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터박사와 신비한 동물들 - 흡혈토끼 등 세상에서 가장 이상한 동물이야기]
피터박사가 흡혈토끼를 발견했다는 이야기 등이 적힌 세상에서 가장 이상한 동물들이란 책이 있습니다. 피터박사와 신비한 동물들의 이야기는 그 외에도 다리 달린 뱀, 날개를 가진 사자, 외다리 조개 등을 소개하며 과학적인 조사 자료까지 제공합니다. 이것들은 실제로 전시회까지 열렸던 전위예술의 한 분야로 실험했던 예술작품이기도 합니다.
[글의 순서]
세상에서 가장 이상한 동물이야기
피터박사가 흡혈토끼를 발견했다?
피터박사, 신비한 동물들 소개
[엮인 글]
수중사진작가 제나 할러웨이(zena holloway)의 몽환적 수중사진전
[음성듣기]
세상에서 가장 이상한 동물이야기
영화 <신비한 동물사전>을 보면 해리포터 시리즈에서 교과서로 사용된 "신비한 동물사전"을 쓴 작가 `뉴트 스캐맨더`의 이야기가 나옵니다. 이 영화는 <신비한 동물사전>이라는 책을 바탕으로 하는데, 이 책은 `해리`와 `론`의 낙서가 나오는 등 마치 실제인 것처럼 설정된 것들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피터박사가 흡혈토끼와 신비한 동물들을 발견했다는 <세상에서 가장 이상한 동물이야기>도 이런 흥미를 주는 책이며 예술작품입니다.
(사진: 세상에서 가장 이상한 동물이야기 책의 내용 [피터박사 흡혈토끼] / ⓒ 호안 폰트쿠베르타)
1989년 출판된 <Fauna>라는 책을 한국의 과학도서 출판회사에서 아동용 시리즈로 내놓은 것이 세상에서 가장 이상한 동물이야기입니다. 과학도서 출판사에서 책이 나온데다가 해외에서는 과학박물관에서 전시회까지 열렸기 때문에 해리포터의 신비한 동물사전처럼 피터박사의 신비한 동물들도 실제인 것 같은 착각을 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과학이 아니라 예술 장르에 속하는 것입니다.
(사진: 실제로 전시된 세상에서 가장 신기한 동물이야기 전시장. [피터박사 신비한 동물들] / ⓒ ngelsbarcelona.com)
피터박사의 신비한 동물들을 소재로 <세상에서 가장 이상한 동물이야기>라고 출판된 책은 사실은 스페인 작가 ‘호안 폰트쿠베르타(Joan Fontcuberta)’라는 개념예술가가 자신의 전시예술작품을 책으로 내놓은 것입니다. 피터박사가 흡혈토끼를 발견한 이야기 등의 실제 같은 기록으로 적혀 있으나, 저작자로 알려진 ‘피터 아마이젠하우펜’ 박사는 상상의 인물입니다.
결론적으로, 이 책은 유사과학을 흉내낸 전시예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진: 사진작가, 개념예술가, 전위예술가 호안 폼트쿠베르타. [피터박사 신비한 동물들] / ⓒ widewalls.ch)
호안 폰트쿠베르타는 사진과 엑스레이, 박제, 녹음기록 등을 창작하여 전시회 관람자와 책의 독자들이 실제처럼 느끼고 상상하도록 제공하고 있습니다. 호안 폰트쿠베르타는 <세상에서 가장 이상한 동물이야기> 외에도 <식물표본집> 등의 작품도 공개했습니다.
실제 동물의 학명을 사용하고 해부학적 자료들까지 합성에 동원하여 피터박사가 신비한 동물들을 조사한 과학책처럼 꾸몄으니, 믿고자 하면 정말 실제처럼 느껴질 정도입니다.
피터박사가 흡혈토끼를 발견했다?
책의 설정을 보면 독일인인 피터박사의 실제 이름은 '페터 아마이젠하우펜'입니다. 수십 년 동안 외롭게 혼자 연구를 했으며 1955년 연구를 하던 중 실종되어서 생사를 알 수 없는 비운의 과학자로 소개됩니다. 피터 박사의 아버지 '빌헬름 아마이젠하우펜'도 모험가였다고 소개합니다.
