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면 왜 열이 날까? - 감기에 걸리면 몸에서 열이 나는 이유]
인간이 항온동물이라고는 하지만 체온이 언제나 같은 것은 아닙니다. 보통 36.5를 기준으로 35~38 정도를 유지하지만 병이 나게 되면 38~42도를 오르내리기도 합니다. 그리고 우리는 열이 나면 몸이 아프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아프면 왜 열이 나는 걸까요? 그리고 열이 나면 무조건 몸에 안 좋은 걸까요? 우리는 열이 나면 항상 바로 열을 떨어트려야 할까요? 열이 높지 않은 것이 건강한 것은 맞지만, 열이 났을 때 우리는 어떻게 하는 것이 가장 좋을까요?
여기에 대한 궁금증을 상식으로 알아두면 좋을 것 같습니다.
감기와 열, 바이러스와 체온의 싸움
서양 의학은 열이 나면 무조건 열을 떨어트리기 위해 노력해 왔었습니다. 동양 의학은 열이 나도 더 뜨끈하게 만들어 병과 싸우도록 해 왔었습니다. 인체의 면역 연구가 발전하면서 이 차이에 대한 공통분모가 밝혀지고 있습니다.
아프다고 무조건 열을 떨어트릴 것도 아니고 고열을 방치해서도 안 되는 이유는 열이 우리 인체에서 왜 일어나고 어떤 역할을 하느냐를 이해하면 되는 문제였습니다.
(열이 난다고 무조건 해열제를 먼저 먹고 보는 것은 과연 옳은 것일까?)
감기나 병에 걸리게 하는 것은 바이러스나 세균에 감염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바이러스는 나름의 생존 온도가 있습니다. 약 33도~35도에서 가장 왕성한 증식을 한다고 합니다.
다시 말하면 감기에 걸려 열이 나면 바이러스의 입장에서는 살만한 곳이 못되게 되는 것입니다. 병이 나서 38도~40도에 이르게 되면 바이러스는 세포공격이 약해지고 증식이 억제되는 상황에 직면합니다. 반면 면역세포 등을 활성화하는 인체의 효소들은 오히려 활발해지는 효과가 있습니다.
이렇게 인체는 오묘한 시스템으로 동작하고 있는 것입니다.
외부 공기와 가장 먼저 만나는 콧속의 온도는 약 33도~35도지만 신체 내부의 온도는 37도에 가깝습니다.
코를 지나는 모세혈관은 추운 겨울철이면 체온을 보호하기 위해 혈액양을 줄이고 코의 온도는 더 떨어지게 됩니다. 이때 바이러스는 최적의 온도인 콧속에 침투하여 증식을 시도합니다.
코는 콧물을 분비하여 씻어내고 살균을 하며 버티지만, 여기서 질 경우 바이러스는 목과 폐등 인체 내부로까지 침투하게 됩니다.
(바이러스가 침입하면 울리는 비상신호 - 열 / 출처: flickr.com)
항생제는 세균을 죽일 수 있지만 바이러스를 죽이지는 못합니다. 그래서 인체의 면역기능에 의지해야 하는데...
물론 인체 안에는 면역체계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문제는 언제부터 바이러스의 침투를 알아차리냐와 어느 정도의 시간 안에 바이러스를 무력화시키느냐에 있을 것입니다.
바이러스가 침투하면 우리 몸은 비상 신호를 보내게 됩니다. 바이러스를 감지하는 RIG-I 수용체에 의존하는 인터페론이 활성화되어 인체 면역기능이 작동하지만, 면역세포가 동작하여 바이러스를 잡는 데에도 시간이 걸립니다.
그 사이 몸의 체온을 올리는 것은 그래서 중요합니다.
감기 걸리면 열이 나는 이유는 바이러스를 잡겠다는 신호
체온을 올라가는 것은 IL-1이라는 사이토카인에 의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체온이 올라가서 38도~40도를 넘는 고온이 되게 되면 면역세포가 활성화될 때까지 바이러스의 활동이 억제되게 됩니다.
더구나 면역세포를 활성화시키는 것은 인체의 효소 덕분인데, 체온이 올라가면 효소가 왕성해지므로 면역세포를 만들고 병원체를 공격하기에 유리해집니다.
결국 아파서 열이 나는 것은 병원체의 공격 때문이 아니라 우리 몸이 병원체를 공격하기 위한 것입니다.
(백혈구의 다양한 모습 / 출처: wikimedia.org)
어떤 경우에는 세균 자체가 고열을 발생시키는 것도 있습니다. 그러나 감기 같은 일반적인 경우라면 고열이 나더라도 하루 정도는 버텨 보는 것이 좋습니다. 약을 먹지 않아도 우리 몸은 바이러스와 싸울 수 있고 열이 난다는 것은 바이러스를 공격 중임을 알아둬야 할 것입니다. 실제로 감기에 사용되는 약들은 감기바이러스를 잡는 기능이 없습니다. 열을 떨어트리는 해열제 등이 들어 있는데, 한창 효소를 활성화시켜서 바이러스와 싸워야할 때에 체온을 떨어트려버리면 오히려 감기가 길어질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선진국의 병원에서는 감기 때문에 찾아가도 관찰만 하고 약이나 주사를 잘 주지 않는 것입니다. 약과 주사를 많이 주는 나라의 병원은 돈 문제와 연관되어 있을 가능성이 큽니다.
