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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용한 지식 칼럼/언어-의미

후까시 뜻, 가오 뜻과 유래 - 가오잡다 등 일본어 문제

2018. 2. 22.

[후까시 뜻, 가오 뜻과 유래 - 가오잡다 등 일본어 문제]

후까시, 가오잡다는 일본어입니다. 그런데 후까시, 가오잡다의 어원을 보면 어처구니없게도 엉뚱한 표현으로 사용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후까시 뜻, 가오 뜻을 비교하며 아무 생각 없이 유행하니까 따라하는 문제를 파악해 보며, 우리말인 품재다와 뽐내다를 제안합니다. 




[글의 순서]

엉터리 후까시 뜻, 가오 뜻

진짜 후까시 뜻, 가오 뜻

우리말 품재다, 뽐내다



엉터리 후까시 뜻, 가오 뜻


SNS 등의 온라인 문화가 자리 잡으면서 남들이 쓰니까 아무 생각 없이 사용되는 말들이 있습니다. 이런 문제점을 생각해 볼 필요는 분명합니다. 

예를 들어, 한국어에서 "가슴이 찡하다"는 표현과 "눈을 찡긋한다"는 말과 헷갈려서, 어떤 외국인이 "가슴이 찡긋한다"고 말하며 슬퍼했다고 칩시다. 그걸 듣는 한국인 입장에서는 황당할 것입니다. 외국인들의 입장에서는 후까시, 가오가 그런 말입니다. 


사진: 일본어 가오 뜻은 얼굴이고 후까시는 연기이다.(사진: 일본어 가오 뜻은 얼굴이고 후까시는 연기이다. [가오잡다의 가오 일본어] / ⓒ InspiredImages)


우리는 후까시를 "후까시 잡는다", "후까시 넣는다" 등으로 씁니다. 후까시 뜻을 "공회전시키다", "머리에 펌하다" 등으로 사용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가오를 "가오 잡다", "가오가 있지!" 등으로 쓰는데, 가오 뜻을 "뽐낸다", "자존심이 있다"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일본인이 이 말을 들으면, 한국인들이 후까시, 가오 등 일본어를 애용하니까 우쭐해 하면서도 "왜 이렇게 쓰지?"하고 궁금해 할 단어들입니다. 


사진: 우리나라에서는 가오 뜻이 폼잡는 것이고 후까시 뜻이 과장하는 것이다.(사진: 우리나라에서는 가오 뜻이 폼잡는 것이고 후까시 뜻이 과장하는 것이다. [가오 일본어, 가오잡다] / ⓒ Philipp_Stegmann)


남들이 쓰니까 아무 생각도 없이 마구 사용하는 후까시 뜻, 가오 뜻은 일본어입니다. 우리말인 "뽐내다", "품재다"로 말해도 아무 문제가 없는데, 괜히 후까시, 가오라는 일본어를 쓰며 외국말 좀 한다고 아는 체하려는 것 같습니다. 그것도 엉터리로 사용하면서 말입니다. 

한편, 뽐내다 어원과 품재다의 어원을 알아보면 우리말이 더욱 재미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진짜 후까시 뜻, 가오 뜻


후까시 뜻은 일본어로 `ふかす(후까스)`이며, "피우다", "티내다"를 의미합니다. 원래는 담배를 피울 때 연기가 나는 것을 보고 후까시라고 하고, 피운 후엔 티가 나니까 티낸다라는 뜻으로도 사용됩니다. 

이것을 우리는 자동차 정비소에서 공회전 시키라며 후까시 넣는다고 사용합니다. 기어를 전진에 놓지 않고 액셀러레이터를 밟으면, 제자리에서 엔진만 돌아가며 배기가스가 나오니까 그것을 후까시라고 쓰는 모양입니다. 


사진: 후까시(일본어)는 한국에서 엉뚱하게 공회전과 퍼머로 사용된다.(사진: 후까시(일본어)는 한국에서 엉뚱하게 공회전과 퍼머로 사용된다. [후까시 뜻, 가오 뜻] / ⓒ Dariusz Sankowski)


가오 뜻은 일본어로 `かお(카오)`이며, "얼굴", "대표하는" 등의 의미가 있습니다. 체면이라는 의미로도 사용될 수는 있는데, 우리 속담 중에 "벼룩도 낯짝이 있다"는 말과 비교할 수 있겠습니다. 

원래는 사람의 얼굴을 뜻하지만, 어디에 방문하는 것을 "얼굴을 내민다"고 하고, 단체를 대표하는 것을 "간판 얼굴"이라고 하는 것처럼 대유법으로 사용되는 예입니다. 이것을 우리가 가오잡다, 즉 얼굴잡다라고 쓰는 것은 정말 희한한 일입니다. 


