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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학교의 권번기생 - 왕수복, 선우일선, 이화자의 신민요

키스세븐지식 2016. 4. 27.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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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조합인의 권번기생과 기생학교 

- 왕수복, 선우일선, 이화자의 신민요]




일제강점기에 조선에는 기생을 양성하는 기생권번이 있었습니다. 기생권번은 기생학교를 말하며, 이곳을 통해 왕수복, 선우일선, 이화자 등의 최초의 근대식 연예인들이 배출되었습니다. 기생이지만 예술인으로서 어둡던 시대를 헤쳐나간 여인들에 대한 글입니다.




기생권번, 일제강점기의 기생학교 이야기


조선 시대에는 관기와 일반 기생이 있었으며, 관기는 기생 업무 외에도 탕약 달이기와 바느질 등의 일을 하였습니다. 그러나 일제의 식민지가 된 후 기생의 상업성이 두드러지며, 술집과 요정에 기생을 공급해 주기 위한 기생조합이 생기게 되었습니다. 이것이 기성권번입니다. 기성권번은 주식회사 형태로 운영되며 상업적으로 기생의 공급과 관리 등을 했습니다.


사진: 일제 강점기를 이겨내면서 기생들은 전문화되며 예능인으로 거듭나기 시작한다(사진: 일제 강점기를 이겨내면서 기생들은 전문화되며 예능인으로 거듭나기 시작한다 / ⓒ 박민일 박사)


유명한 기성권번으로는 서울의 한성권번이 있고, 그 외 전국에서도 유명 권번들이 잇달아 생겼는데, 지방에서 가장 유명한 기성권번이 평양권번입니다. 평양의 기성권번에서는 기생양성소도 운영하였습니다. 기성권번의 부설학교 형태로 운영되던 평양 기생학교는 제법 유명하여, 고위급 관광객이 찾는 명소였을 정도의 규모를 자랑했다고 합니다.


사진: 엽서에 인쇄되었던 기생사진. 당시 기생학교에서는 권번기생 소속의 기생들이 수업을 받는 사진이 실렸다(사진: 엽서에 인쇄되었던 기생사진. 당시 기생학교에서는 권번기생 소속의 기생들이 수업을 받는 사진이 실렸다 / ⓒ 박민일 박사)


평양 기성권번의 기생학교에는 250여 명 정도의 재학생이 있었으며, 전국에서 13세~15세의 어린 여학생들이 입학하였습니다. 3학년 학제로 운영되었으며 월 수업료는 당시 돈으로 3원이었습니다. 돈을 내고 화류계의 기생이 되기 위한 학교에 간다는 것이 지금에는 믿기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먹고 살기가 워낙 어렵다 보니 기생이라도 만들려는 부모도 있었고, 배우나 가수의 꿈을 이루기 위해 입학하는 학생도 있었다고 합니다.


사진: 평양에 있던 한 기생학교의 모습. 기생학교는 3년 과정동안 예능 뿐 아니라 예절과 지식도 배웠다(사진: 평양에 있던 한 기생학교의 모습. 기생학교는 3년 과정동안 예능 뿐 아니라 예절과 지식도 배웠다 / ⓒ wikipedia.org)


왕수복이나 선우 일선, 이화자 등이 대표적인 평양 기성권번 출신 기생입니다. 기생 수업에는 술 따르는 법 등 손님을 대하는 예절과 함께 무용, 노래, 연주 등을 가르쳤습니다. 희망자는 서양식 가곡과 댄스도 배울 수 있었다고 합니다. 뿐만 아니라 시조(문학), 서화(미술), 한국어, 일어, 산술(수학) 등 15가지나 되는 과목을 배웠으니, 당시에는 제법 지식인이 될 수준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왕수복, 러브스토리와 최고의 가수


옹수복은 1930년대 최고의 여가수였습니다. 평양 기성번권의 기생학교 출신으로 10대 여가수 선정에서 1위에 뽑혔었습니다. 나중에는 성악가로 변신해서 월북하여 풍족하게 살았습니다. 왕수복은 메밀꽃 필 무렵의 이효석과의 스캔들, 노천명 시인과의 연적 관계로 유명합니다. 왕수복의 히트곡으로는 "고도의 정한", "신 방아타령", "인생의 봄" 등이 있습니다.


사진: 왕수복. 기생학교 출신의 권번기생으로 유행가와 신민요 가수로서 왕수복은 최고의 인기를 누렸다(사진: 왕수복. 기생학교 출신의 권번기생으로 유행가와 신민요 가수로서 왕수복은 최고의 인기를 누렸다 / ⓒ ponki.kr)





선우일선, 왕수복과 쌍벽을 이루던 가수


평양 기성권번 기생학교 출신의 유명한 가수로 선우일선도 있습니다. 항상 왕수복 때문에 2위로 있었지만, 고음의 부드러운 목소리로 사랑을 받았습니다. 선우일선도 신민요를 주로 불렀으며 일제강점기가 끝날 때 고향인 평양에 머물다가 북한 평양대학에서 민요를 연구했었습니다. 선우일선의 히트곡으로는 "조선팔경가", "압록강 뱃노래", "바람이 났네" 등이 있습니다.