일반적이라면 감기는 5~7일 정도에 자동으로 완쾌됩니다. 약으로도 잡지 못하는 바이러스를 인체는 잡아내는 것입니다. 만약 지나치게 병이 길다거나 상식 이상의 고열이 계속 된다면 당연히 병원을 찾아야 합니다. 문제는 한국인이 그 상식의 기준을 지나치게 낮게 잡고 있다는 것이겠습니다.
(감기 열로 인한 갈증? 바이러스와 싸웠다는 증거)
열이 나고 아픈 후에 갈증이 나기도 하는데, T-림프구 백혈구는 항원을 집적 잡아먹는 것이 아니라 과산화수소를 활성화시켜서 바이러스를 죽입니다. 그러고 나면 활성산소가 혈액에 남는데, 이 때문에 갈증이 나게 됩니다.
이 활성산소가 오래 혈액에 남아있으면 세포의 변질이 생기기 때문에 빨리 내보내기 위한 신호로 갈증을 유발시킨다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감기에 걸린 후에는 깨끗한 물을 자주 마시고 비타민C 등의 산화방지제가 들은 음식을 먹으면 도움이 됩니다.
인간의 체온, 그 오묘한 시스템
사실 기준 체온에도 변화가 많습니다.
하루 1도 정도의 체온변화는 자연스러운 것이며 평생의 체온 변화도 생깁니다. 성인의 일반체온이 35.9~37.6인데 반해 아기의 경우 36.4~38.0, 노인은 35.8~37.5정도가 되는 것으로 연구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체온변화는 몸의 면역에 영향이 있습니다. 1도가 낮아지면 감기에 걸릴 확률이 2.1%가 늘어나고 면역력도 30% 저하된다는 연구도 있었습니다. 이것을 보면 왜 노인이 되면 병에 잘 걸리는지, 왜 겨울철이면 병에 잘 걸리는지도 대충 유추할 수 있을 것입니다.
(열과 체온에서 배우는... 조상들의 지혜로운 체온에 대한 지식)
최근의 연구를 보면, 체온은 바이러스에게도 중요하지만 사람의 면역에도 매우 중요함을 알 게 됩니다.
연구에 의하면 온도가 체온이 높아도 감기에 잘 걸리는 사람은 면역에 문제가 있다고 합니다. 저온에서 감기에 잘 걸리는 이유도 비슷한데, 항바이러스 역할을 하는 I형 인터페론에 문제가 있다는 것입니다. 체온이 내려가면 이 수용체가 작동이 어려워질 뿐 아니라 원래 문제가 있는 사람은 고온이 되더라도 감기를 잘 이기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체온은 바이러스를 억제하는 효과 뿐 아니라 인체 자체의 기능을 활성화시키는 역할도 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과거 우리나라에서는 아기를 낳으면 아기와 임산부의 방에 한 여름에도 난방을 해 주곤 했었습니다. 면연력이 약한 산모와 아기에게 자연적인 면역력 강화를 해주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이것도 조상들의 오묘한 지혜가 아닐까 합니다.
아플 때 뜨끈한 방에 이불을 쓰고 땀을 빼던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 볼 수 있겠습니다. 해열제라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긴 하지만, 처음부터 써야하는 것이 아니라 자체적인 방어기간을 둔 후에도 심하다면 사용하는 것이 바른 사용방법이라는 것도 알게 됩니다.
(약의 남용보다는 바른 전문의와의 상담이 더 중요한 것)
열이 너무 심하다면 뇌 손상에 대한 우려가 있습니다. 특히 아기들의 경우엔 부모들이 걱정을 많이 하는데, 소아과 의사의 칼럼을 보면 해열패치만을 의지하기 보다는 경과를 지켜보며 의사와 꼭 상의하길 권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열경기인데 20분 이상 지속되면 할 수 없이 해열제를 복용시켜야 된다고 말합니다.
열경기로 호흡곤란이 오면 저산소로 인해 뇌가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합니다. 미지근한 물로 몸을 닦아서 대처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합니다.
이상에서 알아보았듯이, 감기로 인해 열이 난다고 바로 해열제를 먹는 것은 옳지 않으며 한국은 지나치게 주사와 약에 의존한다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연구결과들을 검색해 보면 하루 정도 열이 나도록 나두고 영양을 공급하는 것이 더 좋으며, 너무 빠른 해열제 투여는 오히려 더 오래 감기에 앓게 하는 것이라는 내용도 볼 수 있습니다.
몸에 열이 나지 않는 것이 물론 건강한 것이지만, 몸에 열이 난다고 해서 꼭 나쁜 것도 아님을 상식적으로 알아둘 필요는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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