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조선 건국 신화 다시 읽기 1 - 삼국유사 단군신화]
일본 중심 역사관이나 중국 중심 역사관을 가진 사람들은 단군 건국을 단지 신화일 뿐이라고 낮추어 생각했었습니다. 하지만 고조선 건국신화인 단군신화는 한편으로는 신화지만, 또 한편으로는 우리의 역사이기도 합니다. 단군왕검 이야기를 그저 신화가 아니라 역사로 연결하기 위해서는 그 뜻을 알아야 하기에, 삼국유사의 단군신화를 현대적 우리말로 재해석해 보는 시간입니다.
단군신화? 단군왕검의 역사다
먼저 알아둘 것은, 삼국유사의 단군신화와 단군왕검 이야기는 역사학자에 따라 매우 다르게 보아왔었다는 것입니다. 어떤 역사학자는 우리 역사의 뿌리를 찾는 건국 신화로 이해했었고, 어떤 역사학자는 단순한 신화일 뿐 역사가 아니라고 생각했었습니다. 특히 일본과 중국 역사관의 영향을 많이 받은 역사가일수록 그런 경향이 심했었는데, 실제로 20세기 중후반까지는 한국사 책에도 그저 신화일 뿐이라고 적혀 있었습니다.
(홍산문명은 황하문명보다 앞서고 매우 다르다. 고조선과 가까운 지역이다 [고조선 건국신화 삼국유사 단군신화] / ⓒ East Asia, 편집 www.kiss7.kr)
하지만 이제는 실제 한국사라고 주장하는 학자들이 다수이고 한국사에서도 주류가 되었으니 다행입니다. 대체로 실증주의라고 하여 중국 기록 등과 맞아떨어지면서 동시에 유물까지 확인된 것만 역사라고 하는 주류 사학계는 이런 흐름의 변화에 늦었습니다. 어찌 보면, 증명이 되지 않는 역사라도 역사라고 믿는 사람들이 실제로 증거를 발견해내고 진짜로 역사를 증명해내는 큰 일을 하는 것 같습니다.
(민족의 영산, 백두산 천지의 모습 [삼국유사 단군신화 고조선 건국신화] / ⓒ Bdpmax)
고려의 일연이 수집해서 역사책으로 만든 삼국유사의 단군신화는 우리의 건국신화로서 중요합니다. 우리는 어떤 사람들인가,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조상의 바람이 깃들어져 있기 때문입니다. 단군왕검의 건국사는 단순히 재미있게 어린이 우화로 읽으라는 것이 아니라, 과거의 뜻을 이해하고 미래를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담고 있으므로, 굳이 학자가 아니더라도 생각해 보고 새겨봐야 할 의미는 확실합니다.
삼국유사 - 고조선 건국사의 단군신화 읽기 1
아래는 한자말로 되어 있는 것들을 현대어로 다시 읽어 본 것입니다. 그러나 이런 해석에 반대하는 주장도 있으니, 감안해서 읽기를 바랍니다. 왜냐면 이 글은 현대식으로 재해석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당연히 주류의 역사 해석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또한 유사 역사학으로 분류될 수도 있습니다.
(환웅이 환인에게 받아왔다는 천부인. 검, 거울, 방울이다 [삼국유사 건국신화 단군신화 고조선] / ⓒ 010-XXXX-XXXX)
옛날에 환인(桓因)의 서자 환웅(桓雄)이 천하에 자주 뜻을 두어 인간세상을 구하고자 하였다.
: 하느님의 아들이 내려와서 세상을 구원하고 싶어 했다는 뜻입니다. '환'은 한글이 없던 때에 "하늘"이라는 발음을 쓰기 위해 사용한 것이므로, '한인', '한웅'과 같은 의미입니다. 고려 이전의 개념에서 '서자'는 "여러 무리"라는 뜻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이들이 실제로 태초의 문명이었다는 전제 하에 본다면, "구원"은 문명을 전파하고 일깨우려는 것이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아버지가 아들의 뜻을 알고 삼위태백(三危太伯)을 내려다 보니 인간을 널리 이롭게(홍익인간[弘益人間])할 만한지라,
: 아들의 뜻을 안 후 하느님이 세상을 보니 인간을 위해 할 일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는 것으로 단군신화의 당위성을 말하고 있습니다. 계보 상으로는 하느님(환인)이 단군의 할아버지, 환웅이 단군의 아버지인 것입니다. '삼위태백', 즉 신성하게 생각할만한 땅이 있으니 그곳에서 바른 나라를 세워볼 만하다는 의미가 됩니다.
