는 건 물론이고 무기를 다루며 심지어 지능적으로 공격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시체의 특징을 보면 실제로 좀비영화처럼 실존 가능성이 있지는 않습니다. 시체는 물리적으로 그냥 심장이 정지된 것이 아니라, 사후 경직에 의해 사지가 굳습니다. 처음 좀비영화에서 그린 행동과 어수룩한 몸짓으로 설정된 이유는 그 때문입니다. 중국의 강시소설과 강시영화에서 시체들이 걷지 못하고 콩콩 튀어 다니는 이유도 역시 그 때문입니다.
(사진: 중국에도 좀비영화처럼 히트를 친 시체영화가 있었다. 80년대에 불었던 강시영화 붐은 엄청났다. [실제 좀비영화의 실존 가능성] / ⓒ 영화캡처)
강시란 중국 전설에 나오는 시체를 말하는데, 좀비처럼 되살아나서 사람을 괴롭히는 존재입니다. 강시도 좀비처럼 기본적인 인지능력이 있는 시체이며 기억을 가질 수 있어서, 생전에 군인이었던 강시는 무술능력도 뛰어납니다. 원래의 좀비의 시초가 영혼을 빼앗긴 불쌍한 존재였던 것처럼 강시도 슬픈 사연을 가지고 있습니다.
중국은 역사 이래로 항상 최고였던 것처럼 잘난 척을 하지만, 만리장성을 쌓고 항상 북방민족의 침략을 두려워하며 살았습니다. 대신 남쪽으로 영토를 넓혔는데, 남쪽의 병사들은 강제로 북쪽 국경에 배치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너무 추운 북쪽에서 고향을 그리워하다가 죽어가는 병사가 늘어나자, 한 도인이 이를 딱하게 여겨 고향으로 데려다 주기로 결심합니다. 그래서 머리에 부적을 붙이고 일렬로 이동하게 되는데, 이런 것들이 강시와 좀비의 차이점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사진: 좀비영화에서 좀비를 만드는 과정. 실제로 존재하는 듯한 착각에 빠지는 것은 특수분장 때문이다. 좀비의 실존 가능성은 메이크업 스튜디오에 더 많은 것이 현실이다. / ⓒ pixabay.com)
하지만 실제로 좀비가 있을 수 있냐를 떠나서 좀비영화에 나오는 형태의 실존 가능성은 의문을 줍니다. 인체는 죽음을 맞게 되면 처음엔 얼음처럼 뻣뻣하게 굳습니다. 면역체계가 깨지기 때문에 그 다음엔 온 몸에 세균이 번식하고 부패하기 시작합니다. 그 후부터는 부폐로 인해 내부장기와 근육이 부풀어 오르면서 뚝뚝 떨어져 나갑니다. 처음엔 뻣뻣해서 힘을 쓸 수가 없고, 나중에는 부폐해서 힘을 쓸 수가 없게 되는 것입니다. 좀비영화같은 실존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보면 됩니다.
바이러스에 의해 초인적인 힘이 생긴다는 설정도 많지만, 역사 이래로 바이러스는 파괴를 했지 힘을 강화해 준 적은 없습니다. 그러므로 좀비의 실존 가능성이라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얘기입니다. 하지만, 그 보다도 놀라운 것은 실질적인 목격자가 없는데도 귀신, 유령보다 더 좀비영화가 많이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이것은, 호러물에 액션과 SF를 섞을 수 있고 정부 음모론까지 가미할 수 있는 장르적 특징 때문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