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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새해인사말 - 일본한자 근하신년은 쓰지 맙시다

2016. 12. 31.

[2017년 새해인사말 - 일본한자 근하신년은 쓰지 맙시다]

한자로 된 말들 중에는 원래 우리가 쓰던 것인지, 중국에서 온 것인지, 일본에서 온 것인지 애매한 것들이 많습니다. 특히 새해 인사말로 많이 사용되는 근하신년은 일본말에서 왔으니 되도록 쓰지 얂는 것이 좋겠습니다. 2017년 새해인사말에서 알아둘 "근하신년"에 대해 생각해 봅시다.





새해인사말 근하신년의 뜻은?


새해인사말을 적을 때 의례히 "근하신년 !"하고 시작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관공서 근무나 직장생활을 오래한 사람들은 습관적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연하장을 사거나 온라인 새해인사말을 보내려고 할 때는 처음부터 히 말이 쓰여 잇는 경우도 많습니다. 대체 근하신년의 뜻이 뭐길래 새해인사말로 자꾸 쓰이는 걸까요?


사진: 근하신년 새해인사말의 정체는? [새해인사말 근하신년의 뜻은?](사진: 근하신년 새해인사말의 정체는? [새해인사말 근하신년의 뜻은?] / ⓒ Silvia & Frank / www.kiss7.kr 편집)


근하신년의 뜻은 謹賀新年의 한자 말대로 하자면 "삼가 새해를 축하합니다."라는 의미입니다. 근(謹. 삼가다), 하(賀. 축하하다), 신년(新年. 새해)의 네 단어가 붙은 말입니다. "삼가"는 "조심하여"라는 뜻인데, 결국 상대를 존중하고 있다는 겸손의 의미입니다. 즉 겸손하게 축하를 드린다는 의미인 것입니다. 근하신년의 말 뜻만 보면 새해인사말로 좋은 의미이긴 합니다. 




근하신년의 뜻이 시작되는 과정


근하신년의 뜻에는 문제가 없습니다. 이 말을 사용하게 되는 과정이 문제인 것입니다. 마치 사자성어처럼 보이지만, 원래는 두자씩 따로 존재하던 말이었습니다. 당연히 신년(新年)이라는 말은 예전부터 동양 삼국이 다 사용하던 말입니다. 그러니 중국말이니 일본말이니 가를 필요가 없습니다. 근하라는 말도 예전부터 우리나라에서도 사용하던 말입니다. 기록에 의하면 성종실록에도 나오는 말이라고 합니다. 


사진: 새해가 밝아오고 많은 양의 인사를 담은 메시지가 오간다. [근하신년의 뜻이 시작되는 과정](사진: 새해가 밝아오고 많은 양의 인사를 담은 메시지가 오간다. [근하신년의 뜻이 시작되는 과정] / ⓒ PublicDomainPictures)


謹賀와 新年이 합쳐지는 시기는 일제 침략기를 전후한 시점이라고 합니다. 이때부터 일본에서는 연하장이라는 것을 보내게 되었는데, 크리스마스 카드처럼 연말을 마치고 새해를 시작하는 시점에 보내는 우편물이 바로 이 연하장입니다. 근하신년이라는 말은 이 연하장이 일본에  유행하면서 정착한 말이라고 합니다. 새해인사말 글귀를 이 말로 시작하곤 했던 것입니다. 이렇게 따로 있던 두 낱말이 하나의 단어처럼 사용되기 시작했습니다. 




새해인사말로 근하신년이 무슨 문제?


일본에서 연하장 문화가 정착된 것은 1887년 정도라고 합니다. 이때는 한창 제국주의 야욕이 싹트는 시기인 것입니다. 그리고 18년 후 대한제국은 을사늑약을 억지로 맺고 외교권을 빼앗기게 됩니다. 그후 일제강점기의 조선에서는 근하신년이 새해인사말로 자리 잡습니다. 일본제국주의가 점령한 후 일본식 한자를 그대로 받아들이기 시작한 것입니다. 이후 새해인사말 근하신년은 광범위하게 한국에서도 사용되어 왔습니다. 


사진: 아무생각 없이 강자인 일본을 그대로 따라했던 새해인사말이 근하신년이다. [새해인사말로 근하신년이 무슨 문제?](사진: 아무생각 없이 강자인 일본을 그대로 따라했던 새해인사말이 근하신년이다. [새해인사말로 근하신년이 무슨 문제?] / ⓒ Imperial War Museum)


일제강점기의 조선에서도 연하장 관습이 생겼지만, 초기만 해도 이런 풍습은 서양식 개념의 우체국을 이용한 것이며 머리에 먹물 좀 들었다는 이른바 지식층의 또는 상류층의 관습이었습니다. 이미 조선은 망했을 뿐이고, 그 이전엔 한번도 들어본 적 없는 한자말이지만 일본에서 쓴다고 하니 당연한 듯이 새해인사먈로 받아들였을 것입니다. 해방이 되어도 친일파들이 그대로 높은 자리를 다 꽤차고 앉아있는 한국의 관공서에서 이 단어가 사라질 이유는 별로 없었을 것입니다.



새해인사말 다시 생각해 보기


말이 어디에서 나온 것이냐보다 우선해서, 어째서 그말이 들어오게 되었느냐가 더 중요합니다. 조선은 망했으니 무조건 일본식을 따른다는 사람들에 의해 들어온 한자말이기 때문에 문제가 되는 것임을 알아야 합니다. 비유하자면, 변방의 사투리를 표준어처럼 사용하고 있는 것이라고 하겠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고 해도 아무 문제가 없는데, 구태여 유식한 척 제국주의의 풍습을 따라하던 자들의 습관이라는 것입니다.

[저작권법 표시] 이 글의 원본: 키스세븐(www.kiss7.kr)
 

사진: 진정한 감사와 축복의 정성이 담긴 말은 아는 척이 아니다. [새해인사말 다시 생각해 보기](사진: 진정한 감사와 축복의 정성이 담긴 말은 아는 척이 아니다. [새해인사말 다시 생각해 보기] / ⓒ 이정임 lee)


나라를 빼앗은 자들이든 어쟀든 강한 자들이니 아무 생각없이 따라하던 습관보다는, "지난 한해도 감사했습니다.", "새해 좋은 일 많으시길 바랍니다", "희망찬 새해가 되시길 바랍니다"'같은 말들이 더욱 정감있고 진심으로 들리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새해인사말이 굳이 "謹賀新年", "Happy new year"같은 외국어이어야 할 이유가 없는 것입니다. 정말로 감사하는 마음으로 새해의 기쁨을 나누는 것이라면, 잘난 척하는 마음으로 새해인사말을 전하는 것보다는 정감있고 진심이 우러나는 말이어야 참뜻이 되지 않을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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