(석관묘, 비파형 동검, 고조선 영역을 비교한 모습 [삼국유사 건국신화 고조선 단군신화] / ⓒ MBC history.go.kr)
이에 천부인(天符印) 3개를 주며 가서 다스리게 하였다.
: 하늘의 뜻을 받았다는 증표이며 하늘과 땅을 연결해 준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만약 신화가 아니라 환인이 태초 문명 발생지의 실제 인물이라면, 환웅은 그곳에서 이동해 온 사람일 것이고, 선진문물을 가지고 왔을지도 모릅니다. 일반적으로 '천부인'은 청동기 시대 지배 계층의 권위를 상징하던 상징물로 해석하므로, 정식 지배자로 인정받았다는 의미도 됩니다.
환웅이 무리 3천을 이끌고
: 기원전 5000년의 세계 인구는 700만 명도 안 되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그런데 3천 명이나 데리고 왔다는 것은 거대한 부족 이동이 있었다는 것으로 이해할 수도 있습니다. 이렇게 본다면 단군신화가 그저 신화일 뿐이라는 생각은 바뀔 수도 있습니다. 만주와 한반도 북쪽에 정착민들이 문명국을 세웠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강화도의 참성단. 역사적으로 단군에 대한 제사를 지내 온 곳이다 [단군신화 삼국유사 건국신화 고조선] / ⓒ ganghwa.go.kr)
태백산(太白山) 꼭대기 신단수(神壇樹) 밑에 내려와 여기를 신시(神市)라고 하니 이로부터 환웅천왕이라 불렀다.
: 이 산이 지금의 태백산이라는 증거는 없습니다. 이때는 중국 '황하문명'도 생기기 전이므로, 그보다 먼저 있었던 '홍산문명'이라는 설도 있습니다. '신단수'는 신령한 나무를 말하며 '신시'는 특정 지명이 아니라 "신령한 곳"을 의미합니다. 고대에는 "왕 중의 왕"을 '천왕'이라고 불렀으니, 황제와 같은 의미입니다.
풍백(風伯), 우사(雨師), 운사(雲師)를 거느리고 곡(穀), 명(命), 병(病), 형(刑), 선(善), 악(惡) 등 무릇 인간의 3백60여 가지의 일을 주관하고 인간세상에 살며 다스리고 교화하였다.
: 국가의 성립은 통치체제가 있느냐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360여 가지란 "세상의 모든 것"을 의미하므로, 고대에 이런 정치체제를 갖추었다는 것은 그 지역에 이전에 없던 강력한 국가가 건설되었음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신화 상으로는 신이 인간 세상에 온 것이지만, 실제의 역사라고 본다면 새로운 나라를 세우고 그 지역을 발전시켰다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
삼국유사 단국신화에서 배울 것은?
단군신화라고 불리는 건국 신화는 한민족이 하늘에 연결된 민족이라는 자부심을 주고 있습니다. 건국신화인 단군신화는 민족의 대이동으로 더욱 발전된 문명이 탄생하고, 기존의 문화와 융합하여 새로운 미래를 여는 줄거리가 담긴 이야기입니다. 인류는 약 10만 년 동안 이동해왔으며, 부족의 대이동이라는 관점에서 해석을 한다면 나름의 일리가 있기도 합니다.
(단군의 모습을 상상하여 그린 모습 [단군신화 고조선 삼국유사 건국신화] / ⓒ Chae Yong-sin)
그러므로 신화라며 무시하고 허무맹랑하게만 생각할 필요까지는 없는 일입니다. 표현에만 얽매이지 않고 그 상징성이 무엇인가를 생각한다면, 이상하리만치 자기 조상의 역사를 깎아 내리고 얕잡아 보려던 과거와 같은 사람들이 다시 나오지는 않을 것입니다. 단군신화는 그저 옛날에 그랬다는 의미가 아니라, 앞으로 미래를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말해주는 조상의 메시지로 받아들여야 합니다. 그것은 홍익인간, 민본주의, 민주주의인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