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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용한 지식 칼럼

칠판 긁는 소리가 싫은 이유 - 인간이 싫어하는 소리와 편도체 본능

2015. 9. 8.

[칠판 긁는 소리가 싫은 이유 - 인간이 싫어하는 소리와 편도체 본능] 




한 조사에 의하면 인간이 가장 싫어하는 소리는 손톱으로 칠판을 긁거나 칼로 병을 긁거나 하는 것들이고, 좋아하는 소리는 물거품이 날 때나 아기가 울 때, 천둥이 칠 때 나는 소리였다고 합니다. 

인간은 왜 칠판 긁는 소리를 싫어하게 되었을까에 대한 의문은 여러 각도에서 실험이 진행 중이지만 아직도 확실한 답변을 얻어내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칠판 긁는 소리의 고음은 혐오감의 음역대 


독일의 한 연구소에서 인간이 싫어하는 칠판 긁는 소리를 연구했습니다. 칠판을 긁을 때 나는 소리의 높이는 약 2000~4000헤르츠입니다. 인간의 낼 수 있는 가장 높은 소리는 여성 하이소프라노의 약 1200헤르츠 정도입니다. 즉 인간이 목으로 낼 수 없는 소리라는 것입니다. 인간은 최대 2만 헤르츠까지는 들을 수 있다고 하나 금속성의 표면마찰음은 매우 높은 영역에 속합니다. 

이 연구소에서는 사람의 귀가 특히 이 음역을 강하게 증폭시키는 구조이기 때문에 사람들이 칠판 긁는 소리를 싫어한다고 풀이했습니다. 



(인감이 가장 싫어하는 소리 중에 칠판을 손톱으로 긁는 소리가 있다)


연구진은 이 영역의 고음이 포함된 소리와 제거된 소리를 두 그룹에게 들려주었는데, 이 고음이 포함된 소리를 듣는 그룹이 거부감을 보였다는 것에서 인간은 2천~4천 헤르츠 음역대를 체질적으로 싫어한다는 결론을 내릴 수는 있었습니다. 

그런데 같은 소리를 들려주면서 미리 각각 다른 언급을 하는 실험에서는 위의 결론에 여지가 생겼습니다. 한 그룹은 칠판 긁는 소리가 들어있다고 사실대로 언급하고, 한 그룹은 현대음악이라고 속여서 언급한 후 들려주었는데 현대음악이라고 생각한 그룹은 거부감을 덜 보인 것입니다. 



(사람의 목소리로는 낼 수 없는 높은 음역대의 강한 소리는 혐오감을 준다)


두 번째 실험을 통해서 같은 음역의 소리라도 인간이 어떤 마음을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 결과가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에 대해 과학계에서는 영장류 중 가장 진화가 덜 된 종류의 원숭이 무리에서 이 음역대의 소리를 찾아내서 설명하였습니다. 

이 원숭이는 공포와 위험 상황에서 이렇게 높은 소리를 내는데, 인간도 진화 초기에는 이런 소리를 냈을 것으로 가정하였습니다. 즉 이 음역대의 소리는 인간에게 잠재된 공포와 위험 상황을 자극하기 때문에 싫어한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 소름끼치는 소리는 결국 원시시대 우리 인간의 소리라는 얘기입니다. 





인간이 좋아하는 소리와 싫어하는 소리 


또 영국에서도 인간의 소리 반응에 대한 연구가 있었습니다. 

인간이 가장 싫어하는 소리들의 상위 종류들을 보면 칼, 포크, 손톱 등 날카로운 것으로 칠판이나 유리를 긁는 소리입니다. 대체로 아주 얇은 마찰면으로 긁는 소리를 낸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이런 소리들은 아주 높은 주파수의 소리를 내게 됩니다. 

그 다음으로 여자의 비명소리, 드릴 소리, 아기 우는 소리, 브레이크 소리들이 인간이 가장 싫어하는 소리로 뽑혔습니다. 역시 높은 주파수를 가졌다는 공통점이 있는데, 더불어 "위험 상황"이라는 공통점이 덧보태어졌습니다. 

이런 결과를 인간의 진화초기에 대한 가정과 연결해 보면 어느 정도 연관성을 발견하게 됩니다. 



(소리에 의한 혐오감은 위급상황을 만난 원시 유인원 때부터의 본능?)


아기의 울음소리, 여자의 비명소리, 브레이크 소리 등은 누군가가 위험에 빠지는 상황을 알려주는 소리들입니다. 인간은 공동체 무리생활을 해 왔으므로, 곧 '우리'라는 개념의 위험신호로 받아들여집니다. 온 몸에 소름이 돋는다는 것은 교감신경이 작동했다는 것이고, 실제로 교감신경 반응은 두려움과 흥분상태에서 나타납니다. 

직접적인 물리적 증명은 할 수 없으나 납득이 갈만한 연관관계를 보여주는 가설입니다. 