피터박사의 신비한 동물들에 대한 설명을 보면 유해는 발견되지 않았고, 호안 폰트쿠베르타가 우연하게 그 기록을 찾아내서 공개한다고 되어 있습니다.
(사진: 책에서 소개된 피터박사의 모습. 물론 가상의 인물이다. [세상에서 가장 이상한 동물이야기] / ⓒ 호안 폰트쿠베르타)
하지만 이 모든 것은 예술작가 호안 폰트쿠베르타가 주변인의 이름을 살짝 바꿔서 창작한 이름들입니다. 심지어 조수로 나오는 '한스 쿠베르트'도 마찬가지입니다.
1980년대에 우연히 찾아서 발표한다고 되어 있는 세상에서 가장 이상한 동물이야기는 1990년대에 재판이 발행되고, 2000년대에는 영화 신비한 동물사전에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사진: 독일인 피터박사는 모험가이며 그의 아버지도 모험가였다. [세상에서 가장 이상한 동물이야기] / ⓒ 호안 폰트쿠베르타)
피터박사의 흡혈토끼, 털난 물고기, 눈이 하나 밖에 없는 새끼염소 등의 동물들 또한 모두 거짓입니다. 아니, 거짓이라기보다는 상상력을 동원한 개념예술 작품들이라고 하는 것이 더 맞겠습니다.
다만, 전시회를 실제 과학박물관에서 한다든지, 과학도서 출판사에서 책을 낸다든지 하면서 상상의 동물이라는 안내를 안했기 때문에 보는 사람들이 실제인지 아닌지 헷갈리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이것 또한 전위예술적인 의도입니다.
(사진: 오래된 느낌이 물씬 나는 신비한 동물들 사진. [세상에서 가장 이상한 동물이야기] / ⓒ 호안 폰트쿠베르타)
호안 폰트쿠베르타의 작품들은 대부분 사진학을 바탕으로 합니다. 피터박사의 신비한 동물들이라며 박제와 녹음소리까지도 제공하지만, 그 시작은 사진의 합성입니다. 식물표본집에서도 식물과 동물을 합성하고 있는데, 조사기록이나 사연들은 이러한 상상력 예술을 증대시키기 위한 통합적인 기획입니다. 이것을 보고 속는다면 거대한 시나리오가 매우 잘 구성된 영화였다고 생각하면 될 것입니다.
피터박사, 신비한 동물들 소개
세상에서 가장 이상한 동물이야기를 펴낸 호안 폰트쿠베르타는 사진작가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있는 그대로를 찍는 사진작가가 아니라 상상하던 것을 찍는 사진작가입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호안 폰트쿠베르타를 상상의 사진작가라고 부릅니다. 그럼, 피터박사의 흡혈토끼부터 신비한 동물들을 살펴보겠습니다.
(사진: 흡혈토끼로 소개되고 있는 사진. [피터박사가 흡혈토끼를 발견했다?] / ⓒ 호안 폰트쿠베르타)
피터박사의 흡혈토끼는 이름답지 않게 소심합니다. 잡히자마자 놀라서 죽어버리기 때문에 해부를 해서 연구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학명은 '페로스무스'입니다. 하지만 인간에게 해가 되지는 않습니다. 주로 곤충을 먹는데, 가족이 죽으면 다 같이 피를 마신 후에 땅에 묻는 성질이 있다고 되어 있습니다.
(사진: 날개와 뿔을 가진 원숭이 아즈란. [피터박사, 신비한 동물들 소개] / ⓒ 호안 폰트쿠베르타)
피터박사의 신비한 동물들 중 두 번째는 일명 '아즈란'입니다. 학명은 '키르코피테쿠스-이카로크르누'입니다. 뿔과 날개를 가진 원숭이인데 남아메리카의 '나가라 테보라' 원주민에게는 신처럼 대우받는 척추동물이라고 합니다. 아즈란의 뜻은 "하늘에서 온 자"라는 의미입니다. 성인식 축제에서는 은색물고기의 피부를 이식하는 행사도 치른다고 합니다.