사진: 선우일선. 평양권번 기생학교 출신의 선우일선은 곱고 높은 음성으로 인기가 매우 높았다(사진: 선우일선. 평양권번 기생학교 출신의 선우일선은 곱고 높은 음성으로 인기가 매우 높았다 / ⓒ chosun.com)





이화자, 1930년대에 10만 장의 히트곡


이화자도 평양 기성번권의 기생학교가 배출한 명가수입니다. 발표하는 곡들이 최고 히트를 치면서 유명 가수가 되었으나, 태평양 전쟁 말기에 일본을 응원하는 친일가요를 발표했던 것이 오점이 됩니다. 고음의 선우일선에 비해 이화자는 무게 있는 목소리가 장점이었는데, 젊은 나이로 요절하고 말았습니다. 이화자의 히트곡으로는 "어머님 전상서", "초립동", "목단강 편지" 등이 있습니다.


사진: 이화자. 권번기생으로 이화자도 매우 높은 인기를 누렸다. 이화자는 마약중독으로 요절하고 말았다(사진: 이화자. 권번기생으로 이화자도 매우 높은 인기를 누렸다. 이화자는 마약중독으로 요절하고 말았다 / ⓒ ponki.kr)





현대 연예인의 시초, 일제강점기의 기생


1930년대에도 나름의 인기가요 순위가 있었습니다. 삼천리라는 잡지를 통해 발표된 당시의 인기 순위는 왕수복, 선우일선, 이난영, 이화자, 전옥 등이었습니다. "목포의 눈물"로 유명한 이난영과 배우 최민수의 외할머니인 전옥은 배우 출신이고, 왕수복, 선우일선, 이화자는 평양 기성권번의 기생학교 출신의 기생입니다.


사진: 기생은 아니지만 조선악극단의 여성단원 기념사진도 희귀한 자료다. 왼쪽에서 네번 째가 유명한 가수 이난영이다.(사진: 기생은 아니지만 조선악극단의 여성단원 기념사진도 희귀한 자료다. 왼쪽에서 네번 째가 유명한 가수 이난영이다. / ⓒ 이준희 교수)


기생은 술손님을 맞는 일을 하며 동시에 음반을 취입해서 유행가를 히트시켰습니다. 그러나 왕수복 등의 초인기 가수들은 전국을 누비고 라디오 출연도 겸했습니다. 공연에 가기 위해 이미 1930년대에 비행기로 이동할 정도였으니, 그 인기가 얼마나 대단했었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당시와 현재의 쌀 가격의 비율을 2만 배로 기준 잡는다면, 왕수복이나 선우일선 같은 기생들은 적어도 300~400만 원 이상의 월수입을 올렸을 것으로 보입니다.


사진: 1940년대의 가수의 탄생을 그린 영화 해어화. 해어화는 말을 알아듣는 꽃이라는 뜻으로 마지막 기생에 대한 이야기가 있다 / ⓒ 영화 해어화(사진: 1940년대의 가수의 탄생을 그린 영화 해어화. 해어화는 말을 알아듣는 꽃이라는 뜻으로 마지막 기생에 대한 이야기가 있다 / ⓒ 영화 해어화)


손님을 접대할 때는 서너 시간에 30만 원 가까운 돈을 받았으나, 기생공급을 맡는 기성권번이 수수료를 떼갔기 때문에 엄청난 수입은 아닙니다. 지금으로 치면 기성권번은 연예기획사와 비슷하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왕수복이 매출을 올린 음반이 120만 장에 육박할 것으로 보이는데, 음반시장이 초기 수준이고 레코드 판매에 의존하던 당시로써는 매우 대단한 수치입니다. 그러나 서울, 평양 등의 기성권전은 일제강점기 말기에 탄압정치로 인해 강제 해체되고 맙니다. 

[저작권법 표시] 이 글의 원본: 키스세븐(www.kiss7.kr)


사진: 1940년대 잡지 모던일본에 실린 미스 조선의 화보. 미스조선인 박은실은 평양 제일의 요릿집에서 일했었다.(사진: 1940년대 잡지 모던일본에 실린 미스 조선의 화보. 미스조선인 박은실은 평양 제일의 요릿집에서 일했었다. / ⓒ 어문학사)


이런 기생들은 천하다는 인식과 신여성이라는 인식이 공존했습니다. 기생이라고 무시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서양식 화장과 패션, 신문물을 먼저 받아들이는 부류였기 때문에 샴푸 광고, 비누광고 등 미용광고에 모델로 주목 받았습니다. 초기 광고는 글자로만 되어 있었고 인물사진이 등장한 것은 1930대이므로, 최초의 상업적 모델이기도 합니다. 기생학교 출신들은 이렇게 현대 연예인의 시초가 되었던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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