사진: 가오(일본어) ~있는 체하다, 체면 등으로 사용되며, 가오 뜻이 본뜻과는 다른 느낌을 준다.(사진: 가오(일본어) ~있는 체하다, 체면 등으로 사용되며, 가오 뜻이 본뜻과는 다른 느낌을 준다. [가오 일본어, 가오잡다] / ⓒ RonnyK)


후까시 뜻은 일본어이면서도 한국에서 또 이상한 방식으로 사용됩니다. 흔히 "빠마한다(perm)"고 표현하는 펌을 후까시 넣는다고 하니 말입니다. 

아마도 자동차가 전진하지도 않으면서 엔진소리만 크게 하는 것을 보고, 과장되었다는 의미로 가져온 것 같은데, "머리를 과장되게 하다"라는 의미로 후까시 넣는다고 쓰고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또 말이 변질돼서, 어떤 사람은 "멋지게 하다"는 의미로까지 후까시 뜻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사진: 초등학생까지 가오잡다는 말버릇이 생기게 한 영화 베테랑의 포스터.(사진: 초등학생까지 가오잡다는 말버릇이 생기게 한 영화 베테랑의 포스터. [후까시 뜻, 가오 뜻] / ⓒ CJ엔터테인먼트)


가오 뜻도 변질에 변질을 거듭했는데, "얼굴"이란 일본어를 가져와서 "뽐내다", "우쭐해 하다"라는 의미로도 사용하는 것입니다. 더구나 영화에서 "가오가 있지!"라는 말이 쓰인 이후로 "체면이 있지", "자존심이 있지"라는 말을 대신해서도 사용합니다. 체면이라고 할 수는 있겠지만, 직역하자면 "얼굴이 있지!" 같은 걸로 가오 뜻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걸 보고 초등학생, 중학생 사이에서는 새로운 유행어인 줄 알고 마구 사용하는데, 아들 뿐 아니라 어른들도 반성할 일입니다. 





우리말 품재다, 뽐내다


외국어의 남발이 왜 위험하냐고 하면, 현재 국어의 특징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보수적인 사회일수록 사대적인 경향이 강해서, 한글을 만들었을 때도 반대가 엄청났던 것을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그로 인해 한국어의 70%가 한자에 의존하게 되었는데, 한국에서는 수학과 영어를 공부하려면 "해(解)"나 "재귀대명사(再歸代名詞)"같은 한자를 다시 공부해야 할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공부의 양이 배로 늘어나는 것입니다. 


사진: 가오 뜻을 안다면 그냥 뽐내다, 품재다, 한자로는 허세, 자존심 등으로 충분히 달리 쓸 수 있다.(사진: 가오 뜻을 안다면 그냥 뽐내다, 품재다, 한자로는 허세, 자존심 등으로 충분히 달리 쓸 수 있다. [가오 일본어, 가오잡다] / ⓒ merdanata)


한자어와의 문제는 말의 경쟁력 때문에 그렇게 되었다고 쳐도, 버젓이 잘 사용하고 있는 우리말마저 버려가며 출처를 알 수 없는 일본어까지 가져다 쓰는 것은 어리석은 짓입니다. 

이에 국어원에서는 가오잡다라는 말 대신 "품재다"라는 말을 권하고 있습니다. 품재다 뜻은 "모양이나 됨됨이"를 말합니다. 즉 "~체하다"와 같은 뜻입니다. 후까시와 가오잡다 뜻이 엉뚱하게 사용되니, 적어도 그보다는 나은 말입니다. 

[저작권법 표시] 이 글의 원본: 키스세븐(www.kiss7.kr)


사진: 가오잡다 일본어를 뭔지도 모르고 쓰는 것보다, 편하게 사용하던 우리말을 쓰는 것이 옳은 것이다.(사진: 가오잡다 일본어를 뭔지도 모르고 쓰는 것보다, 편하게 사용하던 우리말을 쓰는 것이 옳은 것이다. [후까시 뜻, 가오 뜻] / ⓒ Polski, Kjoonlee / 편집: www.kiss7.kr)


굳이 품재다는 말이 어렵거든, 늘상 써오던 우리말들도 많으니 그것을 사용하면 됩니다. "우쭐하다", "~체하다", "뽐내다" 등 얼마든지 대신 사용할 말이 많습니다. 이런 말들은 "자랑하는 모양"을 나타내는데, 가오 뜻의 체면 차리다라는 말보다 더 상황에 잘 맞습니다. 뽐이 영어에서 온 말로 아는 경우도 많지만, 뽐내다 어원을 찾아보면 우리말에 뿌리를 두고 있다고 합니다. 

외국인에게도 창피한 단어들을 아무 생각도 없이 엉뚱하게 사용하는 어리석은 일은 피해야 할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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