(사진: 신비한 동물들에 나오는 다리를 가진 뱀. [피터박사가 흡혈토끼를 발견했다?] / ⓒ 호안 폰트쿠베르타)
다음에 소개될 피터박사의 신비한 동물들은 '소레노크라파-폴리퍼디다로'라는 학명을 가진 뱀입니다. 이 뱀은 인도 남부 지방의 '타밀나두'라는 곳에서 발견되었다고 합니다. 다리가 있는데, 마치 새의 다리같이 생겼다고 합니다. 피터박사는 이것을 근거로 이 뱀의 조상은 새에서 진화한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을 한 것 같습니다. 독이 있으니 조심해야 합니다.
(사진: 털이 난 물고기. 물론 합성이다. [피터박사, 신비한 동물들 소개] / ⓒ 호안 폰트쿠베르타)
털이 난 물고기. 피터박사의 흡혈토끼는 기괴함을 주는 반면, 이 물고기는 마치 자루에 담긴 것처럼 보여서 어찌 보면 우스꽝스러운 모습입니다. 이 미지의 생물은 물속에서 헤엄을 잘 칠 수 있을지 걱정이 될 정도입니다.
(사진: 하나의 머리, 두 개의 몸을 가진 이상한 동물. [피터박사가 흡혈토끼를 발견했다?] / ⓒ 호안 폰트쿠베르타)
세상에서 가장 이상한 동물이야기의 자웅동체 생물입니다. 학명은 헤르마프로타우루스-아우터시타리우스인데, 소과의 포유류이며 한쪽이 암컷, 한쪽이 수컷입니다. 피레네 산맥에 살고 있는데, 각각 독자적인 척추를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먹이는 파충류나 들쥐를 먹는다고 합니다.
(사진: 신화에서처럼 유인원과 네발짐승의 모습인 켄타우로스. [피터박사, 신비한 동물들 소개] / ⓒ 호안 폰트쿠베르타)
마치 신화에 나오는 듯한 모습을 한 이 생물의 학명은 '켄타우로스-네안데르탈렌시스'라고 하며 개코원숭이와 네발짐승의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단순한 유인원이 아니라 뇌의 용적이 크기 때문에 지능이 높다고 합니다. 피터박사는 아직 한 마리밖에 발견하지 못했기 때문에 생물종인지 돌연변이인지는 확인하지 못했다고 적고 있답니다.
(사진: 외다리 조개. 위쪽의 막대기 같은 것을 휘두른다. [피터박사가 흡혈토끼를 발견했다?] / ⓒ 호안 폰트쿠베르타)
피터박사의 흡혈토끼는 생각보다 소심한 반면, 이 생물은 생각보다 난폭합니다. 학명이 '미코스트리움-우르가리스'이며 외다리 조개라고 불리지만, 의외는 척추동물인 포유류였다고 합니다. 위쪽의 막대기 같은 것으로 물고기를 때려잡고, 같은 개체 간에도 때려서 맞아 죽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합니다.
이번에는 피터박사의 신비한 동물들에서 벗어나서 호안 폰트쿠베르타의 또 다른 사진도 만나 봅니다.
(사진: 돌고래를 타고 물 위를 걷는 듯한 사람. 피터박사의 신비한 동물들 이외의 작품. [세상에서 가장 이상한 동물이야기] / ⓒ 호안 폰트쿠베르타)
이번 작품은 물 위를 지나가는 사람입니다. 마치 그리스정교회 성직자 같은 옷을 입은 이 사람은 지금 돌고래를 타고 가고 있습니다. 거의 바다 위에 떠서 전진하고 있는 것입니다.
(사진: 피터박사와 흡혈토끼 외에도 이렇게 상상의 식물도 창작했다. [세상에서 가장 이상한 동물이야기] / ⓒ 호안 폰트쿠베르타)
호안 폰트쿠베르타는 세상에서 가장 이상한 동물이야기에서 피터박사의 신비한 동물들을 창조해냈는데, 그 외에 식물표본집도 있습니다. 역시 세상에서 이상한 식물들의 모습입니다.
그의 사진들은 사진을 찍는다기 보다는 그린다는 표현이 맞을 것 같습니다. 초현실주의 미술가들은 상상을 그냥 그려버리지만 호안 폰트쿠베르타는 상상을 만들어서 찍는다면 제대로 이해한 것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