원시시대 때 맹수가 나타나면 유인원 무리에는 공포와 놀람에 대한 비명소리가 가득했을 것입니다. 유인원은 즉각 반응해야했고 섬뜩한 느낌을 온몸으로 받아야 했을 것입니다. 어쩌면 죽음을 각오하고 맞서야 하는 상황이 올지도 모릅니다. 그 감정이 무의식 깊숙이 잠재되어 있다가, 이 음역의 소리를 들으면 다시 생각나기 때문에 싫어한다는 가설이 가능한 셈입니다. 



(세계 어느 지역의 누구든 아기의 웃음소리에는 거의 거부감이 없다)


반대로, 아기에게 진공청소기 소리를 들려주면 잘 잔다는 경험적 얘기들도 있습니다. 진공청소기의 반복적인 모터소리가 엄마 배속에 있었을 때 듣던 엄마의 심장소리와 비슷해서 안정감을 주기 때문이라는 설도 있습니다. 천둥소리가 무섭게만 생각되지만 천둥과 빗소리의 반복적인 낮은 음도 역시 안정감을 주는 역할을 한다고 합니다. 

인간에게 안정감을 주는 소리 중에는 물거품 소리, 박수소리, 아기 웃음소리 등이 있다고 합니다. 어릴 적 추억과 낮은 음역의 반복성이 있는 물거품 소리, 어릴 적 칭찬과 만족감을 기억하게 하는 박수소리는 "기억"과 관계있는 소리입니다. 생각나지도 않는 과거의 잠재된 기억은 인간의 반응에 많은 영향을 끼칩니다. 

아기의 웃음소리도 원시시대 때부터 가진 잠재기억이 아닐까 합니다. 가장 약한 존재의 즐거운 상황은 곧 무리 전체에게도 안정적인 상황이라는 의미인 것입니다. 





본능과 칠판 긁는 소리가 싫은 이유 


그렇다면 칠판 긁는 소리처럼 소름끼치는 소리는 결국 우리 뇌 속에 잠재되어 있는 무의식이라는 결론을 내도 되는 것일까요? 

어느 연구에서 우리의 귀와 소리 정보가 전달되는 뇌 부위와의 상관관계를 알아보는 실험이 있었습니다. 뇌 영상법을 이용한 이 실험은 머리에 센서를 붙이고 뇌의 각 부위에서 일어나는 파형을 분석해 보는 실험이었습니다. 

불쾌한 소리를 들려주자 유독히 편도체에서 강한 반응이 일어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편도체는 뇌의 안쪽에 위치한 아몬드 크기 기관으로 감정정보와 공포심 등을 담당합니다. 

그리고 우리 귀의 청각피질도 이 영역의 소리에 강하게 반응하는데, 2천~4천 헤르츠의 소리가 발생하면 청각피질이 더 강하게 증폭을 시키고 편도체 또한 강하게 활성화되는 것입니다. 



(본능에 관여하는 편도체의 위치. 뇌 안쪽 아래의 양쪽에 아몬드 모양이 있다)


인간의 뇌는 여러 구조로 되어 있고 바깥쪽에 위치한 뇌 부위일수록 "생각"에 관계된 기능을 하며 안쪽에 위치할수록 본능에 관련된 기능을 합니다. 즉 본능에 관계된 기능을 하는 편도체가 높은 음역의 소리에 강한 반응을 한다는 결론입니다. 

편도체가 본능에 관계된 기능을 한다는 것은 편도체가 원시인류 때부터의 본능을 느껴왔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칠판 긁는 소리처럼 높은 음역대가 원시인류 때 위험을 알리는 소리로 인식되었을 가능성이 커집니다. 

다만, 개체의 인식이 유전으로도 남느냐의 과학적 증명이 문제이지만 이 문제는 앞으로 더 연구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계속된 혐오스런 소리는 스트레스와 정신적 장애를 준다)


음향학 등 소리 전문가들은 싫어하는 소리를 지속적으로 듣게 되면 정신 건강에 좋지 않다고 합니다. 여러 연구를 통해 높은 소음에 노출된 사람들이 받는 스트레스가 증명되고 있는 중입니다. 

그리고 인간의 오감 중에서 가장 마지막까지 작동하는 것이 청각이라고도 합니다. 어떤 학자는 사람이 죽는 순간 이후에도 약간 동안은 소리를 들을 수 있다고 합니다. 옛부터 운명한 사람 곁에서 나쁜 얘기를 못하게 하는 것도 그런 이유가 아닐까 합니다. 

[저작권법 표시] 이 글의 원본: 키스세븐(www.kiss7.kr)

인간의 사고력 보다 깊숙한 의식 속에서 소리는 인간의 삶에 직접적인 관여를 하고 있습니다. 사람이 가장 싫어한다는 칠판 긁는 소리에서부터, 편도체와 청각피질은 각별한 관계를 가지고 작동하며 인간의 근원적인 안정감이나 혐오감은 편도체가 활성화되느냐 아니냐에 달려있다는 연구까지 알아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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